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자른 화가? 불행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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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빈센트 반 고흐를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자신의 귀를 자른 화가? 일생이 불행했던 화가? 이렇게만 알고 계셨다면 빈센트 반 고흐를 반만, 아니 반도 알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알고 보면 깊은 삶에의 의지와 불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수많은 명작들을 남겼지만, 작품 뒤에 담은 심리보다는 그의 불우했던 생애에 집중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요. 고흐를 다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줄 뮤지컬과 전시를 소개해보려고 해요. 마치 고흐를 테마로 잡은 테마 여행 같네요! 여러분만의 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빈센트 반 고흐 투어, 준비되셨나요?
✨춤추는 별을 그린 화가, 그 화가를 담은 뮤지컬
빈센트에게는 테오 반 고흐라는 동생이 한 명 있어요. 그리고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 빈센트의 시작과 끝에 모두 테오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빈센트는 생전에 편지를 아주 많이 썼는데요. 그중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가 무려 668통이나 되어요! 이 뮤지컬은 그 편지들을 기반으로 테오가 빈센트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도망가자>라는 노래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뮤지컬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어요. 선우정아는 한국대중음악상 11회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되고 최우수 팝(음반) 부문을 수상하여 2관왕을 달성한 다재다능한 뮤지션인데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2014년 초연부터 음악감독으로 활약했으며, 주로 뮤지컬 넘버를 작곡했답니다. 선우정아는 채널 예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어요.
“인정을 못 받는데도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에서 제가 느낀 것들을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어요. (중략) 청춘 예술가의 고뇌, 젊음, 내면의 약함 등을 말이죠”
고뇌하는 청춘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습니다. 아니,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들은 늘 고뇌하죠. 각자 다양한 이유로요. 아마 선우정아는 그들이 공감할 수 있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작곡하려 했을 거예요. 선우정아의 감성이 빈센트와 어떤 조화를 이룰지 기대되지 않나요?
화가의 그림을 생생하게 무대로 옮겨 놓는 것은 비단 음악뿐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그림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3D Project Mapping 기술도 있죠. 이는 고정되어 있는 그림을 역동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는 기술이에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이 기술을 통해 빈센트의 명작을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도록 연출했습니다. 모든 게 흰색인 무대 위에 3D Project Mapping 기술로 만든 영상을 비춤으로써 그림이 그려지는 듯한 효과도 주었고요. 움직이는 빈센트의 그림이 무대를 가득 채우는 순간 관객은 웅장함에 압도되고, 황홀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기술 덕분에 공연이 한층 풍부해지는 것 같네요!

💭시각, 촉각, 후각으로 기억하는 빈센트 반 고흐
뮤지컬을 통해 빈센트의 생애를 들여다보셨다면, 이번엔 그의 작품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빈센트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展>인데요. 그냥 그림 전시회 아니냐고요? 전혀요! 이 전시에서는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빈센트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요.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몇몇의 작품만 볼 수 있었던 뮤지컬과 달리 전시에서는 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기도 하고요.
<빈센트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展>은 레플리카 전시예요. 원작과 아주 흡사하게 재현한 작품으로 구성된 것이죠. 그래서 작품을 손끝으로 직접 느껴볼 수 있는데요. 실제 원작이 아닌 복제품이라는 사실에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 덕분에 작품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답니다. 전시에 있는 대부분의 작품은 캔버스에 빈센트의 작품을 인쇄한 뒤 그 위에 투명한 아크릴 물감으로 빈센트의 붓 터치와 질감을 더하는 방식으로 재현되었어요.
이번 전시는 프루투스 효과가 더해져 더욱 깊은 공감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프루투스 효과란 후각을 통해 기억을 재생하는 현상이에요. 전시 입장 시 관람권과 함께 시향 키트가 제공되는데요. 이를 통해 빈센트의 작품을 더 깊게 느끼고 기억할 수 있답니다. 방법은 쉬워요. 작품 옆에 시향 키트 번호와 함께 향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거든요. 그걸 보고 알맞은 시향지를 꺼내 향기를 맡으며 작품을 감상하면 되는 거예요! 일반적인 미술 전시와 달리 후각이 자극되니, 작품이 훨씬 감성적으로 다가와요. 감상에 감정이 더해지면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하죠. 시향 키트는 <반 고흐의 침실>, <밤의 카페테라스>, <해바라기>, <유리잔 안의 꽃 피는 아몬드 나뭇가지와 책>, <별이 빛나는 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도비니의 정원>, <까마귀가 있는 밀밭>까지 고흐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총집합해 총 8가지의 향으로 풍성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8개의 작품을 다 감상하고 난 뒤 마음에 드는 향기가 있다면 소장할 수도 있답니다. 예매 시 체험 패키지를 선택한다면 섬유 향수 또는 디퓨저를 구매할 수 있고, 기념품 샵에서도 향기 관련 굿즈를 구매할 수 있거든요. 만약 체험 패키지로 예매한다면 관람 후 가장 좋았던 향을 하나 고르고 그 향에 자신의 취향을 살짝 더하여 향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요. 전문 조향사가 원래의 향을 해치지 않도록 적정한 선의 창작을 도와주니 작품의 분위기는 남기되 취향에 맞는 향을 간직할 수 있죠. 내 일상에 존재하는 빈센트의 향기, 왠지 낭만적이지 않나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 재즈 기반의 넘버가 빈센트의 감정 고조를 잘 표현하여 공연에 몰입할 수 있어요.
- 3D Project Mapping 기술로 공연을 더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전시 <빈센트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展>
- 향기로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 작품에 나의 감정을 더해 기억할 수 있어요. 마치 향기로 일기 쓰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 테오 역의 배우가 1인 다역을 하는데 인물이 바뀌는 것이 확실하게 티가 나지 않아 두 인물의 대화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전시 <빈센트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展>
- 전시장이 파주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워요.
💬Editor’s Comment
전시 <빈센트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展>의 마지막에는 테오의 한마디가 적혀있었어요.
“사실 나도 형을 지원하는 일을 그만둘까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하지만 그는 예술가야. 그것도 아주 드문 재능을 가진... 그런 그를 모른척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가진 인간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것이 돼. 형은 반드시 후세에 길이 남을 멋진 작품을 만들게 될 거야.”
뮤지컬과 전시를 다 보고 나면 빈센트 반 고흐가 마냥 불행하기만 한 화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테오와 함께한 멋진 추억들도 많았고, 빈센트에게 그림은 그 자체로 온전한 기쁨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림을 통해 빈센트의 목소리를 듣고, 향으로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특별한 추억이 될 거예요. 덧붙여, 그의 삶 속에는 테오의 흔적이 아주 많은데요. 빈센트의 화가 인생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테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미래가 불확실함에도 빈센트를 확실하게 믿었던 테오가 있었기에 지금의 빈센트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빈센트의 동생이자 조력자였던 테오도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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