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노벨문학상 수상자 글에 숨겨진 비밀 3가지! 욘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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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여러 상들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벨상을 떠올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10월이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됩니다. 오늘은 하루예술의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노벨 문학상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2021년에는 압둘라자크 구르나, 2022년에는 아니 에르노에 이어 올해는 과연 누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까요?

 

👤 욘 포세, 그는 누구인가?

욘 올라브 포세 ⓒnobelprize.org

  지난 10월 5일 발표된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욘 올라브 포세(Jon Olav Fosse)입니다. 스웨덴 학술원(Swedish Academy)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이유로 욘 포세를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욘 포세의 일생을 돌아보면,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Haugesund)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를 하르당에르피오르(Hardangerfjord)에서 보냈습니다. 1975년 베르겐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1983년 『레드, 블랙』이라는 소설로 데뷔했습니다. 생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희곡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이후 ‘21세기의 사무엘 베케트’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희곡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대표적인 희곡 작품으로는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이름』, 『기타맨』,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겨울』이 있습니다.

  욘 포세는 2000년 『아침 그리고 저녁』을 발표하면서 ‘노르웨이를 빛낸 가치 있는 작품’에 수여하는 멜솜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시기부터 그는 희곡보다 소설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대표 소설로는 『보트하우스』, 『멜랑콜리아 I-II』, 『3부작』, 『7부작 새로운 이름: 셉톨로지 VI-VII』 등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작가 인생에 전환점이 된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과 욘 포세의 작품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 대표 작품 『아침 그리고 저녁』

아침 그리고 저녁 ⓒ문학동네 홈페이지

  『아침 그리고 저녁』은 어부 요한네스의 탄생, 흘러간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어부의 삶과 죽음을 다루지만, 그 속에서 느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언젠가 아무리 애를 써봐도 미끼가 가라앉지 않자 그는 이제 낚시는 할 만큼 했다고 마음을 다졌다, 낚시는 이제 다른 사람의 일이다, 그는 그의 몫을 다했다,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거리를 따라 걷는다, 어쨌든 서쪽 만으로는 갈 수 있으니까, 어쩌면 가다가 얘기를 나눌 만한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페테르의 집을 건너다보니 그 집도 달라 보인다, 그런 모습은 처음이다, …”(p.46)

  우선 마침표가 거의 없습니다. 문장이 쉼표로 이어지거나 쉼표조차 없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 비슷한 문장과 말이 반복되고, 비문도 많습니다. 이러한 표현 방식 덕분에 요한네스의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어느새 요한네스의 생각을 자연스레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럴 줄 알았네, 오늘 저녁에는 거기 좀 들여다볼까 해서, 페테르가 말한다

거기 맡길 게 있나보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렇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한 발을 들어 장화를 보여준다

여기 이 옆에 찢어진 데 말이야, 그가 말한다

그리고 페테르는 장화의 찢어진 부분을 보여준다

그래 구두장이 야코프한테 가면 뚝딱 고쳐주겠지,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렇고말고, 페테르가 말한다

구두장이 야코프 솜씨야 두말할 것 없지, 그가 말한다“ (p.66)

  또 다른 특별한 점은 인물의 대화 사이에 생기는 여백입니다. 대화 사이의 여백은 인물이 침묵하는 순간들을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인물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들이 말하지 않은 것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무엇이 특별했을까?

욘 올라브 포세 ⓒnobelprize.org

  이런 점들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욘 포세의 문체 때문일 겁니다. 매력적이고 독특한 음악적 구조를 가진 그의 문체는 어린 시절에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합니다. 어릴 적 음악을 일찍 접한 욘 포세는 16세 이후로 음악을 그만두고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글 속에 음악의 형식을 적용하여 고유한 문체를 완성했고, 현재는 그의 글들이 ‘음악적 산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욘 포세의 글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요?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요한네스의 삶과 죽음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삶과 죽음을 떠올려보게 하고, 지나간 삶과 앞으로 다가올 삶을 상상하게 해 줍니다. 욘 포세는 다른 여러 작품에서도 삶과 죽음뿐만 아니라 사랑, 인생, 가족, 존재, 감정, 불안, 불안정성 등의 주제를 평범함과 보편성을 가진 이야기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평범하고 보편적인 이야기임에도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고유한 문체를 통해 말로 풀어내기 힘든 모호함을 분명한 글로 나타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Editor’s Comment

  사실 독특한 음악적 문체를 가진 욘 포세의 글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읽으면서도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할 수도 있죠. 그러나 끝까지 읽고 나면 어느새 욘 포세의 매력에 흠뻑 젖어 있게 될 겁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 있는 작가의 작품은 과연 얼마나 잘 썼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침 그리고 저녁』은 그리 길지 않아서 평소에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직접 읽어보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함께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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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1-08

키워드

#문학 #노벨문학상 #욘포세 #소설가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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