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장인과 안무 장인이 만나 탄생한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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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아름다운 공주와 그녀를 구출하려는 왕자님. 여러분, 흥미로우신가요? 때문에 이런 고리타분한 ‘공주님’ 이야기들은 오늘날 새로운 캐릭터와 뜻밖의 스토리로 각색되기도 해요.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영화 ‘말레피센트’로 리메이크되어 애처로운 마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처럼요. 하지만 발레 무대 위로 옮겨놓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맞춰 80여 명의 무용수들이 프티파의 안무에 따라 고난도 테크닉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죠.
차이코프스키의 화려한 음악이 더해진 발레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1697년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가 쓴 동화의 내용을 토대로 해요. 1881년에서 1899년까지, 러시아 황실 극장의 감독이었던 이반 프세볼로슈키의 제안으로 만들어졌죠. 프세볼로슈키는 루이 14세의 프랑스 궁정 발레처럼 눈부시고 화려한 발레를 창작하고 싶었다고 해요. 때문에 프랑스 동화에서 주제를 고안해 각본을 썼어요.
차이코프스키가 이 작품의 음악을 맡은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당시 차이코프스키는 처음으로 발레 음악을 선보였던 ‘백조의 호수’가 대 실패로 돌아간 후,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발레음악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던 터였거든요. 당시 발레 음악은 안무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반주에 불과했었는데요. 이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예술적이고 수준이 높았던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은 많은 혹평을 받았었죠. 각고의 노력 끝에 세상에 내놓은 첫 작품이 비판과 논란에 휩싸이자, 차이콥스키는 다시는 발레음악을 작곡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거예요. 하지만 이런 결심이 무색하게도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각본을 받아 본 차이코프스키는 주저 없이 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어요.

이 작품의 안무가였던 프티파는 발레 음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안무와 작곡에 꼭 필요한 사항들을 상세히 적어 그에게 전달했고, 차이콥스키는 그 대본에 맞춰 음악을 작곡했죠. 차이코프스키는 ‘백조의 호수’에서 발레음악으로는 처음으로 시도했던 교향악적 수법을 이 작품에서는 더욱더 풍부하게 담아내어 웅장하고 깊이 있는 음악으로 탄생시켰어요.
발레의 교과서라 불리는 프티파의 명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답게 화려하고 볼거리로 가득해요. 형식미가 돋보이는 완벽한 대형의 군무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작품의 절정에서는 주역 무용수의 난도 높은 그랑 파드되가 긴장감을 더하죠. 클래식 발레 작품 중, 까다롭기로는 1막의 ‘로즈 아다지오’를 따라올 안무가 없다고 하는데요. 이는 오로라 공주가 4명의 왕자와 교대로 손을 잡고 균형을 맞추며 추는 춤으로, 2인 무인 그랑 파드되를 하면서 동시에 4명의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야 하죠. 고전발레의 화려한 테크닉을 감상할 수 있어요.


샤를 페로의 동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작품에 등장하는 디베르티스망은 또 어떻고요. 3막 결혼식 장면에서는 장화 신은 고양이, 빨간 모자와 늑대, 파랑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극에 흐름에 개입하지 않으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요. 동화 속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무용수들의 재치 있는 연기와 고난도의 안무들로 짜여 있어요. 이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다양한 장면을 넣어 관객들에게 흥미를 더하는 한편, 공연 내내 어려운 안무들을 소화한 주역 무용수들에게는 다음 동작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의미가 있어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고전 발레의 교과서’라 불리는 명성에 걸맞게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정교한 테크닉과 우아한 발레 안무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작품이에요. 화려한 무대와 무용수들의 의상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하고요. 명실공히 ‘명작발레’라 불릴 만하죠. 19세기 최고의 발레 안무가와 음악가와의 합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지 않으세요? 뻔한 스토리가 주는 뻔하지 않은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류한울·조주연 공동 작성
ㅇ 참고자료
- 이은경. 『발레 이야기』, 열화당, 2019.
- 한지영. 『발레 작품의 세계』, 플로어웍스, 2021.
- 이수경. 『발레 즐겨찾기』, 부크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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