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이 묻는다 '누가 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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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우리나라가 지나온 아픔과 역사를 어떻게 마주하고 계시나요?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거나 한국사 공부에 도전하는 분도 계실 거고, 일상이 바빠 관심 갖지 못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사실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무관심해지기 쉬울 거고요. 그래서 오늘은 쉽고 재미있게 우리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을 가지고 왔어요.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더 낫다는 말이 있죠? 구구절절 설명은 각설하고! 바로 소개하겠습니다. 한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영웅>입니다.
🔥안중근의 가장 치열했던 마지막 1년
우리나라 주권을 빼앗기기 직전이었던 1909년, 청년 안중근(1879~1910)과 독립군들이 모여 자신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 한 마디를 잘랐습니다. 그들은 태극기 위에 자신의 피로 ‘대한독립’이라 쓰며 맹세해요. 친일파와 이토 히로부미(Hirobumi Ito, 1841~1909)를 암살하고 나라를 되찾자고요.
뮤지컬 <영웅>은 이 비장한 역사적 사실을 다룬 뮤지컬이에요. 특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루죠. 뮤지컬은 안중근이 대한독립군과 모여서 대한독립을 맹세하는 것을 시작으로 1910년 안중근의 사형집행일까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보여줍니다. 안중근 의사의 삶 중 가장 치열했던 1년이죠. 뮤지컬 영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가상 인물을 등장시켜 더 풍부하고 깊은 메시지를 전달해요. 작품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이야기가 무겁고 긴장감 넘치는 만큼, 넘버와 퍼포먼스 역시 웅장하고 역동적이랍니다.

😮<영웅>과 <명성황후>, 형제간이라고?
뮤지컬 <영웅>을 이야기할 때 뮤지컬 <명성황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요. <영웅>이 <명성황후>의 연속작이라고 불릴 정도로 두 작품의 관계가 깊거든요. <명성황후>의 연출가 윤호진은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맞아 창작 뮤지컬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기인 2009년에 영웅을 발표하죠. 두 작품 모두 같은 연출가가 역사적 사건 100주년을 맞아 실제 인물의 일생을 다뤘다는 점에서 깊은 관련이 있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두 작품의 내용에도 의미 있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안중근 의사가 죽인 이토 히로부미가 명성황후 시해를 명령한 사람이라는 점이죠. 실제로 영웅을 보면,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죄로 재판을 받는 장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해요. “명성황후를 살해한 일본인은 무죄, 이토를 살해한 나는 사형. 대체 일본법은 왜 이리 엉망이냐.”라고 말이죠. 안중근 의사의 강한 의지와 용기가 드러나는 장면이라 박수와 환호를 많이 받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또, 뮤지컬 <명성황후> 속에는 그의 마지막 궁녀 ‘설희’가 등장하는데요. <영웅>에서도 이토 히로부미에게 복수하기 위해 설희를 등장시키죠. 이렇듯 가상 인물을 활용하여 두 작품을 연결함으로써 더욱 몰입감을 높였답니다.

❓누가 죄인인가
뮤지컬 <영웅>을 본 적 없는 분이라도 넘버는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특히 <누가 죄인인가>는 영웅을 빛낸 넘버로 꼽히는데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후 재판을 받을 때 나오는 노래입니다. 극 중 안중근은 자신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15가지를 노래로 전달해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서사 콘텐츠에서는 과장이나 미화 같은 왜곡이 일어나기 쉬운데요. <영웅> 속 안중근은 <누가 죄인인가>라는 넘버를 통해 이토 히로부미가 저지른 죄를 아주 정확하게 묘사하여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넘버는 무겁고 웅장한 분위기이지만, 15개의 죄를 하나씩 나열하는 모습은 억눌렸던 아픔을 호소하는 듯 애절한 느낌을 자아내요. 우리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치욕과 슬픔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죠.
이 15가지 죄는 실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기록한 자서전에 쓰인 내용과 같아요. 당시 젊은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 와닿는 듯하네요. 피고인의 신분으로 재판장에 서 있는 안중근은 결코 죄인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가 죄인인지 물으며 당당하게 청중을 설득해요. 때문에 관객은 이 장면에서 가장 큰 환호를 보냅니다. 가장 긴장되는 장면인 동시에 가장 큰 희열이 느껴지는 장면이죠. 남의 나라로부터 공정하지 않은 재판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떳떳했던 모습에서 독립에 대한 그의 의지와 열정이 드러납니다.
👀뮤지컬 <영웅> 다르게 보기!
🤔이토 히로부미를 미화했다고?
<영웅>을 감상한 뒤 애국심이 차오르는 관객이 있는 반면, 불만을 표하는 관객도 있습니다. <영웅>은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어요. 때문에 일본의 시각도 참고할 수밖에 없었죠. 극 후반에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가 함께 듀엣곡을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이 장면을 본 관객들은 안중근이 우리나라의 영웅으로 보이는 것처럼, 이토 역시 일본의 영웅으로 비친다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자신의 나라를 위해 노력한 인물로 미화했다고 본 것이죠. 이 논란을 영웅 제작진들이 의식했던 것일까요? 2015년 이후, 해당 장면은 삭제되었답니다.

🎬뮤지컬 <영웅>을 영화로
뮤지컬 <영웅>은 2009년 초연이 이뤄진 뒤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요. 2011년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과 2015년 중국 하얼빈 공연에서도 뜨거운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으로 영웅의 이름을 알리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로 존재감을 굳힐 계획이에요. <레미제라블>이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뮤지컬을 영화화해 성공한 사례는 많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눈에 띄는 사례가 없어요. 그래서 영화 <영웅>이 더욱 기대됩니다. 실제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 역할을 오랫동안 연기한 정성화 배우가 출연하여 벌써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아직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영웅> 역시 원작만큼 큰 사랑을 받을 거라 예상돼요. 정성화를 비롯해 김고은, 나문희, 박진주 등의 명배우들이 원작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소화했다고 전해지니, 빨리 개봉하여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를 각색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설정을 만들어야 하는 창작 뮤지컬! 그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인데, 거기에 역사 이야기까지 더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영웅>은 <명성황후>의 뒤를 이어 완성도 높은 국내 창작 뮤지컬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죠. 역사적 인물을 다룰 때는 그의 업적에만 집중해 영웅으로서의 모습만 부각되기 쉬운데, 이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내면도 심도 있게 다루어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게 했어요. 또한 역사적 사실을 뮤지컬 넘버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 관객과 배우가 음악을 통해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하고, 희열을 느낄 수 있게 했답니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과 역사 뮤지컬에 한 획을 그은 <영웅>, 영화로도 제작되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ㅇ참고자료
- 문선아. “뮤지컬 <영웅>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위한 스토리텔링: 가상인물 링링과 설희를 중심으로”. 스토리앤이미지텔링 19. 69-98. 2020
- 문선아. "뮤지컬 <영웅>의 한국적 가치 고찰." 동양예술 47. 129-149. 2020
- 박희아. “뮤지컬 ‘영웅’ 논란↓ 스케일↑ 한국인이라면 욕심 내도 좋다(리뷰)”. 뉴스엔.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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