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⑥] 승리를 노래하는 '트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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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쇼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을 기억하시나요? 경쾌한 리듬의 트럼펫 연주와 퀴즈 ‘대결’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은 이미지가 꽤나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래서일까요? 이 시그널 음악은 <장학퀴즈>의 상징이 되었죠. 이 음악은 얼마 전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도 쓰여 레트로 분위기를 물씬 풍겼는데요. 목숨을 건 대결에서 들리는 트럼펫 소리는 힘찬 전진과 함께 승리의 복선을 느끼게 했어요. 트럼펫만이 낼 수 있었던 분위기가 아닐까 해요. ‘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악기는 기쁨과 승리의 메시지를 전하는 트럼펫입니다.

 

 

금관악기의 대표주자, 트럼펫!

  트럼펫은 금관악기의 대표 격이에요. 예전에는 모든 금관 악기를 총칭하는 단어로 트럼펫을 사용하기도 했었죠. 그만큼 트럼펫은 엄청나게 긴 역사를 자랑하기도 한답니다. 기원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으로 알려진 트럼펫의 어원은 조가비란 뜻의 그리스어 ‘스트롬보스(Strombos)’예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트럼펫은 이집트의 파라오 ‘투탕카멘(기원전 1361~1352년 재위)’의 무덤에서 발견된 2개의 트럼펫인데요. 은과 청동, 나무 등으로 만들어졌던 고대의 트럼펫은 현재의 굽은 관의 모습이 아닌 일직선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트럼펫 ⓒegypttoday.com

 

  다양한 재료로 제작되었던 고대의 트럼펫과 달리, 17세기 바로크 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이 놋쇠(Brass)로 만들어진 표준형의 트럼펫이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과거에는 트럼펫을 연주하는 일이 더욱 까다로웠는데요. 손가락으로 음을 조절하는 밸브가 아직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바로크 시대에는 현대와 같은 모양의 놋쇠 트럼펫이 보급되었지만, 이때의 트럼펫은 아직 밸브가 연결되지 않은 내추럴 트럼펫이었답니다. 내추럴 트럼펫의 특징상 바로크 트럼펫 역시 입술의 모양이나 호흡 등을 통하여 음높이를 조정했다고 하니, 얼마나 까다로웠겠어요?

 

밸브 등장! 더 자유로워진 음악

  18세기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손가락으로 음을 조절할 수 있는 밸브가 등장하게 돼요. 밸브는 영국의 작곡가이자 악기 제작자였던 찰스 클라겟(Charles Clagget, 1740-c.1795)에 의해 최초로 시도된 시스템이랍니다. 트럼펫의 밸브는 몸에서 가까운 쪽부터 제1, 2, 3 밸브로 칭하는데요. 제1밸브를 누르면 한 음이 낮아지고, 제2밸브를 누르면 반음, 그리고 제3밸브를 누르면 한 음 반이 낮은 소리가 나게 되죠. 때문에 밸브가 도입된 이후, 트럼펫은 반음까지도 자유롭게 소리 낼 수 있게 되었어요.

 

로터리 밸브 (左, Rotary Valve)와 피스톤 밸브 (右, Piston Valve) ⓒjpmusicalinstruments.com

 

  밸브의 역할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에요. 트럼펫의 밸브는 음색까지도 좌우하거든요. 처음에는 피스톤, 로터리, 비엔나, 이렇게 세 종류의 밸브가 존재했는데요. 현대까지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트럼펫은 로터리식 밸브(Rotary Valve)와 피스톤식 밸브(Piston Valve)랍니다. 로터리식 밸브는 트럼펫 자체를 옆으로 돌려 오른손이 악기 오른쪽을 잡아서 호른처럼 키를 옆쪽에서 눌러 연주해요. 반면 피스톤식 밸브는 위에서 누르는 형식이고요. 로터리 밸브 트럼펫은 피스톤 밸브 트럼펫보다 음색이 더 풍부하고 글리산도1) 주법이 수월한 반면, 음량이 작은 편이에요. 그래서 연주자 개개인의 선호나 오케스트라가 원하는 음색에 따라 다른 형식의 밸브를 선택하곤 하죠.

1) 글리산도(glissando, gliss.)는 높이가 다른 두 음을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기법을 이야기해요.

 

트럼펫의 요모조모 다양한 매력

  다른 관악기들처럼 트럼펫의 종류도 그 쓰임이나 시기, 특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요. 현재 트럼펫 연주자들은 가장 낮은음인 B플랫(내림 나)에서부터 F, D, A플랫 등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이조 악기2) ‘B플랫 트럼펫’과, 악보에 그려진 음과 실제 내는 음이 동일한 ‘C 트럼펫’을 가장 많이 사용해요. 이 외에도 피콜로 트럼펫을 비롯한 다른 종류의 트럼펫 역시 존재하는데요. 특히 아래 그림의 코넷(Cornet)과 플뤼겔호른 (Flugelforn)은 클래식 음악에서보다 재즈 음악에서 자주 쓰이는 트럼펫 족 악기랍니다.

2) 이조 악기는 조옮김 악기라고도 해요. 악기가 실제로 내는 음과 악보에 표기된 음이 다르게 나는 악기를 이야기하죠. 주로 관악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트럼펫뿐 아니라 클라리넷 역시 대표적인 이조 악기랍니다.

 

트럼펫의 종류 ⓒWikipedia

 

  현재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는 밸브 트럼펫은 5개의 금속제로 이뤄져 있어요. 입을 갖다 대고 음을 집어넣을 수 있는 마우스피스, 공기가 들어가는 취구관(吹口管), 주관(主管), 3개의 밸브, 음이 밖으로 나가는 원뿔 모양의 벨(Bell)이 그것인데요. 그중에서도 마우스피스를 조금 더 상세히 뜯어보자면, 입술이 직접 닿는 캡과 취구관에 꽂아 연결할 수 있는 스로트(throat)로 구성되어 있죠.

 

트럼펫의 구조와 원리 1/3(2022.05.08)
트럼펫의 구조를 설명한 그림 ©'작은대학교'님의 블로그

 

 서론에서 언급했던 장학퀴즈에 쓰인 곡은 대표적인 트럼펫 연주곡으로,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의 ‘트럼펫 협주곡 내림 마장조(Trumpet Concerto in E flat Major, Hob.VIIe/1)’예요. 이 곡은 하이든의 유일한 트럼펫 협주곡인데요. 그는 당시 새로 고안된 트럼펫을 위해 이곡을 작곡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경쾌하고 기쁨에 차있는 트럼펫 소리는 자연미를 잘 살린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죠.

  반면에 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는 곡도 있어요. 오스트리아의 고전 시대 작곡가였던 네포무크 훔멜(Johann Nepomuk Hummel, 1778-1837)이 작곡한 ‘트럼펫 협주곡 마장조(Trumpet Concerto in E Major, S.49)’는 자연스럽고 심플한 소리보다는 트럼펫의 화려한 연주 테크닉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금관악기 중 가장 고음역대를 연주하는 트럼펫은 한 번에 큰 압력을 불어넣어 연주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고음을 내기란 쉽지 않다고 해요. 소위 ‘삑사리’의 위험도가 큰 악기이죠. 그럼에도 승리는 이미 따놓은 듯, 트럼펫의 산뜻하고 경쾌한 이 음색은 강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들 중, 떨리는 순간을 앞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트럼펫 협주곡을 들어보시면서 여러분의 승리를 상상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여러분을 곧 파이팅 모드로 바꿔놓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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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18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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