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은 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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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Oh!” “Aaay-Oh!” 2018년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목소리를 기억하시나요? 영국의 록 밴드 ‘퀸(queen)’의 전설적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해 99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응원 상영(싱어롱)에서 목 터져라 ‘Radio Gaga’를 따라 불렀었는데요. 많은 방송인들이 프레디의 상징인 콧수염과 패션을 패러디했고,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퀸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었죠. 그만큼 2018년 겨울 우리는 ‘퀸 신드롬’에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들의 정체성인 ‘록(Rock)’인데요. 20세기에도, 21세기에도 지구를 들썩이게 했던 록의 정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록(Rock)’이 도대체 뭔가요?
록이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음악 장르의 한 갈래예요. 록을 말하기에 앞서 로큰롤(Rock’n’Roll)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록은 1950년대 로큰롤에 뿌리를 두고 있답니다. 로큰롤은 흔히 문화사에서 ‘혁명’으로 일컬어져요. 백인 노동계급의 10대들이 기성세대에게 저항하기 위해 흑인의 블루스와 백인의 컨트리를 결합시켜 만든 ‘최초의 세대 혁명’이거든요. 따라서 록은 음악적으로 블루스와 컨트리에서 모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요. 로큰롤의 저항정신이 밑거름이 되어 록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록 스피릿’ 또한 록의 저항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고요.
1960년대의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영국의 침공)’을 기점으로 록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말 그대로 영국 밴드인 비틀즈(The Beatles)와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미국 시장을 장악한 것이지요. 이후에 음악과 비주얼에서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록 아티스트들이 많아지면서, 록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1970년대에는 하드 록과 글램 록이 부상했고, 그들의 상징적 스타일인 ‘긴 머리’도 크게 유행했어요. 그렇게 록은 70년대 주류가 되었는데요. 이때 록의 저항정신이 한번 더 빛을 발합니다. 기존 록에 대한 부정으로 펑크 무브먼트라는 새로운 록이 등장한 거예요. 이처럼 록은 80년대와 90년대까지도 끊임없이 저항을 이어가죠.

결국 록의 세부 장르는 열 손가락으로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해졌어요. 따라서 겨우 몇 가지 특징만으로는 록을 규정할 수 없죠. 그렇다면 수많은 스타일을 ‘록’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악기 구성입니다. 록은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드럼, 보컬을 기본 편성으로 해요. 그래서 록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밴드를 떠올리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특징적인 것은 바로 보컬입니다. 주류에 반대하고 다양성을 노래하는 것이 록의 정신이기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음색을 중시했답니다. 넓은 음역대나 화려한 기교보다는요. 당시에는 음반사에서 조달해준 노래를 잘 부르는 게 더 중요했어요. 하지만 록 음악은 대개 밴드 스스로 작곡하고 공연하는 노래였답니다. 이 자체가 기존의 제도나 음반사의 자본에 대한 저항이었죠. 결국 이 모든 특징들은 ‘저항성’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되는 거죠. 누군가 록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저항 정신 또는 반골 기질로 답할 수 있다면,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더 이상 ‘록알못’이 아니에요!
😥그래도 록은 너무 어렵던데…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록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록은 어둡고 난해하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죠. 하지만 그 모습이 록 자체는 아니에요! 특이한 패션과 헤어스타일, 헤드뱅잉과 괴성, 폭력적인 퍼포먼스 역시 록의 일부이지만, 록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흔히들 록은 시끄러운 음악이며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생각하죠. 록을 주로 듣는 사람은 그저 ‘매니아’라고 치부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록에 대한 편견을 물리칠 주문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렛 잇 비(Let It Be)도 록이다!”
And when the night is cloudy 어둡고 구름 낀 밤
There is still a light that shines on me 그래도 나를 비춰주는 불빛이 있어요
Shine until tomorrow 다음날까지 비춰줄 거예요
Let it be. 그냥 내버려 둬요
이처럼 서정적인 멜로디와 다정한 가사로 위로를 전하는 비틀즈의 렛 잇 비도 의심할 나위 없이 록이랍니다. 격정적이고 휘몰아치는 듯한 록이 있는가 하면, 담담하고 잔잔한 록도 존재하는 것이지요. 록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록 장르들을 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부 장르 몇 가지와 대표 밴드들을 추천해 드릴게요!
✅블루스 록(Blues rock)
1960년대 등장한 초기 록 장르로, 블루스의 구조를 가진 것이 특징이에요. 록의 등장 자체가 블루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블루스 록은 이후 다양한 록 장르에 영향을 미쳤어요. 특히 하드 록 또는 헤비메탈과 관련이 깊죠. 대표적인 밴드, 음악가로는 애니멀즈(The Animals)와 크림(Cream),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있으며, 90년대 이후로도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나 더 블랙 키스(The Black Keys)가 결성되면서 블루스 록의 명맥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루스 록 자체는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에릭 클랩튼의 ‘Layla’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이 곡은 2021년 롤링스톤즈지 선정 500대 명곡에 224위로 랭크되기도 하였는데요. 무려 7분에 달하는 긴 곡이지만 구성의 변화 때문에 시간을 잊고 감상하게 된답니다. 격정적인 기타 솔로에 피아노 연주가 이어지고 감미롭게 마무리되는 구성은 콘서트의 들뜬 마음과 공연장을 떠나는 아쉬움을 축약해 놓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하드 록(Hard rock)
록의 일반적인 이미지 형성에 가장 많이 기여한 대중적인 장르입니다. 헤비메탈과 헷갈리기 쉬운데요. 메탈은 묵직한 소리를 내는 데 반해 하드 록은 밝고 역동적인 소리가 특징이랍니다. 특히 매우 강한 드럼 비트가 마음을 쿵쿵 울리는 것이 하드 록의 매력 포인트지요. 대표 밴드로는 더 후 (The Who),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AC/DC를 꼽을 수 있습니다.
소개드리는 곡은 AC/DC의 ‘Highway to Hell’이에요. 틀자마자 익숙함을 느끼실지도 모르겠네요. 워낙 명곡인 만큼 각종 TV 예능이나 영화 등에 삽입되었거든요. 2010년 롤링스톤지 선정 500대 명곡에 258위로 등재되었으며, 동명의 앨범 또한 명반으로 꼽힙니다. 흔히 록 팬들의 인생은 AC/DC의 ‘Highway to Hell’이나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곡이에요!
✅얼터너티브 록 (Alternative rock)
19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얼터너티브 록은 헤비메탈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록 장르입니다. 얼터너티브는 사회비판적인 가사와 강렬한 기타 리프가 특징적이에요. 얼터너티브는 그야말로 ‘대안적인’ 록이기 때문에 그런지나 브릿팝 등 다양한 하위 장르를 가지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밴드로는 그런지로 분류되는 너바나(Nirvana)와 펄 잼(Pearl Jam), 브릿팝의 오아시스(Oasis)와 블러(Blur)가 있습니다.
동시대에 탄생한 록 장르인 만큼 소개하고 싶은 곡들이 정말 많은데요. 꼭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노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록 장르의 대세를 한순간에 헤비메탈에서 얼터너티브로 뒤엎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던 곡이랍니다. 곡이 수록된 앨범 네버 마인드 자체가 정말 좋으니 취향에 맞으시면 전곡 재생을 추천드릴게요.
👀록은 지금
2000년대 후반부터 록은 주류에서 멀어졌지만, 록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콜드플레이(Coldplay)나 마룬 5(Maroon 5)등의 밴드들이 일렉트로닉 록을 시도하고 있고, 힙합계에서는 록과 힙합이 결합된 장르가 유행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록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2010년대에 들어 K팝이 크게 성장하고 트로트 붐이 일었지만, 록은 아직 대중의 시선 안에는 들지 못한 상황입니다. 록 팬들 또한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록 페스티벌을 마음껏 즐기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는데요. 여기,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3년 만에 진행되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아주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록 페스티벌인데요. 따라서 티켓이 단시간에 매진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2006년 시작된 이래로 활발히 진행되었어요. 이번에는 자우림, 잔나비, 뱀파이어 위켄드 등이 출연을 확정하여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기억하는 팬들은 라인업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어요. 오아시스와 폴 아웃 보이, 스타 세일러가 한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시기가 있었거든요. 2009년, 2010년은 한국 록 페스티벌 전성기라고 칭할 정도로 화려한 라인업과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었답니다. 한때 국내 록 페스티벌 탑의 자리에 있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2017년 이후로 개최되지 않고 있으며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 또한 2019년 취소된 이후로 소식이 없는 상태예요. 그렇기에 이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귀환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랍니다.
한국에서도 록의 부흥을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2019년 방영되었던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도 록 밴드로 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밴드 문화 양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요. 이번 펜타포트 매진 소식만 봐도 록의 비상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답니다.
💬Editor’s Comment
록의 어느 부분이 매력적이냐고요? 배스킨라빈스가 성공한 원인과 비슷해요. 한 달 내내 매일 한 가지씩 골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장르들을 갖추었기 때문이에요. 분노를 표출하고 싶을 땐 헤비메탈을, 센치해지고 싶을 때는 블루스 록을, 경쾌하게 산책하고 싶을 때는 브릿팝을 듣는 거예요! 같은 장르를 내세워도 밴드마다 느낌이 다 다르니, 듣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친구들이 모여서 힙합 얘기를 할 때면 저는 이 곡도 좀 들어보라며 이어폰 한쪽을 건네곤 했어요. 한국에서도 록의 인기가 높아져서 친구들과 최애 밴드로 실컷 수다를 떨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함께 외쳐봐요, Rock will never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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