어디서나 즐긴다, 디지털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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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아직 어쿠스틱 피아노를 간직하고 계신 분이 있나요? 요즘은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그 덩치 큰 피아노를 집에 들이진 않을 텐데요. 그 옛날, 피아노가 집으로 들어오던 날, 창문 두 짝을 모두 떼어내야 했죠. 사람의 힘만으로 옮기기에는 역부족이라 거중기가 필요했고요. 그랬던 피아노가, 디지털의 옷을 입고 나타났습니다. 얇고, 가볍고, 다양한 소리가 탑재된 만능 건반으로요. 이렇게 기존의 많은 어쿠스틱 악기들이 디지털화 되어왔는데요. 종종 정체불명의 디지털 악기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더 간편하게, 더 재미있게 악기를 다루고 싶어 하는 시장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겠죠. 그래서 이런 악기들도 등장했는데요. 오늘은 그 세 가지 악기를 소개해볼게요.
공놀이로 작곡하는 오드볼(Oddball)
영국의 오드 스튜디오(Odd Studio)에서 만든 오드볼(Oddball)은 겉보기엔 그저 일반적인 고무공 같아 보이는데요. 그러나 이 공은 압력을 감지해 소리로 바꾸는 재주가 있어요. 드럼처럼 손으로 두들기거나 벽 또는 바닥에 부딪히면 소리가 납니다. 소리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기기를 통해 편집할 수 있고, 온라인상에서 쉽게 공유할 수 있죠.

여러분의 손에 고무공이 있다면 그 공을 갖고 어떤 행동을 하시겠어요? 열이면 열, 바닥이든 벽이든 던져볼 겁니다. 오드볼은 자연스럽게 손안의 공을 던지고 놀며 소리를 얻게 되는데요.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악기 사운드와 효과음들을 설정해 다양한 비트를 만들 수 있고, 여러 개의 공을 이용해 음을 조합할 수도 있어요. 그야말로 음악을 가지고 ‘노는’ 거죠. 역동적인 리듬이 필요한 경우라면 온몸으로 즐기며 작곡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언제 어디서건 공을 튕기며 음악을 만들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가벼운 취미생활로도, 더 나아가 콘텐츠를 위한 볼거리로도 상당한 이점이 있는데요. 다만 건물 내부에서 사용하기에는 소음 발생 우려가 있고, 계속 몸을 움직여야하다 보니 소리 자체에 집중하기는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Play with Music - by ODD. ⓒ ODD Ball Youtube
모듈형 미디 컨트롤러 쥬에(Juoe)
다음으로, 프랑스의 쥬에(Joué Music Instruments)라는 회사가 개발한 쥬에 플레이(Joué Play)입니다. 혹시 음반녹음실의 내부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마치 비행기 조종실 같은 느낌으로, 수많은 스위치와 버튼이 거대한 패널에 박혀있는 모습이죠. 숙련되어 보이는 전문가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버튼, 노브(Knob), 슬라이드(slide)를 오가는데요. 오가는데요. 이 장치가 바로 미디 컨트롤러(Midi Controller)예요. 연주와 녹음을 하고, 기존 음을 조작하거나 효과음을 넣는 등 많은 기능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이 거대한 미디 컨트롤러가 이 컴퓨터 키보드 크기만큼 얇아 졌다는 것이, 믿어지세요?
👉노브(Knob)와 슬라이드(Slide)
노브(Knob)는 좌우로 돌려 조작하는 버튼이에요. 슬라이드(Slide)는 위아래, 또는 좌우로 밀어서 조작하는 버튼을 지칭한답니다.

쥬에 플레이는 드럼, 피아노, 기타, 조작패널로 이뤄진 네 가지의 패드로 구성되는데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이 패드들은 성인의 손바닥만한 크기입니다. 이들을 기본 장치에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모듈을 구성하죠. 색깔 또한 원하는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화면은 모바일 기기 또는 컴퓨터에 연결해 출력합니다. 쥬에 플레이는 손가락이 누르는 압력을 인식하기 때문에 소리의 풍성한 울림과 미세한 떨림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단점은, 장점중의 하나이기도 한 ‘모듈화’인데요. 자주 패드를 교체해야 하고 그에 따라 연결한 기기에 패드를 설정하는 과정이 약간은 번거로울 수 있어요. 하지만, 쥬에 플레이의 매력은 이런 귀찮음 정도는 거뜬히 이겨내는 듯합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상에 거침없는 손가락 연주까지 더해져, 온라인상에 쥬에 플레이를 이용한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Joué Play | The instrument to make music in the moment ⓒ Joué Music Instruments Youtube
드럼패드 롤리 블락스(Blocks)
마지막으로, 쥬에보다 더 작고 더 심플한 디지털 악기입니다. 영국의 롤리(Roli)사는 한손에 쏙 들어오는 정사각형의 앙증맞은 악기, ‘블락스’를 선보였는데요. 표면엔 버튼조차 존재하지 않아요. 터치패드 방식으로, 평소엔 아무것도 없는 검은 화면이지만 전원을 켜면 형형색색의 빛이 깨어납니다. 패드를 누르고 문지르는 대로 LED 빛이 반응해 색과 모션이 현란하게 움직이죠.

크기는 작아진 반면,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메인장치인 블락스를 비롯해 컨트롤 패널, 키보드를 부착하여 원하는 대로 확장할 수 있어요. 내장 음원샘플과 전용소프트웨어를 통해 연주와 프로듀싱이 가능하고요. 실제 뮤지션들이 참여해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였고, 온라인에 음원마켓도 형성돼 있어 활용도가 크죠. 블루투스로 연결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작은 크기와 터치패드의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이 크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고요,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기능 설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에 익숙해 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 할 수 있습니다.
Introducing ROLI BLOCKS ft. PARISI ⓒ ROLI Youtube
위 세 악기들을 재밌게 구경하셨다면, 이쯤에서 퀴즈 하나 풀고 갈까요? 위의 세 악기가 가진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공’, ‘판’, ‘블럭’의 공통점. 바로, 휴대성입니다. 악기로써 음색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얼마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죠. 이것이 디지털 악기가 진화하고 있는 방향성입니다. 디지털 악기는 현재진행형으로 변화하면서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때론 어쿠스틱 악기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울림을, 또 때로는 디지털 악기로 다뤄지는 현란한 테크닉들을 즐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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