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역사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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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체요절을 아시나요? 한 번쯤 교과서에서 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요. 직지심체요절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한국의 유물입니다. 고려의 승려 백운화상이 중국에서 가져온 요절1)을 재구성해 엮은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죠. 그러나 현재 직지심체요절은 한국에 없습니다. 구한말에 프랑스로 반출되어 지금까지도 프랑스가 소장하고 있거든요. 프랑스-한국 정부 간에 반환 혹은 대여 의견이 오랫동안 오고 갔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견 일치가 실패했어요. 다만 이 과정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중이 ‘해외 반출 문화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어요. 그 이후로 관련 재단이 설립되는 등 문화재 환수 사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그 사업 성과를 알리고 대중의 더 큰 관심을 모으고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1) 요절은 문장에서 요긴한 마디를 이르는 말이에요.
🙌다시 돌아온 우리나라의 역사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은 해외로 반출되었다가 돌아온 문화재 40여 점을 소개하는 전시회예요. 한국은 역사적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죠. 그러니 문화재 도난과 약탈에 취약했고, 무지해서 문화재를 지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반출된 문화재가 올해 초 기준 214,208점으로 확인됐는데, 소장 정보가 온전히 공개되지 않는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을 거라고 추측돼요. 그럼 가지고 오면 되지 않느냐고요? 문화재 환수 사업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아주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거든요. 우리 문화재임을 증면하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죠.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은 이러한 장애가 있음에도 값진 성과를 이뤄냈음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당연히 해당 전시가 갖는 의의와 가치는 매우 크죠. 이번 전시는 돌아온 문화재 40여 점을 전시하는데, 그중 다수가 보물급 문화재예요. 2017년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을 비롯해 효종 추상존호 금보, 대례 의궤와 같은 왕실의 유물들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중요한 건 이러한 문화재들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이랍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돌아오기까지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에서는 환수 문화재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비하인드 스토리도 만나볼 수 있어요. 인상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볼까요? 분청사기 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 묘지에 관한 이야기예요. 이름부터 어렵다고요?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속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나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이 문화재는 문화재 밀매범에 의해 일본으로 불법으로 반출되었다가 2014년에 기증 형태로 환수된 케이스예요. 이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국외소재 문화재재단’이라고 하는 문화재청 산하 공공기관이 갖은 노력을 기울였죠. 재단 담당자가 직접 일본에 있는 소장자를 만나 이 유물은 단순한 도자기가 아니며, 후손들이 조상에 대한 마음을 담아서 제작한 묘비명이라고 오랜 시간 설득했답니다. (정성 무엇…) 그리고 그 과정 역시 예사롭지 않은데요. 담당자는 성종실록 중의 한 단락을 인용했다고 전해지고 있거든요. 소장자는 그 부분에서 마음이 움직여 기증을 결정했고요. 환수 과정에 담긴 이야기 역시 역사 속 한 구절 같지 않나요?
이형원이 아뢰기를, “지금 가는 통사(통역사) 도노 시게히데는 부모가 모두 대마도에 있으니, 만일 고향을 그리워하여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만약 고향이 그리워서 남고자 한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이어서 이형원에게 술잔을 올리도록 명하고, 이계동 김흔에게도 차례로 술잔을 올리도록 명하였으며, 홍귀달에게 명하여 군관·통사에게 술을 내려주도록 하였다.
- - 성종실록 中 이선제의 5남 이형원의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사람들
전시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두 개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국외소재문화재 재단’으로, 해외 반출 문화재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곳이에요. 문화재 관리는 물론 대응, 환수, 현지 활용 등을 진행하고 있죠. 때마침 올해는 재단 설립 10주년인데요, 이러한 점에 있어서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은 큰 의의를 가져요.
두 번째는 ‘라이엇 게임즈’라고 하는 민간 기업이에요. 이곳은 특이하게도 게임 개발사이자 유명 e-스포츠 대회를 주최하는 곳인데요. 많이들 아시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가 이곳에서 개발됐습니다. 어떤 분들은 게임과 문화재 환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러나 사업 담당자는 인터뷰에서 “게임 또한 문화이고, 유저들에게 우리가 하는 게임을 통해서 문화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주고자 시작한 활동” 이라며 뚜렷한 사업 기획 의도를 밝혔어요. 라이엇 게임즈의 지원 사격이 시작된 이후로 국외 문화재 6점을 환수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이들이 문화재 환수 사업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겠죠?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은 국외소재문화재 재단과 라이엇 게임즈의 담당자 인터뷰 영상을 통해 문화재 환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을 조명하는 자리도 마련했어요. 더불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우리의 역사가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알리고 있답니다.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환수된 문화재를 관람하면서 이들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 덕분에 해외 반출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졌고요!
- 단순히 문화재를 주목하고 이들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아요. 문화재 환수를 위해 뒤에서 노력하신 분들의 노고도 알리는 전시랍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 어쩔 수 없는 한계지만, 전시회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문화재들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고 완성도가 있거든요. 이러한 감동을 오랫동안 즐길 수 없다는 게 아쉬움이자 안타까움이었어요.
💬Editor’s Comment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은 해외 반출 문화재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확인한 자리였어요. 그동안 잘 조명되지 않았던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인상 깊기도 했답니다. 이러한 전시가 앞으로도 많이 개최되어 해외 반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라요. 그리고 더 많은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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