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보면 많은 걸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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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2022년은 ‘호랑이’의 해입니다. 용맹한 성격과 늠름한 풍채 덕에 예로부터 힘의 상징으로 여겨졌는데요. 사실은 호랑이가 자연계의 일인자가 아닌 최약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현재 호랑이는 멸종위기종 1급에 속하는 동물이에요. 지구상에서 빠르게 사라질 동물 중 하나라는 뜻이죠.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불법 포획, 사냥 등이 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호랑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물이 비슷한 이유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답니다. 그런데 잠깐! 기후변화와 불법 포획 또는 사냥은 모두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노력으로 다시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있어요. 고상우 작가는 동물들을 위해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사비나 미술관에서는 세계 자연 기금(WWF)과 공동으로 주최한 고상우 작가의 특별전 <Forever Free-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가 8월 2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에요. 어떤 의미가 담긴 전시인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눈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서로 간에 눈과 눈을 맞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눈을 맞춘다는 건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것을 나타내죠. 때로는 말없이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통하기도 하고요. 고상우 작가는 동물과도 눈을 맞추고 교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눈을 맞출 때 비로소 그 동물의 입장을 헤아리고 대화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정면 초상화는 대상의 권위, 생각, 감정 등을 나타내는 수단이랍니다. 즉, 동물을 정면 초상화로 담아냄으로써 동물도 생각과 감정을 가진 하나의 주체라는 사실을 드러낸 거예요. 정말로 전시에 가서 그림 속 동물들의 눈을 바라보면, 묘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그 동물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나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고상우 작가의 작품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어요.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푸른 계열의 색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고상우 작가는 인물을 찍는 사진작가였는데요. 당시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한 뒤 작품에 변화를 주게 된 거예요. 자신의 피부 색깔을 반전시켜 푸른색으로 표현함으로써 인종 차별에 항의했던 것이죠.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에서도 이를 적용한 것은, ‘종 차별 반대’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자 함이랍니다. 단지 신비롭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동물들을 파랗게 표현한 것인 줄 알았는데, 꽤 심오한 의도가 담겨 있죠?
![고상우 '검은 별', Ultrachrome HDR Print on Museum Glass, 210x150cm, 2022. [사비나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yna.co.kr/etc/inner/KR/2022/06/15/AKR20220615056800005_01_i_P4.jpg)
이렇게 정면을 바라보는 푸른색의 동물들을 보다 보면 표식 하나가 눈에 띌 거예요. 분홍색 하트인데요. 동물들의 눈에 꼭 그려져 있죠. 이 하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어요. 동물도 인간처럼 심장을 가졌다는 것, 멸종위기에 처한 탓에 그 심장 박동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답니다.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하트이지만 슬픈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어요! 모든 동물이 눈에 하트를 가지고 있지만, 멸종위기종 중 유일하게 개체수가 증가한 판다만큼은 가슴에 하트를 품고 있거든요. 다른 동물들의 하트도 모두 눈에서 가슴으로 옮겨갈 수 있게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사실적인 묘사의 비법? 디지털드로잉!
고상우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이게… 그림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눈동자가 매우 사실적이고, 잔털이 보일 정도로 털 표현도 정교하거든요. 일반적인 드로잉으로는 이렇게 그릴 수 없을 듯하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고상우 작가의 작업 과정을 공개할게요! 그는 기본적인 드로잉이 끝나면 꼭 디지털 드로잉을 이용합니다. 디지털 툴로 작업하면 훨씬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거든요. 그의 작품이 극사실주의적인 이유랍니다.
작가의 표현은 단순히 디지털 드로잉으로 끝나지 않는데요. 자신의 작품을 NFT(대체 불가 토큰)로 만들기도 하고 이 NFT를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을 다시 NFT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도 이런 형태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라는 작품은 코끼리가 지구 위를 걸으면서 화석이 되어가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에요. 드로잉과는 다른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죠!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작품들도 이번 전시의 묘미랍니다. 2, 3층 전시실의 작품 대부분은 디지털 드로잉이지만, 3층 전시실 한쪽 벽면은 아날로그 드로잉 작품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어요. 동물과 공생하자는 캠페인 '#KOHEXIST'에서 진행한 작품들이죠. 동물들과 눈을 맞출 수 있는 정면 초상화라는 점은 같지만, 디지털 드로잉과는 확연히 다르니 두 표현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겠네요!
😮인공지능과 함께 그린 그림?!
고상우는 이렇듯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작가예요. 놀랍게도 그는 인공지능을 작업의 보조자로서 활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역시 하나의 예술자, 협업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릴 수가 있어?’ 의아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네,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지능 칼로(Kalo)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거든요! 이 작품의 제작 과정 역시 매우 특이해요. 고상우 작가가 동물을 주제로 시나 문구를 적으면, 칼로가 그걸 토대로 작품을 그려내는 거죠. 그럼 작가는 다시 그 그림들을 이용하여 작품을 완성하고요. 텍스트에서 비롯된 인공지능 그림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관객들이 작품 제작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존도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아도 좋겠어요! 인공지능과 협업한 작품이 전시되었다는 게 충격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이런 전시가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칼로 외에도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의 협업 작품이 더 주목받을 만한데요. 인간과 인공지능이 예술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인공지능 화가의 그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디지털 드로잉이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보아도, 동물의 극사실적인 표현이 인상적이에요. 특히 세세하게 표현한 털의 질감이 아주 뛰어나서 만지면 만져질 듯해요.
- - 그림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KOHEXIST 캠페인을 통해 그려진 아날로그 드로잉 속에 존재하는 사회, 환경 문제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답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오디오 도슨트의 설명은 좋지만 이용하기가 어려워요. 작품명을 확인하고 직접 찾아서 클릭해야 하거든요. 템플릿이나, 전시 자체에 글로 된 해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디오 도슨트의 설명이 중요해서 더 아쉬운 부분인 것 같아요.
💬Editor’s Comment
멸종위기 동물, 정면 초상화와 푸른색, 하트, 디지털 드로잉까지… 주목할 점이 정말 많은 전시죠. 그러나 그 모든 표현 방식과 특성의 주제는 하나입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눈을 보고, 감정을 느끼고, 더 이상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죠. 이번 전시에서는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의 서식지를 보호한다는 것은 호랑이를 넘어 야생동물과 자연, 그리고 사람을 보호한다는 의미라는 것이죠. 호랑이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세상이라면, 다른 동식물과 사람마저도 잘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는 뜻인데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동물과 눈을 맞추고 멸종위기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노력한다면 판다처럼 가슴에 하트가 있는 동물들이 많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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