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주자들... 왜 이렇게 잘 하는거야 'K클래식 제너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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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삶을 그린 <아마데우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피아니스트>, <불멸의 연인>, <파가니니>... 이 작품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혹시, 찾으셨나요? 네,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영화입니다. 클래식의 본 고장인 유럽을 배경으로 실존했던 클래식 연주자, 불후의 명곡을 남긴 작곡가들이 등장하는데요. 그럼, 이런 상상은 어떨까요? 언젠가, 한국인 클래식 명연주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찬사를 받는 일이죠.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 일 겁니다.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기량은 불과 이십여 년 만에 급속도로 성장했고 세계의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요. 누가 봐도 대단한 일이죠. 그래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나 봅니다. 바로, <K-classics Generation : K-classic 세대>입니다.
실제 클래식 연주자들이 나오는 영화가 있다고?

다큐멘터리 영화인 <K-클래식 세대>는 아직 개봉 전이지만, 지난 9월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초청받아 ‘Docs on Stage’ 행사에서 상영되었어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의 세계무대를 위한 도전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벨기에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벨기에 공영방송 RTBF의 클래식 음악 전문 프로듀서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티에리 로로의 두 번째 클래식 다큐멘터리죠. 그는 이미 2012년, 그의 첫 작품에서 한국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적이 있는데요. 이번 그의 두 번째 작품, 'K-클래식 세대'에서도 역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로로 감독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무엇이 그리도 궁금했던 것일까요?
티에리 로로가 궁금했던 한국 음악의 비밀은
‘한국 음악의 비밀'(Le mystère musical coréen)이라는 제목을 가진 로로 감독의 첫 번째 영화는, ‘국제 클래식 음악 콩쿠르에 진출하는 한국인이 왜 이렇게 많은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는데요. 이번 두 번째 영화, <K-클래식 세대>는 '어떻게 해서 한국인들이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에 대해 탐구하고, 고찰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마니아라면 귀가 솔깃하실 거예요. 유럽 유수의 콩쿠르에 이름을 올린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모습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2015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소프라노 황수미, 201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 콩쿠르와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문지영, 201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리스트 피아니스트 김윤지, 2018년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한 현악사중주단 에스메 콰르텟 등, 8명의 젊은 한국 음악가들이 출연합니다.

유럽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K-Classic 붐
유럽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시선에서 보는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은 마치, 국악연주를 한국인보다 더 잘하는 외국인을 보는 그런 느낌일까요? 로로 감독에게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들은 그만큼 특별하게 다가왔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로로 감독은 한국의 명연주자들의 유럽과 한국 생활을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K-클래식 연주자 세대에 대해 연구했어요. 그들에게는 어떠한 동기부여가 있었는지, 콩쿠르 우승 후에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에서는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 등, 무대 밖의 이야기들을 연주자들과 그들의 스승, 주변인, 부모님들을 통해서 들려줍니다.

그들의 뛰어난 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하지만 이 영화에는 한국 연주자 개개인이 가진 아주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로로 감독은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과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한국인들이 얼마만큼 클래식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헌신하고 있는지, 기계적인 구시대적 연습생활에서 벗어나 예술적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젊은 지도자와 연주자들이 어떻게 클래식에 창의적으로 접근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이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일 수 있을까요. 로로 감독은 더불어, 콩쿠르 입상 이후 국제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 나가기 위한 연주자들의 노력과, 그들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각국에 머무르며 음악가로 살아가는 또 다른 여정을 그려냈어요. 미래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그들이 앞으로 향할 그 길이 얼마나 새롭고 다양한지 알려주는, 마치 안내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죠.

영화 제작의 동기는 세계적인 유럽의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아시아계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그렇게 가볍지 만은 않아요. 본 다큐멘터리가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되었을 때, 영화 상영 후에 현재의 K-클래식 세대를 뒤 이을 10대 연주자들의 무대가 이어졌는데요. 이는 K-클래식 세대는 잠시 반짝하는 현상이 아니고, 세대를 이어 계속될 하나의 경향이라는 확신을 주었죠.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연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티에리 로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채로운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출해야 하는 나이 어린 연주자들이 하루 8~9시간씩 연습에만 매달리고 성패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모습에 안쓰러운 적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 클래식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도 덧붙였어요. 그들이 가진 좋은 성적표뿐만 아니라 그 이면까지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응원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데요. 언젠가 이들이, 혹은 미래의 한국 연주자들이 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들의 재능과 업적을 기리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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