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고받은 예술 시리즈 ①] 느끼는 바를 그대로, 인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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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표현의 욕구에서 시작됩니다. 이 주체할 수 없는 욕구가 회화, 글, 악보, 무용 등의 자기만의 방법으로 표출되어 각각의 예술 장르를 형성하고 있어요. 결국 다양한 예술 장르들의 뿌리는,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일으키는 하나의 감정이 될 텐데요. 그래서인지, 종종 다른 장르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품에 공감하고 영감을 받기도 해요. 이번 글부터는 ‘영감을 주고받은 예술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예술 장르들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그 첫 시작은 역시, 19세기 말 미술, 문학, 음악계를 막론하고 예술계 전반을 지배했던 사조인, 인상주의입니다.
인상주의, 많이 들어봤지!
인상주의(impressionism)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처음 발생하여 모네(Oscar-Claude Monet,1840~ 1926), 마네( Edouard Manet,1832~1883) 르느와르(Auguste Renoir , 1841~1919)와 같은 화가의 그림에서 시작되었어요. 휴대하기 쉬운 튜브 형태의 물감이 등장하면서, 화가들은 그동안의 주 작업 공간이었던 실내의 작업실을 벗어나기 시작했거든요. 캔버스를 들고 밖으로 나간 그들에게 가장 경이로웠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자연의 빛과 그림자였어요.
그들은 주의 깊게 자연을 관찰하고, 이때 받은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해내기 시작했어요. 이제까지 해왔던 선명한 윤곽선이나 뚜렷한 물체의 묘사는 더 이상 중요치 않게 되었죠. 이처럼 인상주의 미술은 19세기 중반까지 주제로 삼았던 신화나 영웅, 역사 등을 주제로 한 그림에서 벗어나, 대상의 순간적인 모습이나 분위기를 포착했답니다. 자연의 빛, 그림자 등을 사용하여 색채를 강조하는 특징이 있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모네의 <인상, 해돋이>가 있어요. <인상, 해돋이>는 모네가 르아브르에 있는 자신의 고향집 창가에서 내려다본 항구의 즉흥적인 인상을 그린 그림이에요. 잔잔히 일렁이는 바닷물에 반사된 붉은 태양의 일출, 그 순간의 역동적인 순간을 담아내었어요. 뚜렷한 윤곽 하나 없이 흐릿흐릿한 색채들로 말이죠.

문학까지 번진 인상주의
미술에서 시작한 인상주의는 문학에도 영향을 주었어요. 시에서 상징주의(symbolisme)가 나타난 것인데요. 상징주의는 언어의 완벽함과 엄격함을 중시하며 객관적인 사물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이전까지의 자연주의에 반기를 들었던 운동이에요.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보다 개인에 의해 인지된 감정이나 이미지 등을 표현하려고 했는데요. 상징주의는 1857년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1821~1867)의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의 출판으로 시작되었어요.

『악의 꽃』은 근대 시 중, 최대의 걸작으로 꼽혀요. 이 시집은 총 6부로 구성되어있는데요. 비유와 유추를 사용하여 낱말들이 상징적이며, 암시적이거나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암시적이며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로, 상징주의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죠. 아래,『악의 꽃』에 수록된 시, <교응(Correspondance)>을 함께 볼까요?
교응
자연은 살아 있는 기둥들이
때때로 모호한 말들을 새어 보내는 사원.
사람들은 친근한 눈길로 자기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곳으로 들어간다.(중략)
정신과 향기의 교통을 노래하는
요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끝없는 사물들의 확산을 가진다.
이후 폴 베를렌(Paul-Marie Verlaine, 1844~1896)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1891), 스테판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 1842~1898) 등이 대표적인 시인으로 남았어요. 상징주의 운동은 20세기 중반까지 지속되었답니다.
음악도 빠질 수 없죠! 교류를 통한 음악의 탄생
이번엔, 음악입니다. 음악에서도 이전의 과다한 스토리, 사상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표제음악, 감정 표현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어요. 음악가들은 주관적인 느낌, 기분,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는데요. 이것은 인상주의 회화처럼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것과 같아요. 뚜렷한 음악적 형식과 선율보다는 전통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화성과 정확한 박자 없는 모호한 리듬을 사용했고, 조성도 확실하지 않았어요. 이는 듣는 사람에게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음악에서의 인상파의 시초를 마련한 클로드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와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 1875~1937)이 있어요. 그 이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1882 ~ 1971),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 등의 작곡가들도 인상파의 영향을 받았고요.
인상주의 음악의 틀을 마련한 드뷔시는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폴 베를렌의 시를 가사로 하여 많은 가곡 작품들을 만들었어요. 드뷔시는 베를렌에 대해 상당한 경외심을 갖고 있었고, 이는 상징파 시인들과 접촉하는 계기가 되었죠. 당시, 드뷔시는 시인이었던 스테판 말라르메가 주최한 예술가들의 모임인 ‘화요회’에 참석하면서 시를 쓰고, 이 시에 맞는 곡을 작곡하기 했는데요. 말라르메 역시 드뷔시와 교류하며 그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답니다. 드뷔시는 화요회에서 말라르메가 희곡 형식으로 쓴 <목신의 오후(L'après-midi d'un faune)>에 곡을 붙여 교향시1)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Prélude à l'après midi d'un faune)>을 만들었어요. 이후 말라르메, 베를렌 외에도 여러 시인들의 시에 작곡을 했고, 인상주의 미술과 상징주의 문학을 융합한 시도가 계속되면서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했답니다.
1) 주로 시적(詩的) 또는 회화적인 내용에서 영감을 얻은 관현악 작품을 뜻해요. 표제를 곡의 제목으로 명시하거나, 혹은 암묵적으로 표현한 음악을 표제 음악이라고 하는데요. 이 교향시 역시 표제 음악의 한 일종이랍니다.
목신은 얼굴에는 두 개의 뿔이 나 있어 염소 모습을 하고 산과 들에 살며 가축을 지키는 ‘숲의 신‘이에요. 술과 축제, 음악을 즐기던 신화 속 인물이죠.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의 바탕은 목신이 등장하는 신화의 이야기인데요. 말라르메는 신화를 있는 그대로 시로 옮기지 않았어요. 님프를 향한 집착, 갈대로 만든 피리를 연주하며 요동치는 목신의 마음과 몽상을 주 소재로 삼아 시로 만들었죠. 드뷔시 역시, 이 곡을 작곡할 때 시의 내용을 표현하지 않고, 꿈이 주는 몽상과 몽롱한 분위기만을 표현했어요.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Prélude à l'après midi d'un faune)
아, 이 요정들의 모습이 영원하였으면.
그녀들의 엷은 장미빛 살결이,
숲속같이 깊은 잠에 빠진 대기 속에 하늘하늘 떠오른다.나는 꿈을 사랑하였던가?
내 의혹, 저 끝이 없는 고대의 밤의 성단이 쌓이고 쌓여
종려나무 실가지로 돋아나더니
생시의 무성한 숲이 돼 내게 일깨우니,
오! 끝에 남은 것은 나 혼자 애타게 그린 장미빛 과오.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자.(중략)
아, 그만! 움직이지도 않고 나른하여 정신이 혼미(昏迷)하니
안간힘을 쓰는 신선한 아침도 열기(熱氣)로 목이 조이네.
화음으로 추겨주었을 뿐, 내 피리도 이제는 물방울 소리를 낼 따름.
메마른 빗속에 그 소리가 흩어지기 전에
이제, 막 대롱 밖으로 터져 나가려는 것은 오직 바람(風)일 뿐이어라.
그 바람은, 주름살 하나 없는 지평에서 하늘로 되돌아가는
영감(靈感)의 가시적이고 맑은 인공의 숨결일 뿐.(중략)
인상주의는 19세기 말, 여러 예술가들의 활발한 교류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예술 사조였어요. 19세기 초중반까지 지속되었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 정확하고 세밀한 표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그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죠. 이는 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던 가운데 미술과 문학, 음악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가진 작품들로 나타났어요. 이 시기의 작품들은 모네의 회화 속에서 드뷔시의 음악이 들리고, 보틀레르의 시 안에서 또한 모네의 색채가 보이는 듯한데요. 인상주의가 19세기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ㅇ참고자료
- 피아노 문헌연구2, 차호성, 도서출판 심설당 2012
- 프랑스 상징주의와 시인들, 김기봉, 조합공동체 소나무 2000
- 최신 명곡 해설/ 클래식 명곡해설 , 작곡가 편
- 클래식 명곡 명연주, 류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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