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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의 이단아, 고전을 '창작'하는 매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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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를 보신 적이 있나요? 그저 작품명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냘프고 우아한 순백의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들이 연상되는 작품인데요. 그럼, 이런 백조의 호수는 어떨까요? 근육질의 남성 백조가 무대에 등장하고, 포인트 슈즈가 아닌 맨발에 깃털 바지를 입은 남성 백조들이 춤을 추고 있다면요. 게다가 동화 속의 한 장면 같던 호숫가가 아니라, 현대의 영국 왕실이 그 배경이 되고요. 이거 참, 가도 너무 간 거 맞죠? 무용계의 이단아, 매튜 본의 작품이니까요. 오늘은 고전이라 불리는 클래식 작품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뉴 버전을 창작해 내는, 매튜 본에 대해 알아볼게요.

 

매튜 본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 ⓒLG아트센터

늦깎이 무용가, 천재라 불리기까지

  영국 런던 북부에서 태어난 매튜 본(Matthew Bourn, 1960~)은 고등학교를 졸업 후 곧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BBC 기록보관소, 영국 국립극장에서 일을 했죠. 어렸을 때부터 영화와 뮤지컬을 보러 다닐 정도로 공연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였기에, 그는 자신의 일에 큰 흥미를 갖고 있었어요. BBC 기록보관소에 일하면서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을 접하며 수많은 스토리텔링법을 익혔고, 극장 안내원으로 근무하면서는 무용과 연극 공연을 보면서 무대 감각을 익혔어요. 그는 이후 극장 동료에 의해 전문적인 무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무용 수업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그였지만, 그의 열정을 알아본 심사위원의 추천으로 명문 현대무용 교육기관인 라반 센터에 입학했어요.

 

<백조의 호수>를 연출한 매튜 본 ⓒLG아트센터
매튜 본 ⓒ이데일리

  늦깎이 무용가였던 매튜 본은 라반 센터를 졸업한 후 자신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고, 자신이 직접 무용단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드벤처스 인 모션 픽쳐스(AMP)>라는 이름의 무용단을 통해 그는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무용과 접목했고, 무용·연극·뮤지컬을 넘나드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죠. AMP는 상임 안무를 두지 않고 무용수들이 직접 안무와 출연을 하는 시스템이었어요. 매튜 본은 AMP 안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안무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요. 첫 작품부터 성공을 거두며 평단에 이름을 알렸어요.

 

고전을 탈바꿈한 매튜 본의 대표작

  매튜 본(Matthew Bourn)이 처음 영국의 무용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호두까기 인형!>을 통해서였어요. 당시 오페라 노스의 예술감독이 <호두까기 인형> 100주년 기념으로 올릴 공연을 찾고 있었는데요. 매튜 본은 고전을 그의 시각으로 풀어내 새로운 호두까기 인형을 만들었어요. 고아원을 배경으로, 주인공 클라라는 고아원 원장의 학대와 힘든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꿈을 잃지 않는 소녀로 바뀌었죠. 그는 이후 <라 실피드>를 원작으로 하는 <하이랜드 플링>을 비롯해 <신데렐라>, <백조의 호수> 등 고전 작품에 그만의 색깔을 넣은 새로운 버전의 작품을 선보였어요.

 

<호두까기 인형!> 中에서 Ⓒbirminghamhippodrome.com
<호두까기 인형!> 中에서 ⒸTony Nandi

  서론에서 언급했던 <백조의 호수>는 마법에 걸린 백조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 이야기 대신, 엄격하게 통제된 삶 속에 갇힌 한 남자의 고뇌와 자아에 관한 이야기로 바꿔놓았는데요. 따라서 아름다움만을 표현했던 백조들은 힘과 자유를 상징하는 존재로 표현되었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어요. <백조의 호수>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장르에서도 변화를 주었는데요.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듯 무용 관람을 즐길 수 있게 다양한 장르를 결합했어요. 특히 발레, 현대무용, 뮤지컬, 영화, 탭 댄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댄스 뮤지컬’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영화 <포스트 맨은 벨을 두 번 울렸다>의 스토리와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음악에 미국의 정비공장을 배경으로 가져와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어요. 바로, <카 맨(Car Man)>이라는 작품이죠. 그 외에도 동화였던 <신데렐라>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런던을 배경으로 펼쳐졌고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요정들은 결코 비슷해 보이지 않는, 흰옷을 입은 남성 천사들로 역할이 대체되었어요. 그의 새로운 이야기들은 무용작품을 넘어 문학으로 범위가 확대되기도 했어요.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미드나잇 벨>등을 그만의 독창적인 스토리로 만들어 냈죠.

 

매튜본의 <신데렐라> 中에서 Ⓒ인터뷰365

  매튜 본은 안무가로서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무용과 연극, 뮤지컬 등을 결합해 매튜 본 자신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어요. 젊은 시절, 그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은 창작의 원천이 되어 그를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만들었고요. 가끔, 기존 내용에 충실한 고전 작품들을 관람하다 보면, 매우 아름다운 배경과 스토리에 이질감이 들 때가 있어요. 환상 속의 이야기뿐인 것이죠. 매튜 본의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예상할 수 없는 각색과 새로운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환상을 깨고 고아원이나 정비 공장 등, 우리의 삶과 좀 더 가까워지려는 그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폭소가 터져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고정관념도 따라 터져 버릴 테니까요.  

 


류한울·조주연 공동 작성

 

 


ㅇ 참고자료
- 앨러스테어 맥컬리. 『매튜 본과 그의 날개 AMP』, 서울: 어드북스, 2005.
- 심정민. 『춤을 빛낸 아름다운 남성 무용가들』, 서울:에소프레소북, 2019.
- 정재왈. 『발레에 반하다』, 서울:아이세움,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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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3-21

키워드

#무용 #고전 #재해석 #창작 #매튜본 #발레 #호두까기인형 #백조의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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