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엄마, 책에 글씨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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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 한스 안데르센의 이름은 다들 들어본 적 있을 거예요. 저는 어린 시절 안데르센 동화 세트를 선물로 받은 적 있는데요. 인어공주, 백설공주, 라푼젤 같은 캐릭터를 흉내 내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가 많아서일까요?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데르센 대표작은  아직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알고 있더라고요. 사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유명 작가 안데르센.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상도 존재하죠.

 

🏆영예의 수상작은? 두구두구두구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1956년 제정된 상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리고 있어요. 아동문학 발전에 지속해서 공헌한 글/그림작가를 2년마다 한 명씩 선정해 수상하고 있고, 특정 작품이 아닌 작가가 지금까지 창작한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합니다. 선정 과정이 엄격한 만큼 수상은 대단한 명예로 여겨지고 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한국에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작가는 전무했어요. 그런데 2022년, 한국 작가 최초로 안데르센상을 받은 작가가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아시아 작가로서는 1984년 일본 작가 안노 미쓰마사 이후 38년 만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소식 아닌가요? 

  그래서 수상자가 누구냐고요? 바로 이수지 작가입니다. 이수지 작가는 아이의 현실과 환상세계를 꾸준히 탐구하여 책을 통해 담아내고 있어요. 이수지 작가의 주요 작품으로는 <그늘을 산 총각>, <거울 속으로>, <파도야 놀자> 등이 있는데요. 그중 이번 안데르센상의 영광을 안게 된 작품은 바로 지난 2021년 출간된 <여름이 온다>입니다. 지난 2022년 2월에는 같은 작품으로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죠. 양대산맥으로 여겨지는 두 상을 두루 거머쥐다니… 과연 어떤 매력이 돋보였던 걸까요?
 

👀글 없는 그림책?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후, 많은 사람이 동화책 <여름이 온다>에 관심을 보였는데요.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온라인 서점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 관련 배너가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여름이 온다>의 출판사인 비룡소에서는 치솟는 인기에 5천 부를 추가로 출고하기도 했죠.

  <여름이 온다>는 음악과 그림, 이야기가 결합한 독특한 그림책으로, 드로잉이 주가 되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성입니다. 총 148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꽤나 두꺼운데요. 음악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흐름에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답니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여름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작가의 시선 속에서 여름의 모습은 파랑, 물, 아이, 비, 놀이 등의 요소로 나타나고 있죠.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글 없는 그림책이라는 점! 각 장의 시작점에 짧은 분량의 글이 나오긴 하지만, 비발디가 곡에 적어 넣은 소네트 부분을 재해석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을 환기하는 정도로만 등장합니다. 그럼 이야기를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여름이 온다>의 서사를 설명하고 이어 나가는 역할은 그림이 맡습니다. 대부분 글의 영역이었던 서사를 그림이 맡았기 때문일까요? 그림을 보고 있으면 리드미컬한 박자감이 느껴지는데요. 이수지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색상 활용과 생동감이 어우러진 결과로 보입니다. 작가의 참신한 그림은 마치 물감과 선으로 표현한 여름 속으로 훅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죠.

  여름이라고 하면 선명하고 청량한 분위기만 있을 것 같지만 <여름이 온다>에서는 여름의 다양한 면모를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부분은 전부 다른 풍경을 담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푸른 들판에서 물놀이하는 할 때의 청량감을, 중간에는 비가 몰아치기 직전의 왠지 조용하고 스산한 폭풍 전야를, 마지막에는 마침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시원스러운 풍경을 담고 있죠. 이렇게 다채로운 여름을 표현하게 된 이유는 책의 내용과 비발디 <사계> 중 ‘여름 1~3악장’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랍니다. 

 

🎶 책과 함께 즐기는 음악, 비발디 <사계> 중 ‘여름’

  비발디의 <사계>, 아주 유명한 곡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작품이죠. 안토니오 비발디는 이탈리아의 작곡가로 수많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그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중 여름은 가장 격정적인 표현으로써 그려지고 있습니다. 1악장은 무더운 태양, 2악장은 소나기와 폭풍, 천둥과 번개, 3악장은 천둥 번개로 열매와 곡식이 파괴되는 장면을 상징하니 벌써 알만 하죠? 이토록 강렬한 ‘여름 1~3악장’을 그림책으로 옮겨오기 위해 이수지 작가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했습니다. 1악장에서는 다양한 아이들의 몸과 역동적인 움직임의 표현을 위해 크레용으로 색종이 콜라주 위를 채웠고요. 2악장에서는 선과 점으로 악보와 아이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했죠. 3악장에서는 얇은 연필 선으로 시작한 풍경이 점차 아크릴 물감을 혼용한 두꺼운 구름으로 바뀌는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답니다.

안토니오 비발디 초상화

  어때요? 설명을 들으니 그림책을 읽으며 비발디의 ‘여름’이 듣고 싶어지지 않나요? <여름이 온다>는 이런 독자의 사소한 바람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책 겉 날개 아래쪽을 보면 QR코드가 있는데요. 이 QR코드를 통해 비발디 ‘여름’을 바로 재생할 수 있어 음악과 내용을 빠르고 편하게 동시에 즐길 수 있답니다. 비밀 아닌 비밀까지 살짝 알려드릴게요. QR코드 속에는 이수지 작가의 해설도 함께 들어있답니다. 더 깊은 감상에 도움이 되겠죠?

 

💬Editor’s Comment

  그림책은 한때 아동문학에서도 비주류였어요. 아이들조차 막상 펼쳐본 책에 글이 없으면 당황하기 마련이었거든요. 이는 동화책의 구매자가 주로 이미 글을 알고 있는 어른들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글을 읽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보면서 익히기를 바라죠. 혹은 대신 읽어주거나요. 하지만 책은 글을 아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잖아요! 그림책은 글을 모르는 영유아들의 정서 발달에 중요한 교육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나아가 어른의 정서까지도 어루만지는 힘을 지니고 있고요. 그러니 낯설더라도 잠시 글을 내려놓고 그림책을 펼쳐보세요. 그림만 보아도 충분히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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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6-02

키워드

#문학 #동화책 #안데르센 #안데르센상 #이수지 #여름이온다 #사계 #비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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