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용+이름+거시기+조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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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을 대표하는 작품들만 모아 모아 정성스레 준비한 공연이 있다면 어떨까요? 마치 선물을 한 아름 안은 것처럼 풍성한 기분을 느낄 거예요. 어쩌면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파격, 외설, 도발... 현대무용가 안은미를 서술하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세상이 건네지 않는 이야기를 생경한 방식으로 거침없이 풀어내는 그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죠. 하지만 그의 대표작들을 모은 이 선물 상자를 받아 들면, 그가 누구보다도 세상에 맞닿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안은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누구더라?

  안은미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 무용가예요. 그는 12세 때 한국무용을 통해 무용계에 입문했는데요. 관습이 중요시되는 전통무용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틀을 깨는 파격적인 춤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죠. 강렬한 색채와 신선한 동작, 몸의 선을 극적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표현방법 등 무용계에 이전에는 없었던 충격을 불러왔거든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1988년에는 <종이계단>을 발표하며 독립 예술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고요, 바로 그 해 서울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무용단의 창단공연까지 열었어요. 바로 그 무용단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안은미컴퍼니’랍니다.

 

안은미컴퍼니의 수장, 현대무용가 안은미 ©국민일보

  그는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지 않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무대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일을 자신의 존재 의의로 삼으며 살아가죠. 무용 역시 예외는 아니에요. 그의 삶은 무용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지만, 여기에서 뻗어나가 다다른 분야들은 전혀 다른 것들이었을 때가 많았거든요. 영화, 패션쇼, 일러스트, 전시까지. 무용으로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이처럼 안은미는 자신의 삶이 계속 새로운 걸 찾는 발명가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춤추는 인생 30년, 그에게 있어 춤이란 탐구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지금껏 그가 펼쳐낸 작품에는 ‘나는 누구인가’에서 출발한 고민들이 녹아있거든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수많은 사회 맥락에서 탐구한 그 고민들은, 곧 그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사회 담론과 문화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되었어요. 안은미는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의 몸을 관찰하고 움직임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많이 하는데요. 이 땅 위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춤의 자연사를 연구하고 새로운 창작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답니다.

 

🎉안은미컴퍼니가 개최하는 땐쓰페스티벌, ‘4괘’

  이렇게 항상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현대무용가 안은미, 그리고 그가 이끄는 안은미컴퍼니가 코로나19로 막혀있던 해외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려요! 안은미컴퍼니의 이번 유럽투어는 벨기에,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스위스, 스페인, 슬로베니아, 이탈리아까지 총 8개국에서 3개월 동안 이어진 긴 투어였는데요. 안은미컴퍼니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즈(2020)>, <북한춤(2018)> 등의 작품을 선보였어요. 지난 33년간 15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온 안은미에게도 이번 유럽투어 공연은 특별했다고 하는데요. 지난 가을 시즌 동안 진행되었던 안은미컴퍼니의 공연은 유럽 사람들에게 상당히 오랜만의 공연이었거든요. 유럽은 이른 경우 작년 11월부터 오랜 시간 동안 록다운(Lockdown, 국경 봉쇄)을 거쳤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외출만 허용되다 보니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 기관은 대부분 폐쇄되어 있던 상황이었어요. 올해 여름 유럽에 백신 접종이 도입되며 일부 국가에서는 락다운이 일시 해제되었는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안은미 컴퍼니가 얼마나 뜨거운 환영을 받았을지는 말 안 해도 짐작하시겠죠? 실제로 안은미는 유럽투어 이후 무대에 오른 무용수와 관객들 모두에게 감격적인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어요.

 

안은미컴퍼니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4괘’ ©국제뉴스

  이런 벅찬 경험을 국내 관객들과도 나눌 수 있다면 더더욱 좋지 않겠어요? 안은미컴퍼니는 12월 둘째 주부터 ‘안은미컴퍼니 페스티벌-4괘’라는 이름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찾아올 예정이에요. 이번 공연은 원래 올해 8월, 9월에 무대에 오르기로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연말로 연기되었어요. 공연 연기는 아쉬운 일이지만 슬픔은 잠시, 덕분에 우리는 좀 더 신비로운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어요! 이번 공연은 18일 <드래곤즈>를 시작으로 19일에는 <Let Me Change Your Name>을, 24일에는 <거시기모놀로그>를, 25일에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까지 선물 같은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답니다.

 

😮제목이 신선한데? 어떤 내용이야?

🐲드래곤즈
  <드래곤즈>는 지난가을 유럽투어에서 환호를 받았던 두 작품 중 하나예요. 용의 해, 2000년에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들이 이끄는 새로운 미래를 눈앞에 펼쳐내 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안은미컴퍼니는 2019년 9월부터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등지로 사전조사를 위한 여행을 떠나 2000년 용띠 아이들을 만났고, 각 나라의 전통 무용을 익혔어요. 그 리서치 여행의 결과물이 <드래곤즈>랍니다. 이 작품은 아시아 5개 지역의 밀레니얼 세대 무용수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타국의 무용수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자, 온라인을 통해 3D 작업을 거치는 등,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택했어요. 그들이 보여줄 새로운 미래가 궁금해지네요!

Let Me Change Your Name
  2005년 베를린의 태평양 주간 페스티벌에서 초연한 <Let Me Change Your Name>은 안은미컴퍼니의 작품 중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으로 꼽혀요. 이 작품은 안은미의 ‘렛(let)’ 시리즈 3부작 중 하나인데요. 렛 시리즈는 한국 춤 역사 안에 존재하는 서양 중심의 요소들을 벗어나 동서양을 막론한 몸의 보편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두 번째 렛 시리즈인 <Let Me Change Your Name>에서는 한국 무용수와 서양 무용수가 서로의 문화를 넘나드는 듯, 어우러지고 충돌하는 듯, 또 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줘요. 돌아오는 국내 공연에서는 안은미컴퍼니의 단원들이 이 공연을 재연한다고 하니, 이번 공연은 어쩐지 버전 2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Let Me Change Your Name> 중 ⓒSukmu Yun·ⓒ박은지 (동아일보)

🙄거시기모놀로그
  2019년 안은미컴퍼니가 영등포 문화재단과 만나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 바로 <거시기모놀로그>예요. 60대부터 9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10명이 자신의 첫 경험이 담긴 소리들을 무용으로써 풀어내죠.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 되는 상황을 춤을 통해 환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의 느낌으로 후련하게, 유쾌하게 풀어내는 걸 예상했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는 이야기일 거예요. 하지만 안은미는 이렇게 또 한 번, 그동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멍석을 마련했어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마지막 피날레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가 장식해요. 이 작품은 2011년 서울문화재단 상주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두산아트센터와 공동으로 제작했는데요. 전국을 순회하며 만난 할머니들의 춤을 직접 기록하고, 그들의 움직임을 공연에 담아낸 생경 하면서도 익숙한 작품이죠. 안은미는 ‘춤이란 짜인 안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인다면 그것은 춤’이라는 생각으로 춤의 영역을 확장시켰어요.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이후 인류학적 측면에서 몸의 움직임과 추상적인 언어 표현을 연구하고 공연으로 만드는 ‘무브먼트 리서치(Movement Research)’의 시작이 되었죠. 
 

 

💬Editor’s Comment
  안은미가 지금껏 창작해온 150여 편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4편은 매우 적은 수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 4편을 한 자리에 모았다는 사실이 더욱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이 작품들을 대표작으로 꼽은 이유, 또 대표작이라는 이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그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안은미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코로나로 힘들다고 가만히 있는 건 작가가 아니라며, 예술이 고단한 작업이지만 나 같은 사람에겐 춤추는 게 오히려 휴식이자 활력을 준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그의 춤이 많은 이들에게도 휴식이자 활력,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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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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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안은미 #현대무용 #4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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