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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②] 아는 사람만 아는 존재감, '콘트라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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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더블베이스’나 ‘콘트라바스’가 정확한 명칭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콘트라베이스’가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콘트라베이스’로 명칭을 통일하였습니다.

 

  ‘오케스트라에 지휘자는 없어도, 콘트라베이스는 꼭 있어야 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콘트라베이스의 존재감을 떠올려 본다면, 의외가 아닐 수 없어요. 제1 바이올린도, 관악기도, 북이나 트럼펫도 아닌, 콘트라베이스? 잘못 들었나, 싶으시겠지만 맞습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희곡 <콘트라베이스>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주인공은 이렇게 말해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물어보세요.
 언제가 제일 진땀이 나느냐고.
그럼 아마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듣지 못할 때 그렇다고, 분명히 말할 것입니다.’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의 오른쪽 한 켠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지만, 다른 악기들을 받쳐주며 연주의 기본이 되는데요. 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그 두 번째 주인공은 아는 사람만 아는 존재감, 콘트라베이스입니다.  


 

현대의 콘트라베이스 ⓒ위키피디아

  영어로 ‘더블베이스 (Double bass)’, 독어로 ‘콘트라바쓰 (Kontrabass)’, 이탈리아어로 ‘콘트라바소 (Contrabasso)’로 불리는 ‘콘트라베이스’는, 활을 사용해서 연주되는 현악기 중 가장 큰 악기로 알려져 있어요. 오케스트라에서 활을 사용해서 연주되는 현악기인 ‘찰현악기 (擦絃樂器)’ 중 가장 큰 악기이죠. 콘트라베이스는 스크롤 끝에서부터 엔드핀까지 총 높이가 약 180cm (6피트)이고, 20kg 정도의 무게를 자랑해요. 첼로의 길이가 120cm이니, 월등히 큰 크기라고 볼 수 있어요. 콘트라베이스보다 더 큰 찰 현악기가 존재하긴 합니다. ‘옥토베이스’라는 악기인데요. 무려 3.5m의 높이에 100Kg을 능가하는 무게를 가진 거구예요. 콘트라베이스조차 옥토베이스 앞에서는 미니 사이즈로 변하게 되죠. 하지만 이 악기는 현대에 거의 연주되지 않고 있어, 일반적으로 콘트라베이스를 가장 큰 악기로 간주합니다.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들 ⓒ위키피디아

콘트라베이스와 기타가 같은 조상을 두고 있다고?

  콘트라 베이스의 기원은 14세기~15세기 사이 아랍에서 넘어 온 ‘류트’를 스페인에서 개량하여 만든 ‘비우엘라 (Vihuela)’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것은 기타와 비슷한 발현악기였어요. 15세기 중반 이후, 이 악기가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비우엘라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되었는데요. ‘손의 비우엘라’란 뜻을 가진 ‘비우엘라 데 마노 (Vihuela de mano)’는 훗날 기타의 전신이 되었고요, ‘활’을 쓰는 ‘비우엘라 데 아르코 (Vihuela de arco)’는 현악기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후, 이탈리아로 넘어간 비우엘라 데 아르코는 ‘다리의 비올라’란 뜻의 ‘비올라 다 감바 (Viola da Gamba)’로 발전하게 되었어요. 단, 이 때 비올라는 지금의 악기 비올라가 아닌 찰현악기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었어요.

 

비우엘라 데 아르코 (左)와 비우엘라 데 마노(右) ⓒ위키피디아

  ‘비올라 다 감바’ 악기 중 가장 크고 낮은 음역대의 악기인 ‘비올로네 (Violone)’는  6현으로 이뤄진 악기인데요. 16세기에 크게 유행하였던 악기이자 콘트라베이스의 직계 조상으로 알려져 있어요. 바흐의 칸타타에도 등장했죠. 하지만, 현대 오케스트라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비올라 다 감바’는 오직 콘트라베이스뿐입니다.

 

알고 보면 더 끌리는 콘트라베이스의 매력 이모저모!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낮은 음을 냅니다. 4현을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장 낮은 ‘미’현보다 낮은 ‘도’현을 더한 5현으로 연결한 ‘5현 베이스’를 연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베토벤이나 레스피기와 같은 작곡가들이 낮은 ‘도’나 ‘시’ 음을 콘트라베이스가 연주하도록 작곡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보통 4현 베이스로 한 옥타브를 올려서 연주하거나 다른 악기들이 연주하게끔 편곡을 하기도 하지만, 5현 베이스를 사용하거나 ‘익스텐션 (Extension)’이라는 도구를 스크롤에 부착하여 ‘미’ 선을 연장시켜 더 낮은 음을 연주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해요.

 

콘트라베이스의 개방현 음

  콘트라베이스의 활은 무겁고 짧은 편이에요. 활의 모양과 잡는 방법은 프랑스식과 독일식의 두 가지 방법으로 발전해왔어요. 프랑스 스타일은 ‘오버핸드 보우 (Overhand bow)’로도 알려져 있으며,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로의 활을 잡는 방법과 유사해요. 마치 계란을 쥐듯, 둥글게 감은 오른손의 손아귀 안에 활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위에서 잡는 스타일입니다. 활의 모양이나 ‘프로그 (Frog)’1)의 모양 역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활과 흡사하죠. 반면, 독일 스타일은 두 스타일 중 더 오래 된 스타일이에요. 프로그의 모양 역시 원전(原典) 악기의 활 형태를 닮아있어요. 활의 길이는 프랑스 스타일의 활보다 더 길고, 잡는 방법 역시 정 반대 방향으로 얼핏 젓가락이나 연필을 잡는 방법과 유사하게 잡아요. 엄지, 검지와 중지로 활대를 쥐고 약지와 소지 사이에 프로그와 활털을 고정시켜주는 부분에 끼워준다는 느낌으로 잡아, 전체 손으로 프로그를 감싸 안아주듯 잡는답니다.

1)  활털걸이를 이르는 용어. ‘프로그’ 혹은 ‘너트(Nut)’라고도 부른답니다.

프랑스 스타일의 콘트라베이스 활 (左)과 독일 스타일의 콘트라베이스 활 (右) ⓒshopify.com
프랑스 스타일의 활 잡는 법 (左)과 독일 스타일의 활 잡는 법 (右) ⓒbigcommerce.com

콘트라베이스, 이렇게 활약하죠!

  콘트라베이스가 화려한 솔로무대에 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에요. 두꺼운 현과 낮은 음역대를 가지고 있어 여타 악기들에 비해 음량이 작기 때문에 독주악기로는 거의 쓰이지 않거든요. 독주 작품이 매우 적은 편이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오스트리아 작곡가 ‘카를 디터스도르프 (Carl Ditters von Dittersdorf, 1739-1799)’가 1762년 작곡한 ‘협주곡 2번 (Double Bass Concerto No.2 in E flat Major, Kr.172)’, 체코 작곡가 ‘반할 (Johann Baptist Vanhal, 1739-1813)’의 ‘협주곡 내림 마 장조 (Double Bass Concerto in E flat Major)’, 이탈리아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이자 작곡가 ‘조바니 보테시니 (Giovanni Bottesini, 1821-1889)’의 ‘협주곡 2번 (Double Bass Concerto No.2 in b minor)’와 같은 곡들이 대표적인 콘트라베이스를 위한 협주곡이에요.

  여러분에게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보다도 재즈음악이나 탱고음악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지 모르겠어요. 콘트라베이스는 재즈나 탱고에서 중요한 리듬과 베이스 음역을 담당하는 악기에요. 마이크를 설치해 음량을 증폭시켜 연주하는데요. 손으로 퉁겨서 연주하는 ‘피치카토 (Pizzicato)’ 주법이 많이 쓰입니다.

 

재즈공연에서의 콘트라베이스 Ⓒ영남일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콘트라베이스>는 한 소시민이 그의 작은 활동공간 안에서 펼치는 존재를 위한 투쟁을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은 마치, 여러 악기들에 묻혀 존재감이 미미하게 느껴지는 콘트라베이스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요. 사실 콘트라베이스는 여러 악기의 기본을 세워주는 오케스트라에서는 빠져서는 안 될 악기에요. 재즈, 탱고 등의 다양한 음악에서 쓰이며 독주 악기로서의 영역도 넓혀가고 있고요. 독주 악기로서는 미완성의 악기인 만큼, 그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겠죠. 묵묵히 자신의 음을 충실히 연주해내며 다른 악기들의 디딤돌이 되는 콘트라베이스처럼, 우리도 그렇게 걸어 나가면 어떨까요.

 

 

 

ㅇ 참고자료
 - 파트리크 쥐스킨트. 콘트라베이스, 열린책들, 2006
 - 야나기다 마스조 외. “악기구조교과서 (The Science of Musical Instrument)”. 보누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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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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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콘트라베이스 #더블베이스 #오케스트라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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