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서 책으로, 책에서 다시 예술로
- 1,394
- 0
- 글주소
여러분은 그래픽 노블에 익숙하신가요?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이에요. 일반 만화나 그림책보다는 글이 더 많고, 보다 진지하거나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죠. 그냥 소설이나 만화가 아니라 그래픽 노블을 만드는 데에는 시각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서사도 놓치지 않으려는 목적이 있어요.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의 삶을 잘 담을 수 있는 형식이라고 느껴지는데요, 이런 생각을 저만 한 것은 아닌가 봐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 세 권이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답니다. 그리고 이 그래픽 노블을 다시 예술로 옮긴 전시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열리기도 했죠.
⛓책과 예술을 잇다

예술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메시스 출판사는 파주 출판단지에서 아트 뮤지엄을 운영해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만의 특징으로는 책과 예술을 잇는 전시 시리즈 ‘BOOK+IMAGE‘가 있는데요, 이번에 열리는 열한번째 전시 <강박과 사랑, 그리고 예술>에서는 20세기 페미니스트 아이콘인 세 예술가 버지니아 울프, 프리다 칼로, 그리고 쿠사마 야요이의 삶을 담은 그래픽 노블 세 권을 바탕으로 전시를 선보입니다.
세 권의 그래픽 노블은 각각 예술가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고요, 전체 전시의 제목인 ‘강박과 사랑, 그리고 예술’이 바로 쿠사마 야요이 책의 부제랍니다. 세 예술가가 지닌 고유의 색이 또 다른 세 그래픽 노블 작가의 색과 어우러져 책으로 다시 탄생한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그 책을 전시 예술로 만들어 온몸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이번 전시, 기대되지 않나요?
🙄국적도 분야도 다른 세 사람이 하나의 전시에?
전시의 주인공인 세 예술가 버지니아 울프와 프리다 칼로, 그리고 쿠사마 야요이는 각각 영국의 작가, 멕시코의 화가, 일본의 설치미술가예요. 국적도 분야도 다른 이 세 명이 한 전시에서 만나다니, 참 신기하죠. 세 예술가의 인생과 작품은 각양각색이지만, 그 중심에는 공통적으로 불안정한 내면, 그리고 이를 극복하게 도와주는 예술을 향한 사랑이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와 프리다 칼로, 쿠사마 야요이 모두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사회의 고정관념을 포함해 다양한 현실의 어려움과 부딪혔고, 본인의 불안정한 내면에 수시로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뜨거운 열정으로 놀라운 작품들을 남겼어요. 오히려 그 고통까지도 예술로 만들었죠.
전시 주인공들의 고통은 개인의 경험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고통을 겪지 않는 건 아니잖아요. 고통은 누구에게나 찾아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픔으로 무너지지 않는 것은 누구나 할 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예술가들의 작품이에요. 작품을 통해 예술가들이 지나온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시련을 마주한 것이 나뿐이 아님을 확인하기도 하고 나만의 길을 모색하게 된답니다.
⛲작품 속으로 풍덩!
그래픽 노블을 활용한 전시라고 하면 단순히 책의 이미지를 나열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크게 갖지 않으실 수도 있을 텐데요. 직접 방문한다면 기대보다 훨씬 멋지고 알찬 전시를 만날 수 있어요. 버지니아 울프, 쿠사마 야요이, 프리다 칼로의 순서대로 전시를 감상하게 되는데, 그들 각자의 공간이 모두 풍성하게 채워져 있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공간은 그의 대표작인 <자기만의 방>이 떠오르도록 가구와 천을 이용해 꾸며졌고요, 쿠사마 야요이의 공간에는 그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빨간 도트가 수놓아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리다 칼로의 공간에는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준 거울과 해골 등이 자리하죠.
이토록 전시실이 가득 채워진 덕에 따로 사전 조사를 하거나 전시 설명을 꼼꼼히 읽지 않고 편하게 즐기기만 해도 해당 전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 쉽습니다. 또한 세 예술가가 공통점을 갖고 한 자리에 모였다지만, 동시에 각자만의 특색을 가졌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인데 그게 각 공간을 통해 선명히 드러나더라고요. 다음 예술가로 넘어갈 때마다 콘셉트가 휙휙 바뀌며 저도 다른 삶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게다가 이 알찬 공간들은 포토스팟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해요! 가끔 이질감이 들 정도로 뜬금없는 포토스팟을 설치해놓은 전시를 만날 때가 있는데, 여기 <강박과 사랑, 그리고 예술>은 전시 자체가 완벽한 포토스팟이에요. 전시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사진으로 남겨도 예쁠 공간이 많아 눈이 즐거웠답니다. 전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제가 꼭 작품 속에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줄 거예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자칫하면 뜬금없어 보일 수 있는 세 예술가를 묶고 그 공통점이 돋보이도록 기획한 것이 잘 느껴집니다. 의도가 잘 전달되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전시였어요!
- - 단순 나열에 가까운 정보 제공이 아니라 공간 전체와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전시가 너무 멋졌어요. 전시로 더욱 빠져드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건 덤!
- - 공간 전체를 사용하는 전시는 동선이 꼬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전시는 그렇지 않아서 어느 부분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관람할 수 있었어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세 예술가의 원작을 재탄생시킨 그래픽 노블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시의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수단에 그친 것 같아 아쉬웠어요. 그래픽 노블 그 자체와 작가들의 이야기도 조금 더 들어있었다면 더욱 신선하고 재밌었을 것 같아요.
💬Editor’s Comment
전시 하나를 봤을 뿐인데 세 명의 예술가와 세 권의 책까지 만났어요. 예술도, 책도 각자 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강박과 예술, 그리고 사랑> 전시를 통한다면 둘 모두 한껏 즐길 수 있겠어요. 버지니아 울프와 프리다 칼로, 쿠사마 야요이에게 관심이 많지 않았던 분들도 이 예술가들을 처음 만나고 그 작품들을 알아가기 좋은 자리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관심을 갖고 있던 분들이라면 더더 좋아하게 되실 거예요. 후회하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고 보장해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