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역사 속 안중근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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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역사 드라마나 영화, 또는 소설을 즐겨 보시나요? 재일한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겸 드라마 <파친코>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죠. 최근엔 영화 <한산>이 인기리에 상영되어 수많은 거북선 덕후를 양성하기도 했고요. 저도 역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창작물을 보거나 읽는 것을 좋아해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역사책 속 멈춰 있던 사건과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같달까요? 여기 역사책 속 영웅을 한 사람의 관점에서 풀어낸 소설이 있어요. 김훈 작가의 신작, 소설 <하얼빈>입니다.

 

🙌역사소설의 대표작가, 김훈!

  역사소설의 대표작가라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고요? 하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을 들어보면 곧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실 거예요. 김훈은 유명한 역사 소설인 <칼의 노래>, <남한산성>, <흑산> 등을 저술한, 역사 소설의 대가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의 역사 소설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와 그 사건을 표현하기보단, 그 속에 살았던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내거든요. <칼의 노래>에서는 이순신의, <남한산성>에서는 그 시대 다양한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모습을 그려낸답니다. 때문에 작가 본인은 자신의 소설을 ‘역사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어요. 역사를 소재로 하는 것은 맞지만 실제 역사와는 크게 관련이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김훈 작가기 역사로부터 영감을 받는다는 사실은 명확한데요. 일례로, <칼의 노래>를 쓸 때에는 충남 아산의 현충사를 자주 찾아갔다고 해요. <남한산성>을 구상할 때는 남한산성에 자주 방문했고요. 그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는 바로 이러한 집념에서 나옵니다. 동시에 김훈의 작품은 문장의 표현력으로도 칭찬을 받아요. 별다른 수식어 없이 주어와 동사로 깔끔하게 구성된 문장이 주는 명료함과 에너지가 있거든요.

 

장편 소설 『하얼빈』 기자 간담회 ⓒ한겨례

 

😮안중근인데… 안중근이 아니라고?!

   김훈 작가는 지금까지의 작가 인생을 통틀어 총 두 개의 글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어요. 하나는 이순신의 <난중일기>고, 다른 하나는 안중근의 <신문조서>죠. 김훈 작가는 젊은 시절 안중근이 쓴 <신문조서>를 읽고 안중근에 대한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고 밝혔어요. 그렇게 50년 만에 나온 소설이 바로 <하얼빈>이랍니다. 

  <하얼빈>에는 작가의 특징들이 잘 담겨 있는데요. 김훈 작가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 자체보다 인물의 내면을 표현한다고 했었죠? <하얼빈> 역시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었거든요. 소설은 안중근의 거사 전후 5개월 정도를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는 30살의 안중근과 그 대척점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의 내면을 그리죠. 작가에 의해 완전히 재구성된 새로운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인 거예요.

   흥미로운 사실은 작가가 집필할 때에 안중근의 사진을 걸어두고 작업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작업에 몰입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다양해요.안중근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본 것은 물론이고 이토 히로부미의 행적을 쫓아 일본 곳곳을 방문하기도 했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안중근의 사진에서 중요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작가는 안중근의 체포 직후 사진과 사형 전 사진을 주목했는데요. 체포 직후 안중근의 사진에서 혼란스러움이 느껴졌고, 사형 직전 사진에서는 편안함을 느꼈다고 전했어요. 소설은 안중근에게 왜 이런 감정 변화가 있었는지에 주목합니다. 이처럼 안중근 내면에 대한 새로운 접근뿐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표현, 소설의 갈등구조,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 등이 <하얼빈>에 재미를 더하고 있어요.

 

사형 전 안중근 ⓒ중앙일보
체포 직후 안중근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역사소설, 왜 읽는거야?

   역사와 역사 소설이 큰 차이를 가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죠. 특히 오늘 소개한 김훈 작가의 소설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기반으로 하지만 상상력이 가미된 새로운 내용이에요. 그렇다면 실제 역사도 아닌 역사 소설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역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창작물이 그렇듯, 역사 소설은 매우 흥미롭죠!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에 다양한 상상력들이 추가되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해지니까요. 덕분에 역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도울 수 있어요. 역사적 지식을 전달할 수도 있고요. 또 김훈의 소설 같이 개인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역사 소설의 경우 개인의 시점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해요. 구조적 측면에서 다루어지는 역사책과 달리 역사 속의 사람을 보게 하죠. ‘나였으면 어땠을까?’, ‘현대사회에는 이 역사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와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역사 소설이 장점만 가진 것은 아니에요. 역사 콘텐츠라면 유의해야 하는 역사 왜곡 문제가 있죠. 소설은 허구가 가미된 채로 쉽게 독자에게 스며들기 때문에 역사 왜곡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집니다. 또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는 만큼 작가의 가치관이나 개인의 특성이 과하게 반영될 수도 있고요. 유명한 역사 소설들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만큼, 꼭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랍니다.

 

김훈 작가의 신작 <하얼빈> 표지 ⓒ문학동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해요. 그중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역사 소설은 중요한 의의를 가져요. 역사를 끊임없이 다시 보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지금 우리의 삶에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하거든요. 소설 ‘하얼빈’ 속 재구성된 안중근은 현재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전해줄까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작가의 간결한 문체가 매우 강렬해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짧은 문장들에서 힘이 느껴진답니다.
  • -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를 한 명의 사람으로서 접근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특히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참신했어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작가는 소설의 클라이막스가 거사 자체가 아닌 이후의 재판 과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점을 충분히 유의하고 읽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기대보다 하얼빈에서의 장면이 매우 짧거든요. 

 

💬Editor’s Comment

  안중근의 삶은 매우 유명하잖아요. 워낙 드라마틱해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정작 안중근이란 인물의 고뇌에 대해 생각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 여러분도 안중근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될 거예요. 안중근과 그 주변 인물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살았을지 <하얼빈>이 그려주는 이야기에 또 여러분만의 상상을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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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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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소설 #김훈 #하얼빈 #안중근 #역사소설 #팩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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