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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⑤] 마네의 그림 속 이 악기, '피콜로' (feat. 플루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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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한 번쯤은 모두 본 적이 있으시겠죠? 앳된 얼굴에 아담한 체구의 소년이 검은색의 작은 악기를 불고 있는 제목이 말해주듯, 이 악기는 피리예요. 소년의 허리춤엔 하나 더, 황금색의 짧은 피리 가 달려있어요. 아마 이 소년은 이 악기들을 번갈아 가며 연주하는 모양이에요. 그 시절, ‘피리’라고 통칭되었던 이 악기들은 현재 자기만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요. 그 이름은 바로, 플루트와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있는, ‘피콜로’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케스트라에 플루트와 함께 편성되는 피콜로와 플루트 족에 대해 알아볼게요!

 

작은 고추가 맵다! 강렬하고 경쾌한 ‘피콜로’

  피콜로는 외관에서도, 소리에서도 콘서트 플루트와는 차이가 있어요. 이탈리아어로 ‘작은’이라는 의미를 가진 피콜로의 길이는 33cm 정도로, 콘서트 플루트의 절반에 지나지 않죠. 길이가 짧아진 만큼, ‘헤드(Head)’라 불리는 ‘윗관(Head Joint)’과 ‘바디(Body Joint)’의 두 파트로만 나뉘어요. 그렇다면 피콜로의 소리는 어떨까요? 피콜로는 콘서트 플루트보다 한 옥타브 높은 소리를 내요. 콘서트 플루트보다 2배는 더 강한 호흡으로 불어야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죠. 이렇게 직선적이고 강렬한 음색으로 피콜로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높은 음역대를 연주해요. 보통은 흑단 우드로 만들어지지만, 드물게 실버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지기도 한답니다. 

 

마네 <피리 부는 소년> 속 피콜로 ©Wikipedia
피콜로 ©Wikimedia 

 

  피콜로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면 대부분은 오케스트라 속 피콜로 연주를 통해서일 거예요. 피콜로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교향곡>(Symphony No.5 in c minor, Op.67)’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오케스트라 편성 악기로 인기를 얻어 왔으니까요. 하지만 피콜로만을 위한 연주곡도 있답니다.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며 지휘자인 로웰 리버만(Lowell Liebermann, 1961-)의 작품, <피콜로 협주곡 작품번호 50(Concerto for Piccolo and Orchestra, Op.50)>인데요. 이름에서부터 피콜로를 위해 작곡한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지죠?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 (Antonio Luci Vivaldi, 1695-1741)’가 작곡한 ‘리코더 협주곡 (Recorder Concerto in C Major, RV.443)’은 오히려 피콜로 협주곡으로 더 많이 연주되는 곡이기도 해요.

 

 

 

다 같은 플루트? 아니죠, 플루트 가족을 소개합니다!

  이제까지는 플루트보다 높은 음역대를 내는 피콜로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에는 플루트보다 저음을 연주하는 플루트 족 악기들을 소개할게요.  플루트 족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만큼, ‘플루트’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콘서트 플루트 외에도 다양한 플루트가 있거든요. 우선, 알토 플루트에 대해 알아볼까요? ‘알토 플루트(Alto Flute)’는 플루트보다 약 1.5배 정도 더 길고 두꺼운 악기로 4도 아래의 소리를 냅니다. 헤드는 일반적인 콘서트 플루트처럼 일자인 것과 굽어진 ‘J 자형(J-shaped head joint)’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크기나 소리가 콘서트 플루트와 확연히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 편성되어 있어도 알토 플루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알토 플루트는 콘서트 플루트에 비해 굵고 부드러우면서도 어두운 음을 내, 음색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죠. 피콜로처럼 확 튀는 음색은 아니더라도, 중간 음역을 탄탄하게 채워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어요. 알토 플루트의 우직한 매력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께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중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Symphony no.7 in C Mahor, Op.60 <Leningrad>)’을 추천할게요! 아, 알토 플루트의 솔로가 돋보이는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Daphnis et Chloe)>도 좋고요!

 

 

  높고 날카로운 음을 낸다고 생각했던 플루트가 낮은음도 낼 수 있다니 놀랍죠? 하지만 그 놀라움은 잠시 아껴두세요. 점점 더 낮은 음을 내는 플루트를 만나볼 테니까요. 콘서트 플루트보다 한 옥타브 낮은 소리를 내는 ‘베이스 플루트(Bass Flute)’도 있거든요. 현악기에 비하자면, 알토 플루트가 비올라 역할을, 베이스 플루트가 첼로 역할을 담당하는 격이죠. 베이스 플루트는 20세기에 제작되기 시작한, 비교적 최근에 탄생하게 된 악기예요. 콘서트 플루트에 비하며 길이도, 두께도 약 2배에 이르는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데요. 그 모양새도 남다르답니다. 베이스 플루트의 헤드는 한 가지, J자형으로만 쓰이거든요. 현대에 이르러 많은 플루트 연주자들이 베이스 플루트를 함께 연주하고 있어요. 콘서트 플루트는 저음역이 약한 악기이기 때문에, 베이스 플루트는 플루트 앙상블에서 베이스 영역을 담당하는 악기로 중요한 역할을 하죠. 베이스 플루트는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캐리비언의 해적’, ‘정글북’과 같은 영화 음악에도 사용되었답니다. 플루트 특유의 경쾌함과 함께 부드러운 저음을 갖춘 베이스 플루트의 음색은 캐주얼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분위기를 이끌어요. 클래식 음악에서도 베이스 플루트의 소리를 더 잘 들어보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세계적인 현대 음악 작곡가인 오스트리아의 ‘베아트 푸러 (Beat Furrer, Switzerland, 1954-)’의 오페라 작품 <기도(Invocation,2002)>를 들어보세요. ‘6번째 씬 (Invocation 6)’에서 베이스 플루트가 전면에 등장하거든요!

 

베이스 플루트를 연주하는 모습 ©pearlflute.com

 

  마지막으로 소개할 플루트 족 악기는, 현재 연주되고 있는 플루트 악기 중 덩치로도 1등, 낮은 소리로도 1등인 ‘서브 콘트라베이스 플루트(Subcontrabass Flute)’예요. ‘더블 콘트라 알토 플루트(Double Contra-alto Flute)’라는 다른 이름도 있죠. 약 4.6m 길이의 서브 콘트라베이스 플루트는 콘서트 플루트보다 3옥타브 낮은 음역대를 연주하는데요. 크기와 무게가 남달라 옆으로 들어서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로로 세워서 연주해요. 서브 콘트라베이스 플루트는 아주 가끔 플루트 오케스트라에서 현악기 군의 더블베이스 역할을 하지만 악기 자체가 희귀해서 널리 연주되지는 않는 악기예요.

 

다양한 서브 콘트라베이스 플루트의 연주 모습 ©contrabassflute.com

 

  콘서트 플루트 외에도 플루트 족의 여러 종류들, 피콜로나 알토 플루트, 베이스 플루트, 서브 콘트라 베이스 플루트 모두 오케스트라에 등장하는 악기예요. 콘서트 플루트의 제한된 음역대를 보충해주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무대에 올라 색다른 외관과 음색을 자랑하기도 하죠. 비슷비슷해 보이는 피리라도 다 같은 피리가 아니라는 점, 잘 아시겠죠?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보아왔던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에 이미 도가 트인 여러분께도 색다르고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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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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