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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④] 발전에 발전을 더한 '플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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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와 도태, 이 사이에서 우리는 부단히 애쓰며 살고 있죠. 이는 악기에도 예외가 아니에요. 먼 옛날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피리는 세월을 거듭하며 세로피리와 가로피리로 진화해 왔는데요. 하지만 이 둘은 ‘플루트’라는 명칭으로 통칭되어왔고, 르네상스 시대까지만 해도 세로피리가 플루트의 대표격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그 이후 가로피리가 발전을 거듭해 재질을 바꾸고, 키의 사용으로 더욱 다양한 음을 연주할 수 있게 되자 ‘플루트’라는 이름은 점차 가로피리의 차지가 되었었답니다. 가로피리는 아직까지도 ‘플루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고, 세로피리는 그 이름을 내어 주고 ‘리코더’로 남게 되었죠. ‘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에서 네 번째로 알아볼 악기는, 발전에 발전을 더해 현재 최고의 인기 악기로 남은 ‘플루트 (Flute)’입니다.

 

어쩌면 가장 오래 된, 플루트의 역사

  플루트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악기도 드물어요. 플루트는 인류 최초의 악기인 피리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데요. 현재의 플루트의 원형 역시,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문화보다 앞서 시작되었어요. 단, 앞서 말했듯 이전의 ‘플루트’라는 이름은 리드를 사용하지 않는 모든 관악기를 통칭하는 말이었고, 현재는 가로로 눕혀 연주하는 악기만을 플루트라고 명명하고 있답니다. ‘플루트 (Flute)’의 어원은 ‘흘러가다’, ‘홍수’란 의미의 독일어 ‘Flut’, 혹은 고대 프로방스에서 동일한 의미로 쓰였던 단어 ‘Flowte’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파푸아 뉴기니의 세픽강 유역에 사는 민족의 플루트인 ‘세픽 플루트 (Sepik Flute)’ ©ebay

바로크 시대 플루트의 진화

  하나의 몸통으로 이루어졌었던 플루트는 바로크 시대 이후, 하나의 관에서 수개의 작은 관들로 나뉘게 되었어요. 각 부분의 접촉 길이를 조절할 수 있게 된 덕분에, 미세한 음의 조절이 가능해졌죠. 현재의 플루트는 3개의 관으로 구성된, 66~67cm 정도의 길이를 지닌 악기예요. 일반적으로 ‘헤드 (Head)’라고도 불리는 ‘윗관 (Head joint)’과 중간 파트인 ‘본관 (Middle Joint)’, 끝부분인 ‘아랫관 (Foot Joint)’를 서로 끼워서 연주하는데요. 윗관과 본관을 끼우는 정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조율을 한답니다. 플루트의 몸체를 오른쪽 옆으로 돌려 왼쪽 끝에 헤드를 두고 연주하는데요. 몸체에는, 13개의 ‘소리 구멍 (Tone Hole)’과 키(Key)가 있어요. 이 키 역시 안정적인 D#음을 내기 위해 바로크 시대에 도입된 것이죠.

 

플루트를 잡는 법 ⓒlearnfluteonline.com

 

플루트는 왜 목관악기일까?

  많은 분들께서 플루트는 금관악기라고 오해하고 계실 거예요. 보통 은이나 니켈1), 금으로 만들어지니까요. 여기서 플루트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플루트는 목관악기로 분류됩니다. 이는 테오발드 뵘(Theobald Böhm, 1793-1881)이 1847년 금속으로 된 플루트를 발명하기 전까지, 플루트는 모두 목재로 만들어졌었기 때문이에요. 나무로 만들어진 플루트의 음은 온도나 습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했고 불안정했어요. 플루티스트였던 뵘은 플루트의 몸통을 금속 재질로 바꾸었고, 더욱 규칙적인 반음을 내기 위해 플루트의 구멍을 넓히고 새로운 운지법을 만들었죠. 이렇게 플루트의 대대적인 혁명을 이룬 것이 바로, 뵘의 플루트랍니다. 

1) 니켈은 니켈과 구리의 합금으로 된 소재이지만, 보통 니켈로 표기해요!
 
  현대에 이르러 플루트를 만드는 재료는 더욱 다양해졌어요. 연습용으로는 니켈이 주로 쓰이고요. 연주자의 선호에 따라 헤드 부분만 실버로 하거나, 키만 실버로 교체하거나, 플루트 전체를 실버로 하거나, 실버와 골드를 섞기도 하고, 플래티넘 도금으로 헤드만 사용하기도 해요. 이에 따라 가격과 무게도 천차만별이죠. 니켈이 가장 저렴하고 은, 금, 플래티넘 순으로 비싸지는데요. 무게 역시 정비례한답니다. 목재로 만든 우드 플루트는 잘 사용되진 않지만,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사용하기도 해요.

 

은으로 조합된 플루트 ⓒmusikalessons.com
 목재로 만든 관으로 이루어진 우드 플루트 ⓒabellflute.com

오케스트라의 감초, 플루트!

  플루트는 오케스트라에서 멜로디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때문인지 많은 작곡가들이 사랑한 악기이기도 해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협주곡은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1번 (Flute Concerto No.1 in G Major, K.313)’과  ‘플루트 협주곡 2번 (Flute Concerto No.2 in D Major, K.314)’이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차르트는 음의 불안정함 때문에 당시 나무로 만들어진 플루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럼에도 모차르트는 2개의 플루트 협주곡을 비롯, 플루트 4중주 등 여러 곡을 남겼어요. 이 작품들의 플루트 파트는 모두, 플루트의 소리를 최상으로 뽐낼 수 있도록 작곡되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죠.

  오페라의 플루트 파트가 여러분께 더 익숙하실지 모르겠어요. 오페라 ‘카르멘’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비제 (George Bizet, 1838-1875)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 (L’Arlesesienne Suite No.2)’의 ‘미뉴엣 (Minuetto)’인데요. 플루트 솔로와 듀엣이 하프의 반주에 맞춰 매우 아름답게 연주되죠. 또, 글루크 (Christoph Willibald Gluck, 1714-1787, Germany)’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Orfeo ed Eudridice Wq.30)’의 2막에 등장하는 ‘정령들의 춤 (Dance of the blessed Spirits)’의 플루트 솔로도 아주 유명하고요.

 

  오케스트라의 모든 소리가 숨을 죽인 순간, 플루트의 솔로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암전과도 같은 긴장을 뚫고 나오는 플루트의 멜로디는 강한 음색도, 드넓은 음역대를 자랑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피리로부터 시작한 오랜 역사 속에서 플루트는 몸통의 재질을 바꾸고, 음역대를 확장해 가며 꾸준히 진화해 음악적 가치를 증명해 왔어요. 그리고 현재, 플루트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즐기는 악기로 남아있죠. 플루트는 가로로 연주하는 플루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크기의 여러 플루트 족들이 있는데요. 이미 각각의 솔로 악기로, 또는 오케스트라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요. 다음 시간에는 이 플루트 족들에 대해서 하나씩 만나볼게요.

 

 

 

ㅇ 참고자료
- 야나기다 마스조 외. “악기구조교과서 (The Science of Musical Instrument)”. 보누스, 2018
- 전재국. 인류의 문화유산 악기로의 여행, 음악세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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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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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플루트 #피리 #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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