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여름에 어울리는 오싹한 로맨스 '고딕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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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계절에 수요가 증가하는 것들이 있죠. 여름엔 워터파크가, 겨울엔 캐럴이 그렇습니다. 저는 여름이 되면 공포 영화가 떠올라요. 오싹함으로 무더위를 날려 버리자는 광고와 함께, 공포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극장이 크게 붐비지 않습니다. 여름을 맞아 개봉하는 공포 영화의 수도 현저히 줄었고요. OTT 플랫폼과 팬데믹, 영화값 인상 등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물론 집에서도 공포 영화를 찾아볼 수 있지만, 영화관 특유의 압도적인 사운드와 깜깜한 공간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내가 더 무섭다며 경쟁하듯 개봉하는 공포 영화를 취향에 맞게 골라서 보는 재미도 그립고요. 변해버린 극장가 풍경에 저처럼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공포 영화를 대신할 새로운 취미 활동을 알려드릴게요. 바로 ‘고딕 소설’입니다. 

 

🙄고딕은 고딕체밖에 몰라

  고딕 소설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볼게요. 고딕 소설은 공포 소설에 로맨스 요소가 결합된 문학 장르를 뜻해요. 그런데… 고딕은 건축 양식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고딕이라는 명칭은 12~15세기의 고딕 양식 건축물처럼 음산한 분위기의 이야기 장르라서 붙여졌어요. 고딕 소설은 근대 유럽의 신비주의에서 비롯된 오컬트 붐과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꽤 오래 인기를 끌었답니다. 특히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19세기 초중반 무렵에는 바다 건너 미국까지 영향을 주었죠. 그 결과 남부 고딕이라는 파생 장르가 탄생하기도 했고요.

  고딕 소설의 클리셰는 이름과 달리 거의 빅토리아 시대 때(1837년 ~ 1901년) 완성되었어요. 빅토리아 시대에 특히 고딕 소설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대부분의 고딕 소설이 빅토리아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답니다. 이야기의 주요 공간적 배경도 그 시대와 밀접한 고성이나 을씨년스러운 저택이고요. 야외 배경을 활용할 때에도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숲이나 늪지대를 많이 선택하곤 해요. 소설에 나오는 주요 빌런 역시 악마의 하수인처럼 지옥에서 온 존재 내지는 악마를 숭배하는 이단자를 많이 등장시키죠. 연쇄 살인마, 정신이상자처럼 현실에서 볼 법한 소재를 많이 쓰는 오늘날의 공포 소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에요.

  굉장히 특이한 문학 장르죠? 요즘에는 드문 장르라서 설정 하나하나가 더 신선해 보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고딕 소설의 숨겨진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세 작품을 소개하고자 해요. 모두 입문작으로 좋은 작품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할게요!

 

고딕 양식 건축물 ⓒUnsplash

 

🌲숲 속의 음침한 저택…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

 

소설 <숲 속의 로맨스> 표지 ⓒ고딕서가

 

  앤 래드클리프는 고딕 소설의 대모라 불리는 18세기 영국의 여성 작가예요. 영국의 대표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앤의 소설을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켰을 정도로 유명했죠. 앤의 창작 활동은 결혼 후 시작되었는데요. 아내의 자질을 발견하고 남편이 적극적으로 격려해준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래서인지 인기 작가가 되고 많은 수입을 얻은 앤은 다섯 번째 소설을 출간한 이후, 남편과 함께 영국을 여행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숲 속의 로맨스>는 그가 두 번째로 출간한 장편 소설입니다. 그를 인기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죠. 이 작품은 ‘음침한 저택에 들어간 여성이 그곳에 살고 있는 남자와 얽힌다.’는 고딕 소설의 대표적인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고 있어요. 주인공 아들린은 수녀가 되길 거부하여 아버지에 의해 도망자 신세가 되는데요. 그에게 성적 욕망을 느낀 몽탈 후작에 의해 숲 속 고성에 갇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초자연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도 고딕 소설의 클리셰예요. 몽탈 후작의 고성에서 발생하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기댈 곳 없는 아들린의 상황을 더욱 극대화하여 보여주죠.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도 존재합니다. 아들린의 독립성을 강조한 부분이죠. 물론 남자 앞에서 약해지는 모습도 묘사가 돼요. 하지만 이는 18세기 소설이기에 자연스러운 설정이고, 주체적인 모습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동시대 소설들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들과의 관계에 있어 이성을 유지하고, 고난을 해결하기 위해 모험을 감수하는 등 아들린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능동적인지 보여주고 있답니다. 

 

😮7장이 채 안 되는 소설?

 

소설 <에밀리를 위한 장미> 표지 ⓒ무블출판사

 

  <에밀리를 위한 장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소설입니다.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몰락한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인 에밀리의 사랑과 그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주내용이에요. 놀랍게도 7장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인데요. 때문에 전개도 굉장히 빠르답니다. 그 짧은 분량 안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죠. 에밀리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랍니다.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에 에밀리는 고난이 생길 때마다 자신을 세상과 단절시켰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랬고, 애인이 그를 두고 떠났을 때도 그랬죠. 마을 사람들이 접촉을 시도할 때도 에밀리는 일반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였어요.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에밀리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려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가문의 정신질환 가족력을 꼬투리 잡으며 비난했죠. 한때는 사랑을 즐기고, 도예 그림 강습도 하며 나름대로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시도도 했었지만, 점차 마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저택의 문은 끝내 닫히고 맙니다.  

  <에밀리를 위한  장미>는 기묘한 저택 안에 자신을 가둬버린 에밀리의 뒤틀린 사랑 이야기지만, 에밀리를 제멋대로 재단하는 마을 사람들의 잔인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로맨스에만 집중하는 여타 고딕 소설들과 달리 심오한 메시지 전달에도 신경 쓴 흔적을 엿볼 수 있죠. 분량도 부담 없으니, 여러모로 고딕 장르 입문작으로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브론테 자매 빼고 고딕 소설을 논할 수 있나요

 

소설 <제인 에어> 초판 표지 ©Wikipedia

 

  샬롯 브론테는 영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브론테 자매 중 첫째입니다. 브론테 자매는 총 세 명으로, 이들 모두 명작을 집필한 작가로 유명한데요. 특히 샬롯은 <제인 에어> 덕분에 생존 당시, 가장 높은 인기를 끈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제인 에어>는 고딕 소설이 가장 인기를 끌었던 빅토리아 시대 때 출간된 작품이에요.  <제인 에어>의 시간적 배경도 빅토리아 시대고, 해당 작품을 쓴 샬롯 브론테 역시 빅토리아 시대의 인물이죠. 다시 말해 <제인 에어>는 고딕 소설의 대표 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는 주인공 제인 에어는 결혼을 비롯해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본분을 지속적으로 강요받아요. 빅토리아 시대 역시 여성의 조신함과 결혼을 중시하는 가부장제 사회였고요. 다만 여성에 대한 가치관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던 과도기적 시대이기도 해서 제인 에어의 캐릭터성이 유지될 수 있었답니다. 제인은 결혼에 대한 압박으로 엉뚱한 사람과 결혼할 뻔했지만, 결국 자신의 뜻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결혼하거든요. 물론 결혼뿐만 아니라 삶 전반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했습니다. 때문에 <제인 에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끎과 동시에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어요. 정치적 반역과 분노로 가득하다는 이유로 금서에 지정되기도 했답니다. 

 

💬Editor’s Comment

  뜨거웠다가 축축했다가, 종잡을 수 없는 여름 날씨! 조금만 움직여도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이 계절에는 역시 시원한 집에서 취미 활동하는 게 최고죠? 좁은 반경에서 하는 활동은 한계가 있지만, 고딕 소설에 한번 빠지면 그 무궁무진함에 매료되실 거예요. 음산한 대저택에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슬슬 가을 날씨가 찾아와 선선해지고 있는 요즘인데요. 여름이 떠나가기 전에 고딕 소설 한 편쯤은 꼭 함께해보시길 바랄게요.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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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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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고딕소설 #로맨스 #공포 #여름 #빅토리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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