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 더문, 화란... 한국영화인데 한글자막을 쓴다? 배리어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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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배리어프리(barrier free)'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배리어프리란, 고령자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이며 제도적인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의 운동을 뜻하는 말이에요. 본래 건물의 문턱을 없애거나 경사로를 설치하는 등 건축 분야에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전 분야에 걸쳐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움직임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죠. 문화예술계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배리어프리와 관련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리하여 이번 글에서는 공연, 영화, 전시계의 문화예술 관련 배리어프리 소식들을 다루어보고자 해요.
🎭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개관
지난 10월 24일,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모두예술극장(MODU Art Theater)'이 개관했어요. 모두예술극장은 장애 예술가들의 예술활동을 위해 고안된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으로, 물리적 제약 없이 활동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여 다양한 배리어프리 공연과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공간이에요. 공연장의 이름인 '모두'에는 사각지대('ㅁ') 안에서 예술활동을 이어온 장애예술인들이 이제는 열린 공간('ㄷ')에서 활동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답니다.
모두예술극장은 기존의 공연장을 배리어프리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라운지를 비롯한 극장 부대 시설에 300m 길이의 핸드레일과 경사로를 설치하여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의 이동을 도왔고, 점자 좌석 번호가 마련된 가변형 블랙박스 형태의 공연장을 통해 무대와 객석의 구조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또한 '접근성 매니저' 직원이 상주하며 도움이 필요한 이용자가 방문 시 역으로 나가 안내하는 서비스와 공연별 자막·음성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답니다.
모두예술극장에서는 뇌병변 장애인의 움직임을 다룬 무용 공연 <21°11'>, 호주의 장애예술단체 백투백 시어터의 <사냥꾼의 먹이가 된 그림자>와 같은 장애예술 작품을 주로 만나볼 수 있어요. 또한 11월 중에는 '모두예술주간'을 통해 장애예술과 관련된 포럼이 개최될 예정이에요. 단순히 물리적 장벽만을 제거한 극장이 아닌, 장애 예술가와 이용자들의 만남을 돕고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생각해요.
🎬 이젠 영화관에서도 한글자막을! 한국영화 한글자막 서비스
이제는 영화관에서도 한글자막(CC)을 통해 한국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와 멀티플랙스3사, 주요 배급사 5사, 장애인 대표단체들이 손을 잡으며 본격적인 한국영화 한글자막 서비스가 도입되었거든요.
기존에도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해 음성해설과 한글자막을 제공하는 '가치봄 영화'가 존재했지만, 상영 시간과 회차가 한정되어 있고, 최신 영화를 곧바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멀티플랙스 3사가 2022년 상영한 가치봄 영화는 전체 상영 횟수인 534만 7227회 중 단 419회에 불과했다고 하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일반 영화가 1000회 상영될 때 가치봄 영화는 1회 상영될까 말까 한 셈이에요. 이는 시·청각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권이 매우 제한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죠.
그러나 올 7~8월 개봉한 영화 <밀수>와 <더 문>을 시작으로, <1947 보스턴>, <화란> 등의 한국영화를 전국 63개의 상영관에서 한글자막 동시 개봉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한, 이후 연말에 개봉되는 작품들의 경우에는 시각장애인용 관람 기기를 통해 화면해설을 제공할 예정이라고도 하니, 더욱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어요. 아직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이 많지만, 차차 변화를 거듭하며 장벽을 허물어갈 한국 영화관의 미래가 매우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 다양성을 주제로 한 장애예술기획전, 배리어프리 특화전시 <내가 사는 너의 세계>
장애예술전시의 폭을 확장하고, 다양한 장애 예술인을 만날 수 있었던 배리어프리 전시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어요. 바로 예술의전당과 서울시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한 장애예술기획전 '<내가 사는 너의 세계(Your World I Live In>'인데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개최된 <내가 사는 너의 세계>에서는 각기 다른 장르의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3기 입주예술가들의 작품 58여점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회화 위주의 기존 장애예술 전시와는 다르게 구족화, 미디어, 사진, 오브제 등의 작품으로 구성되었기에 더욱 다양한 장애 예술가의 세계를 읽어낼 수 있다는 평을 받았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시 <내가 사는 너의 세계>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배리어프리 특화전시'라는 점이에요. 모든 관람객이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동작 감지 음성해설, 점자 블록과 인쇄물, 홈페이지 음성 안내, 수어 가이드를 마련하였으며, 작품 이해에 어려움이 없도록 쉬운 작품 설명을 제공했다고 해요.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에는 SBS 드라마 『홍천기』에서 시각장애인을 연기한 안효섭 배우가 참여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답니다. 해당 전시는 무장애 요소를 최대한으로 반영하여 전시를 구성하였고, 가시화되지 않던 장애 예술인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해요.
💬 Editor’s Comment
공연, 영화, 전시계의 배리어프리 소식들을 통해, 문화예술계에서도 장벽을 허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문화예술계의 배리어프리 시도는 시·청각과 같은 신체적 장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아쉬움이 존재해요. 그렇기에 예술계 종사자들은 신체적 장애부터 발달 장애까지,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장애인 이용자를 고려한 예술 콘텐츠를 만들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요. 이와 같은 담론이 활발히 전개되려면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필요한데요. 여러분께서도 장벽 없는 예술을 만드는 여정에 함께해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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