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악기 시리즈 ③] 신들의 악기 ‘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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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북반구 하늘에 보이는 ‘거문고자리’를 아시나요? 이 별자리의 이름은 ‘리라(Lyra)’예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악사인 ‘오르페우스1)’가 연주하는 악기가 바로 리라인데요. 오르페우스가 아리따운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해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는 ‘뒤를 절대 보지 말 것’이라는 약속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았죠. 순간 아내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시름에 빠진 오르페우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습니다. 주인을 잃은 리라에서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어요. 이에 매료된 제우스는 오르페우스의 리라를 하늘로 올렸고, 하나의 별자리가 되었는데요. 이 전설적인 ‘리라’는 현재의 ‘하프’로 남아있어요. 오늘 알아볼 세 번째 오케스트라 악기는, ‘신들의 악기’라고도 불리는 ‘하프’입니다.
1) 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악사이자 가수예요. 음악이자 태양의 신인 아폴론에게 리라를 연주하는 법을 배웠고, 죽은 아내를 저승에서 데려오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 인물이죠. 바흐 이전의 ‘음악의 아버지’라고도 불리기도 한답니다.

하프,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하프의 조상은 위에서 말씀드렸듯, 고대 그리스의 발현악기 중 하나인 ‘리라 (Lyra)’입니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연주되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이와 비슷한 모양새를 지닌 ‘키타라’와 함께 가장 중요한 악기였어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해 신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말이죠. 리라는 하프의 기원이 되는 악기로 현재의 하프보다 작고 휴대가 가능한 크기였어요. 바다거북의 등껍질을 공명통으로 쓰며 공명통만의 울림으로 소리를 내었는데요. 이렇게 공명통만 울리는 것이 하프와 같아 키타라가 아닌, 리라를 하프의 조상으로 본답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서아시아에서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활 형 하프 (Bow Harp)’와 기원전 1,500년 경 이집트에 도입된 ‘각 형 하프 (Angular Harp)’가 있는데요. 지금의 하프는 이에 영향을 받아 발전해 온 형태랍니다. 하프는 현의 수나 형태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어요. 우리가 지금 오케스트라에서 만날 수 있는 하프는 ‘콘서트용 하프’라고도 부르는 ‘더블 액션 하프 (Double action harp)’예요.
오늘날의 하프가 되기까지!
콘서트 하프는 46~47개의 현이 연결되어 있으며 온음계로 조율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피아노에서 검은건반 없이 흰건반만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아요. 반음을 연주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연주 악기로서 하프가 지닌 큰 단점이었는데요. 때문에, 반음을 연주하기 위한 방법이 오랜 시간 연구되었고, 마침내 1720년에서 1750년경, 야콥 호흐브루커(Jacob Hochbrucker/Jakob Hochprugger, 1673?!1763, Germany)에 의해 하프로 반음을 연주하기 위한 페달이 발명되었어요.

이 최초의 페달 하프는 페달을 밟을 때, 같은 음의 현은 반음 높은음을 내는 원리였는데요. 페달이 발명되었을 당시에는 모두 5개의 페달뿐이었고, 후에 도, 레, 미, 파, 솔, 라, 시 7음 모두를 위한 7개의 페달로 발전했어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1810년에는 세바스티앙 에라르 (Sebastien Erard/Sebasitan Erhard, 1752-1831, Germany)에 의해 ‘더블 액션 페달 (Double action Pedal)’이 발명되었습니다.

더블 액션 페달은 계단식 모양으로 파인 홈에 페달이 설치되어있어요. 이 페달을 한번 밟으면 반음이 올라가고 한 번 더 밟으면 온음이 높아져요. 이 더블액션 페달의 발명으로 하프로 연주 가능한 음들이 비로소 완성되어 현대까지 이어질 수 있었죠. 현대 하프는 페달을 가장 위로 둔 채 반음 낮게 조율하고, 원음을 연주할 때는 페달을 가운데 자리에 두고 연주합니다. 원음에서 반음을 올린 음을 연주하고자 할 때는 페달을 두 번 밟아 가장 아래로 두고 연주하고요.

오케스트라에서 하프는 보통 무대 왼쪽, 현악기와 타악기 사이에 자리를 잡는데요. 때문에 하프가 현악기인지, 타악기인지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오케스트라에 처음으로 하프가 등장한 것은 바로크 시대인데요. 당시 하프는 하나의 발현악기이자 유음 악기로서의 역할이 아닌, 타악기와 같은 특수한 효과를 위한 악기로 쓰였어요. 모든 음을 낼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도 100년이 지나서야, 하프는 서서히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서 음을 내게 되었죠. 마침내, 하프가 현악기로서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한 첫 작품으로는, ‘베를리오즈 (Hector Berlioz, 1803-1869, France)’가 1830년에 발표한 ‘환상교향곡 (Symphonie Fantastique in C Major, Op.14)’을 꼽습니다.

1810년 이후 하프는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는데요. 많은 여성들은 취미로 하프를 연주했고, 실내악이나 독주곡에 쓰이며 수많은 작곡가들의 사랑을 받는 악기로 거듭났어요. 동물의 사육제로 유명한 ‘카미유 생상스 (Charles-Camille Saint-Saens, 1835-1921)’는 하프의 매력에 빠져, 두 곡의 하프 연주곡을 작곡하기도 했죠. 1893년에는 2악장으로 구성된 ‘하프 독주를 위한 환상곡 (Fantaisie for Harp solo, Op.95)’을, 1907년 72세의 나이에는 ‘바이올린과 하프를 위한 환상곡 (Fantaisie for Violin and Harp in A Major, Op.124)’을 작곡했어요. ‘라인홀트 글리에르 (Reinhold Moritzevich Gliere, 1875-1956, Russia)는 자신의 첫 작품으로 ‘하프를 위한 협주곡 내림 마장조 (Concerto for Harp and orchestra in E flat major, Op.74)’를 작곡했는데요. 이 곡과 함께 ‘디터스도르프 (Carl Ditters von Dittersdorf, 1739-1799, Austria)’의 ‘하프를 위한 협주곡 가 장조 (Harp Concerto in A Major)’는 가장 많이 연주되는 하프 협주곡들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하프는 ‘신들의 악기’라고 불리는 만큼, 여전히 신비로운 악기죠. 대중에게 진입 장벽도 높습니다. 가격도 고가인 데에다, 그 무게도 40kg 가까이 나가니 휴대할 수도 없고요. 때문에 하프는 지금도 변신 중이랍니다. 리라나 키타라만큼의 작은 사이즈로 개량이 되거나, 악기의 재질을 가볍게 만드는 등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요. 하프가 오케스트라에서 ‘음’을 연주하는 악기가 되고 하프를 위한 연주곡이 만들어지기까지, 하프는 오랜 역사를 거쳐 보완되고 발전을 거듭해왔는데요. 앞으로 하프가 어디까지 대중의 틈을 파고들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까요.
ㅇ 참고자료
- 야나기다 마스조 외, “악기구조교과서 (The Science of Musical Instrument)”. 보누스, 2018
- 전재국, “인류의 문화유산 악기로의 여행”, 음악세계, 2010
- Berit Henrickson, Ten facts about the harp, OUP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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