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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플 땐 전시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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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학창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저는 두꺼운 안경을 끼고 수업 시간에 몰래 만화를 보던 학생이었어요. 수학 선생님은 그런 제게 배움을 게을리하면 후회한다고 하셨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랐답니다. 만화 속에는 수학공식보다 더 복잡한 ‘사랑’이라는 개념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순정만화는 제게 사랑 교과서였던 셈이죠. 그렇게 어른이 된 지금, 아주 반가운 전시회를 발견해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해요. 순정만화를 모티브로 기획된 <어쨌든, 사랑>을 보며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함께 살펴볼까요? 

 

💖미술관에 펼쳐진 순정만화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는 서울 한남동에서 성수동 서울숲으로 이전한 디뮤지엄에서 열린 첫 개관 특별전이에요. 사랑을 주제로 한 3000여 점의 사진, 영상, 설치, 일러스트레이션을 10월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답니다. 전시에는 K-콘텐츠를 대표하는 순정 만화 거장 7인과 일러스트레이터, 사진작가 등 총 23인이 참여했는데요. 대표 작가로는 <풀하우스>의 만화가 원수연과 <언플러그드 보이>의 만화가 천계영이 있어요. 

  원수연은 1987년 <그림자를 등진 오후>로 데뷔해, 세련된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만화가예요. 당시 관습적인 순정만화의 여성 캐릭터에서 탈피한 주체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상을 그려내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죠. 대표작인 <풀하우스>는 2004년 비와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등장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답니다.

 

전시 <어쨌든 사랑> 포스터 ⓒ디뮤지엄

 

  천계영은 1996년 <TALENT>로 데뷔한 직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 온 만화가인데요.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활용한 신선한 그림체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대표작 <언플러그드 보이>는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에 트렌디한 패션 감각까지 더해 시선을 끌었는데요. 주인공 강현겸은 현실 세계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며 풍선껌 CF 주연으로 발탁되기도 했답니다. 최근엔 만화 속 대사인 ‘난 슬플 때 힙합을 춰.’가 유행하기도 했고요. IT 기술을 반영한 SF 로맨스죠.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된 <좋아하면 울리는>도 천계영 만화가의 작품이랍니다.  

 

짤로 유명한 ‘난 슬플 때 힙합을 춰’ 장면 ⓒ경향신문

 

🌈국적도 사랑도 선 나누지 않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대규모 전시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티스트 23팀의 대규모 기획 전시는 총 7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단계별로 소제목을 붙여 감상에 재미를 더했답니다.

  천계영 작가의 전시로 시작되는 섹션 1부터 3까지는 전시장 2층에, 4부터 7까지는 전시장 3층에 모여있어요.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2층 마지막 섹션이었던 ‘미칠 것 같이 뜨겁게 열병을 앓던 그 해’였어요.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브릿지 경제

 

  국적을 넘나들며 예술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이 펼치는 전시회라 그런지 ‘사랑’을 보는 시선도 보편적이지 않았어요. 특히 사라 맥스웰은 여자끼리의 사랑을 담은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편견 없는 사랑을 지지했어요. 보통 ‘사랑’을 주제로 한 전시는 남녀 관계만을 다루기에 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채로운 로맨스의 순간을 담아내려는 주최 측의 의도가 느껴지시나요? 작품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거울과 빛이 혼합된 환상적인 공간이 등장하는데요. 같은 공간을 다양한 각도로 비추는 거울들을 보며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답니다. 보이는 모습에 상관없이 결국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는 메시지가 느껴졌거든요. 이처럼 전시회에 들리신다면 작품 하나하나가 표현 중인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며 감상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감각 그 이상의 공감각적 공간, 아르미안의 네 딸들

  앞선 6개의 섹션에서는 나와 타인의 사랑을 다루었다면 마지막 섹션은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제시하는데요. 그 전달 방식이 굉장히 독특해서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마지막 섹션은 감각 그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감각적 공간’이었어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 ⓒ브릿지 경제

 

  이 공간에서 다루는 작품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신일숙 만화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에요. 기원전 5세기경, 페르시아 제국이 고대 중동 지역을 장악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갈데아 지방의 소국 가상의 나라 아르미안을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죠. 불새의 나라이자 여성만이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아르미안. 선대 여왕의 네 딸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운명과 싸운답니다. 

  중앙에 위치한 아트는 완벽한 여왕의 면모를 갖춘 잔인하고 냉정한 첫째 마누아인데요. 그녀의 당당한 뒷모습은 주어진 삶에 순응하지 않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그림 옆에 위치한 말풍선들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죠. 어때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미술이나 그림 전시와는 다른 느낌이지 않나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건물 외관부터 하트 가득! 연인끼리 가기 좋은 전시회랍니다.

- 공간마다 테마가 다르다 보니 여기저기 숨어 있는 포토 스폿을 찾는 재미가 있어요. 

- 전구 하나까지 신경 쓴 디테일함.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설치된 전구들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어요. 

- 전시회에서 본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굿즈 숍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엽서, 포스터, 액자까지 형태도 다양해요!

- 인터넷에서 사전 예매를 하면 50%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가격에 비해 볼거리가 많은 전시였답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 선정적인 작품이 전시된 공간이 있어 가족끼리 가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 이동 시 계단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힘들 수 있어요. 

- 7개의 섹션 모두 볼거리가 풍부한 건 아니었어요. 섹션 2의 경우 빈 공간이 많아 작품이 몇 개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 마지막 섹션의 경우,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어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좋지만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Editor’s Comment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루프탑으로 올라가 보세요. 꽃들로 가득한 로맨틱 가든에는 히치하이크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만난 인물과 풍경을 담은 헨리 오 헤드의 영상을 전시하고 있답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운영하지 않아요!) 화창한 날, 아름답게 꾸며진 조경을 보고 있자니 전시회 제목을 <어쨌든, 사랑>이라고 지은 이유를 알 것 같았는데요. 어른이 된 지금도 우리에겐 여전히 ‘사랑’이 필요해요. 만화 한 권에도 두근거렸던 그때처럼. 그 시절 나에게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세요. ‘어쨌든’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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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0-07

키워드

#어쨌든사랑 #전시회 #순정만화 #사랑 #일러스트 #미술 #디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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