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푸바오 삼각김밥 뒷모습에 빠졌다면, 이 뒷모습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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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떠올리면 알록달록한 단풍과 시끌벅적한 한가위가 떠오르면서 한편으로는 쌀쌀한 바람과 찾아오는 고독함으로 아련해지기도 해요. 이렇게 가을을 타는 느낌이 들 때면 유독 생각나는 화가가 있는데요? 바로 빌헬름 함메르쇼이(Vilhelm Hammershøi)에요.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아마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덴마크 출신의 예술가이기 때문일 거에요. 게다가 그의 작품은 유독 눈에 띄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답니다. 하지만 함메르쇼이의 작품은 덴마크 내에서 최고의 경매가를 지닌 만큼 덴마크 사람들이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이에요. 대체 그의 작품은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 조용한 그림의 조용한 반항

Portrait of a young girl(Vilhelm Hammershøi, 1885) ⓒWikiart

  빌헬름 함메르쇼이는 1864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예술적 재능을 보였던 그는 8살부터 본격적인 교육을 받기 시작했죠. 그리고 1885년 ‘젊은 여성의 초상(Portrait of a young girl)’이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해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작품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외면받고 마는데요? 그가 그린 초상화가 기존의 초상화와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였어요. 당시 초상화는 인물의 특징이나 분위기를 담아내야 했는데 보다시피 배경이나 의상에서 계급 혹은 직업을 드러낼 만한 디테일을 전혀 찾을 수 없었죠. 또한 인물을 담아내는 구도 역시 문제가 되었어요. 어떠한 드라마나 질문도 드러나지 않은 자세인 데다가 마치 찰나의 한순간을 사진으로 찍은 듯한 어색한 모습은 보는 이에게 불편하게 느껴졌죠.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 그림에 큰 영감을 받기도 했는데요? 바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Renoir)’랍니다.
 

The milkmaid(Johannes Vermeer, 1660) ⓒRijksmuseum

  네덜란드로 여행을 떠난 함메르쇼이 역시도 한 작가에게 영감을 받는데요? 그의 이름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nness Vermmer)로 우리에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우유를 따르는 여인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베르메르의 작품은 대개 방 안을 배경으로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함께 조용하고 차분한 인상을 주는 단일한 인물을 그린 것이 특징이에요. 베르메르가 작품활동을 했던 17세기가 복작복작한 집안과 장식물로 캔버스를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을 생각하면 마치 함메르쇼이와 닮은 부분이 있었죠.  

 

🔄 한 방을 60번 이상 그린 화가

Interior. Strandgade 30(1901, Vilhelm Hammershøi) ⓒstaedelmuseum

  덴마크로 돌아온 함메르쇼이가 본격적으로 작품을 그린 것은 1898년부터 1909년까지 Strandgade 30에 머물면서 에요. 그는 자신이 사는 집 안을 몇 번이고 반복해 그리기 시작했죠. 하지만 보다시피 그의 그림에는 단출한 인테리어와 가끔 등장하는 아내 외에는 어떤 특징도 찾아보기 힘들어요. 다른 작품들 역시도 문, 탁자, 의자처럼 생활에 쓰이는 단순한 가구와 눈에 띄지 않는 창문, 벽지, 바닥 등만이 캔버스를 채우고 있을 뿐이죠. 게다가 회색과 채도가 낮은 어두운 색조로 덮인 그림은 더욱 정적인 느낌을 주고 고립감을 심화시키는 듯해요. 강렬한 색조인 야수파와 입체적 형태를 연구하던 큐비즘이 태동하던 시기였던 걸 생각하면 유독 거리가 더 멀었죠. 그럼에도 그는 삶을 마칠 때까지 자신의 작품을 고수했어요. 위의 그림과 아주 닮은 아래의 그림 역시도 그가 이사한 집의 방인데요? 놀랍게도 그 집은 살던 곳의 바로 옆 집인 Strandgade25 였답니다.

 

The Four Rooms (1914, Vilhelm Hammershøi) ⓒWikiart

 

🔎 침묵에 담긴 수수께끼

The uncanny (1905, Vilhelm Hammershøi) ⓒrodicdavidson.co.uk

  함메르쇼이는 대체 왜 이러한 그림을 그렸던 걸까요? 사실 답변은 침묵에 잠겨있어요. 매우 정적이고 절제된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스스로 어떤 것을 찾아야 할 것만 같죠. 흥미로운 작품 하나는 그가 그린 영국의 대영박물관이에요. 그가 창밖에서 바라본 대영박물관의 길거리에는 어떠한 인물도 등장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 근처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었기에 그가 의도적으로 인물을 그리지 않았다는 해석이 많아요. 아무도 없는 길거리가 주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사람이 없는 회색빛의 거리는 더욱 쓸쓸하게 느껴져요.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의 작품에서 인물들은 항상 보는 이와 따로 떨어져 있거나 등을 돌리고 있으며 자신만의 어떤 행동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이에요. 그의 작품에 영향을 준 베르메르의 작품에서 인물의 행위만은 분명했지만 그는 거기서 더욱 나아가 인물이 무얼 하는지조차 불분명하게 표현하여 마치 퍼즐을 푸는 듯한 인상을 주죠.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모습들이 사색과 평온함을 주기도 해요. 무엇도 일어나지 않는 공간은 차분한 느낌을 주죠. 마치 있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Interior (1899, Vilhelm Hammershøi) ⓒtate.org.uk

  어쩌면 이러한 오묘한 느낌이 함메르쇼이가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고독하고 외롭고 조금은 긴장되지만, 한편으로는 신비롭고 침착하고 절제되어 안정적이죠. 화가인 그조차 철저히 배제되어 그림 그 자체만 남아버린 작품들은 결국 언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게 돼요. 그래서일까요? 그의 그림은 마치 이 가을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ditor's Comment

계절에 맞게 작은 엽서 그림을 걸어두는 것이 저의 즐거움인데요? 그렇게 지금은 빌헬름 함메르쇼이의 그림과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그리고 고흐의 그림이 걸려있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찾아 걸어 둔다는 건 그 계절을 더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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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1-12

키워드

#미술 #가을 #빌헬름함메르쇼이 #덴마크 #20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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