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테논 신전을 품고 있는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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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하면, ‘그리스 신화’가 떠오르시죠. 전쟁과 지혜의 신이었던 ‘아테나(Athena)’는 ‘아테네’라는 명칭의 어원이 되었고, 이 도시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아테나를 모시기 위해 지어진 ‘파르페논 신전’은 해발 150m의 높이에 위치한 고대 도시 아크로폴리스(Acropolis)에 설립되었는데요. 이 신전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신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눈 안에 단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입니다. 오늘은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페논 신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으로 가볼게요.
아테네를 대표하는 박물관
원래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1865년, 아크로폴리스 상부에 조그맣게 위치해 있었어요. 그랬던 것을 2009년 6월, 현재의 위치로 옮겨오면서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으로 새 단장을 했습니다. 이때 박물관의 크기도 기존보다 훨씬 크게 만들었다고 해요. 현재 박물관의 위치는 파르테논 신전과 기원전 6세기 때 지어진 디오니소스 극장과 일직선상으로 근접해 있어, 지리적·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존재만으로도 이미 역사적 기념물인 이 박물관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가 이 지역의 건축가 ARSY의 ‘미카엘 포티아디스(Michael Photiadis)’와 함께 설계했습니다. 이들은 건물의 외관이 웅장한 역사적 배경과 아테네의 현대적 면모를 모두 아우를 수 있기를 바랐고, 그 결과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추상성을 가진 지금의 건축물을 탄생시켰죠.


박물관에는 *아르카이크 시대 부터 로마 시대까지, 이 도시의 고전 보물이 가득 소장되어 있는데요. 입구에서부터, 7세기의 고고학적 유적지를 유리로 감싼 커다란 갤러리가 늘씬한 기둥 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아크로폴리스 하부에는 현재 도시와 서양 문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축물 가운데 하나인 파르테논 신전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워낙 중요한 유적지이기 때문에, 유적지 위로 필로티(Piloti) 방식을 적용하여 유적지를 해치지 않고 유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볼까요? 고대 유적지가 내려다보이는 유리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박물관에서 가장 넓은 ‘중앙 갤러리(Archaic Acropolis Gallery)’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큰 기둥으로 둘러싸인 2층 높이의 공간에 고대부터 로마제국 시대까지의 고풍스러운 유물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곳이죠. 가장 상층부인 ‘파르테논 갤러리(Parthenon Gallery)’는 프리즈(Frieze)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는데요. 갤러리 한층을 통째로 약간 회전시켜서, 전시장 전체가 파르테논 신전과 마주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벽면은 통 유리창으로 되어있어,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을 가장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죠.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은 환호할 만한 일이지만, 혹시 과도한 열과 빛 때문에 전시장 내의 작품이 손상되진 않을까요? 이를 우려해, 최첨단 유리 기술로 적절한 빛만 조각품에 닿도록 설계했답니다. 덕분에 실제로 보면 신비한 느낌마저 준다고 하네요. 상부 갤러리를 관람하다 보면 비어있는 전시공간을 볼 수 있는데요. 그냥 남아도는 공간이 아닌, 세계 여러 박물관에 분산되어 있는 파르테논 프리즈가 반환될 그 날을 위해 비워둔 장소라고 해요.
*아르카이크 시대 : 흔히 폴리스가 성립된 BC 750년 전후부터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동 ·서 양 세력이 충돌한 BC 500년까지를 가리키며, BC 5∼BC 4세기의 고전 시대(古典時代)보다 더 옛시대를 지칭하기 위한 편의상의 명칭


카리아티네스 여인상을 둘러싼 영국과의 갈등
뉴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은 ‘카리아티네스(Caryatines) 여인상’인데요. 이 유물들은 원래 아크로폴리스의 ‘에렉테이온(Erechtheion) 신전’을 떠받들고 있던 기둥 역할의 조각상이었어요. 현재 에렉테이온 신전에는 복제품이 있고, 원본 총 6개 중 5개를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으로 옮겨왔는데요. 나머지 1개는 아쉽게도 1801~1802년 영국 외교관이었던 로드 엘긴(Lord Elgin)경이 가져가는 바람에, 현재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엘긴경은 터키주재 영국공사로 있을 때, 10년 동안 약 253점의 유물들을 영국으로 반출해갔는데요. 때문에 그리스의 수많은 문화재들이 고향을 떠나 타국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죠. 그리스 정부는 지속적으로 영국에 반환 요구를 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이 밖에도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는 ‘헤카톰베도스(hekatompedos)’의 기원전 7세기 경의 조각상과 기원전 570년 경 제작된 어깨에 송아지를 이고 있는 젊은이의 고대석상, 기원전 530년경 작품인 페플로스(Peplos)를 입은 처녀의 조각상 등 흥미로운 유물들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찬란한 고대 도시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둘러봤는데요. 고대 역사를 품고 있는 전시품뿐만 아니라, 해외로 유출된 유물들의 전시 장소를 미리 마련해 놓은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언젠가는 6개의 카리아티네스 여인상을 모두 제 자리인 이곳,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에게도 해외에 발 묶여있는 우리의 여러 유물과 문화재들이 있죠. 개개인 혹은 단체로서, 어떤 크고 작은 노력으로 그것들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 또한 여러분과 함께하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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