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만 보지 마세요, 참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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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지하에서 열린 <스트리트 노이즈(STREET NOISE)> 전시회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어요. 누군가 5억 원 상당의 그림 한가운데에 초록색 붓 자국을 남기고 사라졌던 건데요. 이 작품은 유명한 그라피티 예술가로 꼽히는 ‘존원(JonOne, 1963~)’이 2016년에 내한해 그린 <Untitled>였죠. 약 30분이 흐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전시장 측은 그림에 붓 자국을 덧칠한 뒤 근처에서 여유롭게 쇼핑 중이던 20대 연인을 찾아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의도치 않게 도마 위에 오른 한 커플의 낙서, 그 낙서가 불러온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실래요?
🙄커플과 훼손된 작품의 운명은?

연인은 벽에 이미 낙서가 되어 있었고, 붓과 페인트까지 놓여있어 낙서를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어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착각한 것이죠. 하지만 전시기획사 측에서는 작품 앞에 놓인 미술 도구 또한 작품의 일부라고 안내문에 명시해 두었어요.
작가 존원은 ‘훼손된 작품의 복원을 원한다’고 했고, 과연 이 커플이 얼마를 보상해야 할지에 관심이 쏠렸는데요. 여론은 이 사건이 연인만의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현대미술에 관객 참여형 콘셉트가 많기 때문이었죠. 다행히 작가도 작품 훼손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고 생각해 이들을 용서하기로 했고요. 비록 작품은 훼손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지만,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까지 이 상황에 주목하면서 작가와 작품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어요. 덕분에 작품 가격은 껑충 뛰었고 NFT화 시켜 완판 됐죠!
👉NFT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을 뜻해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의 일종인데요, 디지털 상의 자산에 별도로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했어요.
그래서 기존의 암호화폐와는 달리 상호 교환이 불가능하답니다.
🖌존원의 <Untitled>이 참여형 전시로!

이슈가 되었던 작품 <Untitled>는 현재 복원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랜드마크 100층 ‘갤러리 더 스카이(GALLERY THE SKY)’에 전시 중인데요. 화제성이 이어지자 해당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에서는 작품을 활용해 ‘공존’이라는 주제로 참여예술을 기획했어요. 11월 1일부터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작품 위에 씌워놓은 보호용 플라스틱 위에 관객이 직접 래커와 아크릴 물감으로 덧칠하는 형식이에요. 이들은 각자의 자유로운 예술적 행위를 통해 작품 본연의 가치를 느끼고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죠. 관객이 참여한 해당 작품들은 단지 현장에서만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가치가 부여될 수 있도록 NFT로 판매될 것이라 예상돼요.
✨관객이 참여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들
여기서 또 다른 관객 참여형 예술 작품을 안 보고 갈 순 없겠죠? 어떤 작품들이 관객의 참여를 통해 재구성되었는지 살펴봐요.
🛒가져야만 완성되는 예술작품

이 전시는 입구에 마련된 쇼핑백을 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요. 쇼핑백에 적혀 있는 문구, ‘Take Me (I'm Yours)’가 바로 이 전시의 제목이죠. 관람객은 전시장에 놓인 다양한 작품들을 자신의 쇼핑백에 담을 수 있어요. 관객들이 예술 작품을 가져가야만 완성되는 전시인 셈이죠. 이 전시는 1995년 런던에서 진행되었는데요. 현대미술계의 주요 인물로 뽑히는 작가 ‘한스 울리치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1968~)’와 ‘크리스티안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 1944~2021)가 함께 기획해 주목을 받았어요.
관람객은 가득 쌓인 헌 옷 들 중 원하는 옷을 고르거나(작품 Christian Boltanski, <Dispersion>), 바닥에 널려있는 사탕을 한 주먹 집거나(작품 Felix Gonzalez-Torres, <Untitled>),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어 작품을 뽑는 등(작품 Christine Hill, <Vendible>) 저마다 자유롭게 자신의 쇼핑백을 채울 수 있는데요.
이렇게 관람객이 가져간 예술 작품의 일부는 잊히거나, 재활용되거나, 혹은 쓰레기통에 던져질 수도 있어요. 작품이 전시장을 벗어난 이후 어떻게 되든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예술이 되는 것이죠.
🍺쓰레기장이 된 예술작품

두 번째로는‘시프리앙 가이야르’(Cyprien Gaillard, 1980~)의 전시를 소개해볼게요. 그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역사적 장소들을 글과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는데요. 2011년에도‘역사와 장소’라는 주제를 가지고 베를린 KW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어요.
여러 작품 중 특히 <The recovery of Discovery>은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는 터키산 수입 맥주인 에페 필스너(Efes Pilsener) 72,000병을 주문해서 맥주 박스를 쌓아 올렸어요. 어느덧 전시장 중앙에 거대한 피라미드가 생겼죠. 시프리앙은 관람객이 피라미드에 자유롭게 올라 박스를 열고 맥주를 꺼내 마실 수 있도록 안내했어요. 그러자 마치 금요일 저녁 바에서나 볼만한 장면들이 연출됐죠. 관람객들은 맥주를 꺼내 신나게 마시고는 빈 병과 뜯긴 박스를 고스란히 그 자리에 남겨두고 유유히 자리를 떴어요.
며칠 뒤 전시장을 찾아온 또 다른 관람객들은 청소도구를 들고 조각난 박스 조각과 깨진 병들을 봉투에 담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요. 마치 문화재를 보수하는 듯한 사람들의 손놀림 덕분에 순식간에 이 폐허는 정돈된 조형물로 다시 정비되었죠. 전시장 관계자는 곧장 당시 외국에 있던 작가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는데요. 막상 작가는 태평한 목소리로 그냥 놔두라고 말했어요. 그런데도 박스와 빈 맥주병들이 어지러이 뒤엉킨 전시 장면을 복원하고 싶었던 기획자는 전시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시켜 폐허가 된 듯한 피라미드의 모습을 다시 재현하는 해프닝을 벌였답니다. 우리는 이렇게 여러 관람객과 작가, 기획자의 다양한 행동을 보고 다시 질문할 수 있겠죠. 관람객의 참여는 어느 선까지 허용될까요? 작품을 변형할 수 있는 자유? 변형된 작품을 다시 복원해낼 자유?
💬Editor's Comment
지금까지 참여형 미술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살펴봤어요. 현대 미술에서 관객은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고, 작품을 완성하는 주체가 될 수도 있고, 작품 자체가 될 수도 있어요! 이는 관람객이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수용하는 일방적인 관계를 넘어서, 관람객 스스로 작품에 대한 새로운 감상을 더하는 새로운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예술가와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소통하는 셈이죠. 그럼 이제, 미술 작품에 실컷 참여하고 즐길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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