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직접적이지 않아 더욱 가슴 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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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발발한 전쟁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00년도 채 되지 않은 과거에 전쟁의 아픔을 겪었고요.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 그 이상이에요.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재정 및 무역 적자를 야기하죠. 또 그 후유증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됩니다. 그렇다면 전쟁으로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네, 일반 시민들입니다. 국가 간 이해관계 갈등 때문에 일상과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현재 이 시간에도 끔찍한 전쟁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오늘은 전쟁 피해자들의 인권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전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는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PEACE for CHILD : 전쟁 속 어린이를 위한 평화의 기도>가 진행되고 있어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희생된 민간인, 특히 아이들을 위해 평화를 기원하는 취지랍니다. 지금도 분쟁 지역의 어린이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의도적인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요. 전쟁에서 아동은 성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고통받습니다. 신체적으로 성인에 비해 훨씬 약하기도 하고 성인보다 많은 것을 잃게 되죠. 인간의 신체 및 심리적 발달은 어린 시절에 경험하는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으니까요. 때문에 전쟁을 겪은 아이들은 평생 그 충격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죠. 태어나자마자 위험에 노출되는 아이들도 정말 많습니다. 무고한 전쟁 피해자인 아이들에게 이 전시로 조금이나마 희망이 전달되기를 바라요.

 

<PEACE for CHILD> 전시 포스터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서울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금요 평화 촛불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참여연대

 

💡알레고리 기법=다른 것으로 말하기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전쟁, 인권, 어린이를 주제로 상징과 은유 그리고 ‘알레고리’ 기법을 통해 표현되어 있습니다. 상징과 은유는 들어본 것 같은데, 알레고리는 낯설다고요? 먼저 단어의 어원을 아셔야 될 것 같아요. 알레고리(Allegory)는 그리스어 ‘다른(allos)’과 ‘말하기(agoreuo)’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allegoria(알레고리아)’의 영어식 표현이에요. 이것은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수사법 중 하나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다른 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이솝 우화’를 떠올리시면 될 것 같아요. 금도끼 은도끼, 양치기 소년, 여우와 두루미 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과도한 욕심, 어리석음, 게으름 등을 꾸짖는 내용이잖아요. 이것이 바로 알레고리입니다.

  이처럼 알레고리는 문학에서 수사의 한 갈래로서 전해져 왔어요. 그런데 이제는 미술의 영역에서도 주요한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았죠. 그렇다면 시각적 알레고리가 적용된 미술 작품은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재현된 이미지를 표면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관람자가 상상해 보는 거예요.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해석해도 되고,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뒷이야기를 추측해도 좋죠. 핵심은 각자 의미를 만들며 자유롭게 감상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설명으로만 접하니 알 듯 말 듯 헷갈리시죠? 전시된 작품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아래 작품을 함께 볼까요?

 

뮌 <휴먼스트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뮌 작가의 <Human Stream>를 보면 ‘인산인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 지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다들 무엇을 위해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일까요? 목표를 향한 힘찬 발걸음일 수도, 혹은 두려운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질주일 수도 있죠. 이동의 이유와 목적지는 관람자의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품이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도록 의미를 숨겨놓은 것이 바로 ‘알레고리’이고요. 작품으로 살펴보니 이해가 한층 쉬워졌죠?

 

🧱붉은 벽돌이 들려주는 웅장한 역사 이야기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바로 옆에는 서소문 역사공원이 있는데요. 이곳은 조선시대 때 대역 죄인들의 처형이 이루어지던 곳이었습니다. 특히 19세기 천주교 신자들이 대거 처형당한 곳이기도 하죠. 공원 안에 있는 '서소문 밖 순교자 현양탑'이 아픈 과거를 보여줍니다.

 

 서소문역사공원에 자리한 ‘서소문 밖 순교자 현양탑’ ©goodnews 자료실

 

  사방이 붉은색 벽돌로 높게 둘러싸여 자아내는 웅장함!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 한 번 방문하면 잊을 수 없는 풍경입니다. 그 규모가 주는 압도감이 박물관의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하는 듯해요. 특히 박물관 내 '하늘광장'에서 그 대단함을 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지하에서부터 지상의 공원까지 일직선으로 개방된 공간이에요. 하늘과 땅이 소통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하늘광장 한쪽에 있는 '서 있는 사람들'이라는 작품도 깊은 의미를 가지는데요.

 

<서있는 사람들> ©서울경제

 

  이는 서소문 밖 네거리 형장에서 종교로 박해받다 순교한 44인의 성인(聖人)을 형상화한 예술작품이에요. 이 작품이 더 의미를 가지는 것은, 침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무거운 기차가 수천, 수만 번 지나가는 동안 짓밟히며 누워 있었던 침목이 <서 있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으로 재탄생한 거죠.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모습으로요. 이러한 모습이 순교성지의 공간이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인 이곳에서 역사에 기록될 뼈저린 현장을 이야기하고 있다니, 전시 주제와 잘 어울리는 뜻깊은 곳이죠.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알레고리 기법’으로 표현되어 있어, 자유로운 감상이 가능해요. 오히려 더욱 깊은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듯해요.

-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오브제,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을 폭넓게 아우르는 작품들 덕분에 전쟁과 인권에 대한 주제에도 관심과 집중이 더욱 깊어질 수 있었어요.

 

💬Editor’s Comment

 2015년 시리아 난민이었던 2세 소년, 아일란 쿠르디가 터키의 휴양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알고 계시나요? 저는 이 사건을 재현한 임영선 작가의 작품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누구나 난민 또는 이주민의 처지가 될 수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전쟁이 끝나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현재도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진행 중이고,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상태예요. 우리도 얼마든지 전쟁 피해자, 전쟁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습니다.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야 해요. 더 이상 무고한 희생이 생겨서도 안 되고요.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 하루빨리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임영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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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16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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