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악기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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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으로 돌아가, 우리가 원시시대에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나뭇잎으로 우리 몸의 중요부위만 가린 채 말이죠. 벼락이 내리치고 비가 내리는 소리, 야생동물이 우는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이런 자연과 동물의 소리를 우린 어떻게 느낄까요? 특히 어두운 밤이 되면 더욱 강렬하게 들려왔을 이 소리들은 우리에게 ‘공포’ 그 자체였을 거예요. 우리는 안전을 위해 의사소통을 하거나 동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을 테고,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두드려서 소리를 내었죠. 때문에 인류 최초의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나, 혹은 무언가를 두드렸던 도구라 하는 의견이 있는데요. 이는 악기라기보다는 그저 ‘소리’를 내기위한 도구에 가깝습니다. 그럼, 인류가 만든 최초의 악기는 어떤 악기이며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인류 최초의 악기, 피리
기원전 1000~300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각상이나 벽화들에는 현악기와 관악기가 다양하게 섞여 있는데요. 때문에, 최초의 악기는 가장 만들기 쉬웠던 타악기이고, 그 다음이 현악기일 것이다, 또는 관악기일 것이란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악기 중 가장 오래된 악기들을 토대로 추정해 봤을 때, 인류가 최초로 만든 악기는 나무를 깎거나 동물의 뼈를 이용하여 만든 관악기인 ‘피리’류 라고 합니다.


피리 중에서도 제일 오래된 ‘디브예 바브 플루트’
이중 가장 오래된 악기는 기원전 50,000~60,0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슬로베니아의 ‘디브예 바브 (Divje Babe)’지역 에서 발견된 ‘디브예 바브 플루트’입니다. 디브예 바브 동굴과 그 인근의 고고학 공원은 석기 시대와 그 이전의 유물들이 매우 많이 발견되어 고고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입지에 있는 지역이에요. 1995년, 이지역에서 발견된 디브예 바브 플루트는 어린 곰의 위쪽 허벅지 뼈를 이용해 만든 악기예요. 4개의 구멍이 뚫려있어 음의 높낮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이 피리는 현재까지 발견된 악기 중 가장 오래된 악기로 알려져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디브예 바브 플루트는 또 다른 이름, ‘네안데르탈 플루트’라고도 불리는데요, 이 플루트를 만든 사람이 ‘네안데르탈인’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에요. 혹은, 호모 사피엔스인 ‘크로마뇽인 (Cro-Magnon)’이 이 악기를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된 악기인지, 감조차 오지 않을 정도죠.
👉 디브예 바브(Divje Babe)
슬로베니아 서북부에 위치한 ‘체르크노 (Cerkno)’ 근처의 고고학 공원과 카르스트 동굴이예요.
카르스트 지형은 지하수에 녹아 형성된 석회 지형을 의미한답니다.
👉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1856년 독일의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된 현생 인류예요.
‘호모 사피엔스’와 유사한 인종이죠. 50,000~80,000년 전 석기 시대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돼요.

이 시기에 만들어진 악기들은 음악을 연주 한다기보다는, 호루라기의 용도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슴이나 순록, 영양, 곰과 같은 동물의 뼈로 만들어 졌는데요. 이미 구멍이 나 있던 뼈를 더 넓히거나 그 옆에 구멍들을 더 만들어 다양한 높낮이의 음을 만들어내었죠. 아마, 늑대나 다른 야생 동물들의 크고 작은 이빨을 이용했을 거라 짐작합니다. 이 호루라기 소리에 동물들이 놀라 멈칫 하는 사이, 사람들은 그들을 공격해 먹잇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오롯이 인간의 힘으로 만든 ‘홀레르 펠스 피리’
다음으로, 독일의 ‘홀레르 펠스 동굴 (Hölle ‘Hohler Fels’)’에서 발견된 피리는 3만 5000년보다 더 전인 중기 구석기 시대, 즉 빙하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독일 남부 ‘쉘클링겐 (Schelklingen)’ 지방의 카르스트 동굴 ‘홀레 펠스’에서 2008년에 발견되었는데요. 발견 당시 12조각으로 나뉘어 부러져 있었지만, 그나마 현재 발견된 악기들 중에는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악기에요. 독수리의 뼈로 만들어져있는 이 ‘홀레르 펠스 피리’는 21.8Cm 가량의 길이에 4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요.

홀레르 펠스 동굴에서는 ‘메머드’의 앞니를 깎아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2조각의 피리도 발견되었어요. 홀레르 펠스 피리역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이를 발견한 독일 ‘튀빙겐 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홀레르 펠스 피리’가 ‘디브예 바브 플루트’보다는 훨씬 뒤에 만들어진 악기이지만, 인간이 온전히 직접 만든 악기라고 해요. 디브예 바브 플루트는 동물의 뼈에 있던 구멍을 이용, 변형했던 것이었고요. 연구팀은, 인류가 고안해내어 만든 가장 오래된 악기는 바로 ‘홀레르 펠스 피리’라고 강조합니다.
👉매머드(Mammoth)
맘모스라고도 해요! 약 480만년전부터 4천년 전까지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 동물인데 그 후손이 바로 코끼리라죠.
백조 목뼈로 만든 피리도 있다고?
조금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피리도 있습니다. 홀레 펠스 피리가 발견된 시기와 비슷한 약 3만 6천년 전, 중기 구석기와 후기 구석기 시대 즈음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백조 목뼈 피리예요. 홀레 펠스의 피리가 발견되기 전까지, 보존 상태가 가장 온전한 최초의 악기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었죠. 현재 독일의 ‘뷰르템베르크 국립박물관 (Landesmuseum Wüerttemberg Stuttgart)’에 전시 중입니다. 백조의 목뼈를 이용하여 만들어져 3개의 구멍이 뚫려있어요.

인류 최초의 현악기도 살짝 알려드릴게요
‘인류 최초의 악기’의 타이틀은 피리인 관악기에 내어주었지만, 인류 최초의 현악기는 무엇인지도 살펴볼까요. 인류 최초의 악기를 ‘리라’라고 하는 견해도 있으나, 인류 최초의 현악기는 ‘구강 활 (Mundbogen)’이라고 불리는 ‘활 (The Musical Bow/Strng Bow)’입니다.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현악기로, 약 35,000년~13,000년 전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스포츠에서나 보던 ‘활’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궁금하시죠? 구강 활은 입으로 물어서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나무 막대기로 줄을 때려서 소리를 냅니다. 활대와 줄, 입과 손을 모두 사용하는 악기죠. 현재까지도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그강활을 악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구강활은 백조 목뼈 피리를 소장하고 있는 슈투트가르트의 뷰르템베르크 국립 박물관에 백조 목뼈 피리와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리라(Lyre)
기원전 3세기 경부터 이집트, 로마,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쓰인 발현악기예요. 하프의 원조랍니다.
👉구강 활
독일어로는 Mundbogen, 영어로는 Mouthbow로 표기해요. 입으로 무는 형태의 악기를 뜻해요.


앞에서 살펴본 악기들은 ‘인류 최초의 악기’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어요. 백조 목뼈 피리처럼, 고고학자들이 언제고 이들보다 더 오래된 악기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지요. ‘최초’라는 수식어를 차치하고서라도, 무려 4만 년 전에도 동물의 뼈나 나무, 돌, 털 등을 깎고, 구멍을 내고, 연결하여 음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악기를 만들어내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합니다. 인류의 시작과 발전에 악기와 음악이 함께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이러한 악기들의 탄생과 발전의 발자국들은, 지금 우리가 연주하거나 감상하고 있는 악기들이 어떻게 지금의 모양과 방식을 지니게 되었는지, 더불어 앞으로의 악기 발전의 방향성도 점쳐볼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가 될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베아트리스 퐁타넬. “새롭게 이해하는 한 권의 음악사”. 도서출판 마티, 2006
- 독일 마인츠 주립 미술관 홈페이지
- 브라질 롤링스톤즈 매거진
- www.buehler-hd.de
class="text-small"> - 대영박물관 블로그
- '알고나면 쓸데많은 신나는 클래식'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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