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연기를 위한 다섯 가지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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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 뜨거운 여름이 끝날 때쯤이면 ‘연기 입시 철’이 시작이 되죠. 늦가을 수시 전형으로 시작해서 한참 추운 이듬해 초, 정시 입시까지 치러지는데요. 보통 이 시기에 다양한 학교에 수시와 정시를 같이 준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시생들은 각 학교마다 차별화된 실기 준비에 눈치 게임까지 해야 하니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금도 올해 실기 입시를 위해 치열하게 연습에 매진하고 있을 입시생들을 위해, 10여 년 동안의 입시심사 경험을 바탕으로 합격을 위한 다섯 가지의 조언을 드릴까 해요.
Check Point 1. 나의 입시작은 나와 찰떡궁합인가?
첫 번째는, 나와 찰떡궁합인 희곡을 찾아라!입니다. 입시생들이 희곡을 읽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최대한 많은 희곡을 경험해야만 나에게 맞는 희곡도 고를 수 있어요.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학원 선생님들이 연기할 희곡과 장면을 정해주시는데 달리 문제 될 것이 있겠느냐고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학원 선생님들이 나 자신보다 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요? 연기란 나의 몸과 마음을 통해서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니 만큼, 희곡을 대하는 나의 진정성 또한 중요합니다.

스승을 두고 지도를 받고 있는 입시생들이라면, 이 부분에서 조율이 필요해요. 선생님들은 나름대로의 판단 아래 학생들에게 적절한 희곡을 제시해 줄 수 있고, 학생들은 그 희곡이 나에게 어느 정도 맞을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하는 것이죠. 이 서로 간의 타협을 위해 입시생들은 희곡에 최대한 많이 노출되어 있어야 하는 거예요. 내가 얼마나 많은 희곡을 읽었고 그 안에 캐릭터들을 고민해 왔는지가 결국은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희곡을 선택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됩니다. 본격적인 실기 연습이 들어가기 전 충분한 시간을 희곡 읽기에 매진해 보시길 바랍니다.
Check Point 2. 치밀한 분석이 선행되었는가?
두 번째, 표현하기 전에 분석이 먼저!라는 것이에요. 연기를 잘하는 방법이 궁금하신가요? 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방법이 있습니다. ‘표현 전에 분석하라’라는 것이죠.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본 입시생들 중 많은 수가 분석에 바탕을 둔 창의적 표현보다는, 틀에 박힌 상투적 표현 혹은 터무니없이 왜곡된 표현을 외워 입시를 보더군요. 표현은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좋은 분석에서 좋은 표현이 도출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순서입니다.
표현은 한번 시작해서 몸에 붙이기 시작하면 다시 백지상태로 돌아오기 힘들어요. 때문에 정확한 분석과 확신이 서기 전에는 표현에 대한 생각은 잠시 미루고, 분석에 매진하는 것이 좋아요. 분석이란 말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간략히 정리된 분석표 위에 본인이 선택한 희곡을 대입시켜 내려가다 보면, 희곡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최대한 올릴 수 있을 거예요.
Check Point 3. 캐릭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세 번째는, 캐릭터를 최대한 키워내기!입니다. 보통 연기 입시를 위해서 1년에서 2년 이상까지도 준비한다고 해요. 입시생들은 연기 초보자들인 셈이고, 희곡과 연기할 캐릭터의 선택이나 장면 선별까지만 해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하지만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캐릭터가 캐릭터답게 보이지 못하는 경우 당연히 감점될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입시생들이 연기하고 있는 희곡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가 최소한 어느 정도 표현돼야 하는지 정도는 가늠할 수 있어요. 기준 미달은 불합격의 가능성이 짙어질 수밖에 없죠.

희곡 분석과 연계하여 캐릭터 분석도 역시 꼼꼼히 해야 하고 분석한 내용이 어떻게 하면 내 몸에 유리하게 적용할지도 고민해야 해요. 그리고 영상을 시청하거나 실제 공연을 직관하여 본인이 연기할 캐릭터의 완성본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기성 배우들이라면 권장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지만 초심자인 입시생들에게는 감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답니다.
Check Point 4. 나의 수준에 맞는 작품을 선택하였는가?
네 번째, 어려운 작품보다는 본인의 수준에 맞게! 예요.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입시 심사장에 가보면 입시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가령, 장 주네의 <하녀들>이란 작품을 선택한 입시생들이 몇 있었는데요. 이 작품은 대단히 상징적이고 시적인 작품이라 난해한 편이죠. 저들은 이 작품에서 대사가 잘 보이는 부분을 잘라내 연기했는데요. 이런 경우 전 과감히 선택의 오류라고 단언하곤 합니다.
모든 작품이 입시생 본인에게 딱 맞을 순 없겠죠. 또한 연습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긴 합니다만, 굳이 어렵고 난해한 작품을 선택해서 모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희곡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자신 있게 표현하기 힘들어요. 결국 작품을 느끼기보다는 대사와 동선을 외우기만 해서 발표하는 허무한 결과를 초래하기 쉬우니까요.
Check Point 5. 표현이 과하지는 않는가?
마지막으로, 과유불급! 표현이 과하면 불편하다는 것이에요. 제가 가장 흔하게 목격했던 광경은 입시생들의 과한 연기적 표현이에요. 심사위원들은 쉬는 시간에 종종 제발 소리 좀 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곤 해요. 필요한 만큼의 연기적 에너지가 필요 이상의 물리적 에너지로 둔갑하면 행동은 부자연스럽고 목소리는 그저 소음에 불과한 것이 돼요. 입시생들은 이 시간을 위해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쓰며 있는 힘껏 달려왔으니 시험장 안에서 모든 것을 쏟아 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몇 분의 연기를 위해 왜 그렇게까지 긴 시간을 할애해왔는가'입니다. 가능한 한 정교한 연기적 표현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 연기적 표현에는 ‘감정’이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늘 포함되어 있는데요. 움직임을 외우고 소리를 다듬는 것에는 늘 감정이 수반되기 때문이에요. 표현과 감정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매 순간에 꼭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몸이 기억하게 하는 것, 이 연습을 위해 그렇게 긴 시간을 투자한 거예요. 섣부른 욕심에 그저 순간적으로 과한 에너지를 써버리는 실수를 해선 안되겠죠.

연기 입시를 준비하시는 입시생들에게 다섯 가지의 조언을 드렸는데요. 내용이 너무 원론적 아니냐며 좀 더 직접적인 팁을 요구할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혹여나 그런 팁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글에서 말씀드리진 않을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희곡을 섭렵하여 나에게 적합한 대본을 찾는 것, 작품 및 캐릭터 분석에 바탕을 두고 표현을 찾는 것, 그리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하여 춤추지 않는 좋은 표현과 감정을 유지하는 것들은 입시를 떠나 연기를 시작하는 모든 분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에요. 이 글이 입시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노력에 걸맞은 좋은 결과 모두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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