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박물관, 핫플이 되다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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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하루예술

  지난 7월 국내 최초 공예 박물관인 ‘서울공예박물관’이 문을 열었어요. 그것도 세종대왕이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지었던 민가에서부터 풍문여고의 터까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당에 말이죠. 다채로운 볼거리와 MZ세대를 겨냥하는 포토존도 곳곳에 갖췄으니 큰 관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요. 수강신청을 방불케 한다는 치열한 티케팅을 통과하면 어떤 볼거리를 만날 수 있는지 알아봤어요.

 

🥣개관특별전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탁 트인 흰 벽의 공간,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마치 유럽 어느 미술관에 온 듯한 기분을 주는 전시실. 이곳에서는 개관특별전이 진행 중인데요.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예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예요. 국내에 미술대학과 공예 전공이 개설되며 공예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1970년대의 공예가들은 실용성보다는 ‘예술적 자기표현’을 중시했고, 이 흐름이 고조되며, 90년대 중반까지는 ‘탈기능적 예술 지향’이 성행하기도 했었죠. 한편으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공예품의 실용성’을 지향하는 경향도 나타나는데요.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공예품으로 생활의 격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거든요.

자연물을 추상화한 목조형물과 아트퍼니처 ©하루예술

  다양한 재료제작기법을 활용한 공예 제작은 계속되어 왔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공예가들은 새로운 재료와 기법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어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인 작품, 플라스틱으로 만든 활용도 높은 소반, 3D프린터로 제작한 의자 등을 이번 기획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관람기간은 개관일인 7월 16일부터 오는 10월 24일까지예요.

액화상태의 유리를 쇠파이프에 말아 입김과 손놀림으로 성형하는 블로잉 기법을 활용한 유리 작품 ©하루예술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작고 편리한 소반 ©하루예술

 

🎀직물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만나다

  자수와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전시3동 ‘사전가 직물관’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일명 ‘보자기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수집가이자, 박물관장, 예술가였던 고(故) 허동화(1926~2018)와 그의 부인 박영숙(1932~)이 함께 수집한 자수품과 보자기 등 소장품 5천여 점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기 때문이에요. 사전가(絲田家)’는 허동화의 아호(雅號, 문인과 예술가의 호를 높여 부르는 말)예요.

보자기 할아버지 허동화의 작품과 기증품 ©하루예술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3동 3층에는 한국의 미를 뽐내는 ‘보자기 작품’과 허동화 선생님의 작품 및 수집품을 만날 수 있는‘기증자 전시’가 준비되어 있어요. 궁중의 화려한 보자기부터 민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한 소박한 보자기에 이르기까지. 보자기의 다양한 크기, 소재는 물론,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과 보자기가 가진 멋을 제대로 보여줘요. 전시실의 검은 벽면과 어두운 조명은 관람객이 보자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요. 면이나 견직물에 나무와 새 등 자연을 아름답게 수놓은 자수 보자기, 천이 가진 고유의 색과 무늬 질감을 조형적으로 연결한 조각 보자기 등 시각적인 즐거움이 가득하죠. 보자기 싸기, 나만의 조각보를 맞춰보는 체험을 통해 옛 것으로만 느꼈던 보자기의 ‘힙’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보자기 ©하루예술
자수 보자기 ©하루예술
조각 보자기 ©하루예술
조각보 ©하루예술

자수, 꽃이 피다

  3동 2층에서는 허동화․박영숙 컬렉션에서 선정한 자수 병풍을 선보여요. 과거 여인들의 마음을 담은 문양과 자수 기법, 자수 도구 등도 함께 소개하고 있죠. 자수 병풍은 입체적이면서도 화려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지만, 회화 병풍에 비해 제작하는데 품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로 인해 통일신라시대 이래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었죠.

  자수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크고 작은 물건들에 소망이나 염원을 담을 수 있는 방법으로도 활용됐어요. 크고 화려한 병풍부터, 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주머니, 안경집, 보자기, 신발, 옷 등에도 문양과 글자를 수놓고는 했는데요.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장수와 복을 상징하는 壽福(수복)이라는 글자를 수놓는 게 유행이었어요.

 

자수 화조도 병풍, 출처: 서울공예박물관 홈페이지
자수쌈지, 출처: 서울공예박물관 홈페이지

 

🧰공예의 역사를 되짚어 보기

  고대부터 고려, 조선,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장인들이 이끌어온 전통공예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되어 있어요. 공예품들은 문자로 기록된 역사보다 생생하게 과거를 돌이켜볼 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기도 해요.

자연에서 공예로

  전시관 2동 2층에서는 고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금속공예품과 도자공예, 목칠공예 등 각각의 공예가 지닌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요.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나전 모란넝쿨 무늬 경함’이에요. 현존하는 고려 나전경함 중에 국내에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는 보물 제1975호를 재현한 작품으로, 작품의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전시해두었거든요. 이 작업물은 오늘날 각 분야의 장인 네 명이 2년 동안 힘을 모아 협업한 결과예요. 잣나무로 백골을 짜고, 옻칠을 하고, 문양을 표현하는 과정의 정교함과 세밀함을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죠.

나전 경함, 출처: 서울공예박물관 홈페이지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1동 2층에서는 조선시대와 그 이후의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어요.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법률을 통해 장인들을 관리하고, 국가의례에 필요한 공예품을 제작하여 국가의 기틀과 품격을 갖추기도 했어요. 왕실 의례용 공예품의 대표로는 ‘어책’이 있는데요. ‘갑자기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책과는 모양이 달라요. 조선에서는 왕비, 왕세자, 왕세손의 책봉 혹은 왕, 왕비, 세자, 후궁 등에게 특별한 이름을 올릴 때, 그 사실을 담은 기록물인 어책을 제작했어요. 왕, 왕비에게는 옥으로 만든 옥책을, 왕세자, 후궁의 경우에는 대나무로 만든 죽책을 제작했죠.

죽책 ©하루예술

  장인들은 민간에서 필요한 생활용품도 제작했어요. 조선은 유교 사회답게 화려한 장식 대신 근검절약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였죠. 문인 사대부들과 규방 여성들은 사치스러운 화려함보다는 은은한 멋을 추구했어요. 전시되어 있는 문방공예 및 다양한 장신구 등을 통해 조선시대 민간의 공예품 트렌드와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이택균 책가도병풍  ©하루예술

공예, 근대의 문을 열다

  1876년 개항 이후, 사회 전반에 나타난 근대화의 흐름에 따라 공예는 산업 기술로 인식되기 시작해요. 고종황제는 대한제국을 더 굳건한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외국에 사절단을 파견하여 선진문물을 견학하게 했는데요. 1900년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에서는 대한제국관을 설치하여, 도자기, 나전칠기, 비단, 금속공예품을 출품하기도 했어요.

1900년 르 쁘띠 주흐날에 실린 파리 만국박람회 대한제국관 ©하루예술

공예, 시대를 비추다

  이제 관람의 마지막까지 거의 다 왔어요.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공예품이 관광 상품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자본가들은 공예품을 제작하여 판매하기도 했고, 백화점이나 상점에서 공예품을 거래하기도 했어요. 본격적인 산업공예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 거죠. 한편으로는 조선미술전람회를 비롯하여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순수미술로서 공예의 지평을 연 시대이기도 하답니다.

나전칠 석류무늬 소반 ©하루예술



 서울공예박물관 관람 TIP 

1.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전시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후, 예약이 가능해요. 
2. 1인이 본인 포함 최대 4인까지 예약할 수 있어요. 만 6세 이하 영유아도 예약이 필요해요.
3. 관람 희망일 30일 전부터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이 가능해요.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 관람을 희망하신다면, 30일 전 미리 예약하는 것을 추천해요.
4. 관람시간은 10:00-18:00까지이며 일 6회차씩 운영하고 있어요. 회차 당 90명의 인원이 관람 가능하며 관람시간은 80분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미리 동선을 계획하는 것이 좋아요.
5. 박물관은 조선시대 안동별궁터로 주변 역사 문화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주차장을 운영하지 않아요.

 

서울공예박물관
- 관람시간 : 매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4
- 관람료 : 무료 [예약하기] 

 

 

💬 Editor’s Comment
  눈으로 보는 전시뿐만 아니라, 편백나무 대패질 체험부터, 보자기 싸기 체험, 조각보 맞추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어 관람 후 공예와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어요. 기와집이 내려다보이는 고즈넉한 뷰와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도 서울공예박물관이 가진 특별한 매력 포인트겠죠. 80분이라는 제한 시간 동안 박물관 전체를 관람하기는 조금 빠듯하기도 한데요. 미리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관심 분야에 집중해 관람 동선을 짜둔다면 더 알찬 관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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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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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박물관 #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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