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미래라 불리는 대세 작가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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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한국 문학 작가 하면 누가 생각나시나요?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익숙한 이름부터 신인 작가의 이름까지, 다양한 이름들이 떠오를 거예요. 여기 ‘한국 문학의 미래’라 불리는 작가들이 있어요.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지난 7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한 달 동안 온라인 독자를 대상으로 ‘2021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를 진행했는데요. 총 310,394명의 독자가 참여한 투표에서, 김초엽 작가가 50,679표(10.9%)의 득표수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어요. 2위 장류진(48,375명), 3위 천선란(39,181표), 4위 백수린(34,265표), 5위 정현우(31,496표) 순인데요. 생경한 이름들도 있으신가요?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한국 문학의 앞날이 얼마나 다채롭고 밝은지 알게 되실 거예요.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 김초엽

소설가 하면 으레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출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런 고정관념을 깨주는 작가가 바로 김초엽(1993~)입니다. 그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바이오센서를 만들 던 과학도가 쓴 소설, 그래서인지 그가 알려주는 소설 속 소재는 어딘가 이과적인 구석이 있어요.
김초엽 작가는 2017년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았는데요. 필명으로 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동시에 가작을 수상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8월 초, 2년 만에 발매된 신간 <지구 끝의 온실>을 발표했는데요. 멸망 이후 세계인 ‘더스트 시대’를 다룬 소설로 식물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어요. 김초엽 작가는 세계를 바꿔볼 수 있다는 게 SF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하는데요. 작가의 단편소설인 <스펙트럼>은 영화 <벌새>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보라 감독의 차기작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더 넓은 스펙트럼으로 뻗어나갈, 김초엽 작가의 세계가 기대가 돼요.
📗김초엽의 대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7개의 단편이 묶여있는 소설집이에요. 그중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은 매력적인 할머니 과학자인데요. 가족과 생이별한 후, 우주에서 재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이 인물을 통해 생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죠.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소설집에 실린 마지막 소설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해요. 그는 우주를 항해하기 위한 우주인으로 선발되었지만, 내세울 만한 스펙이 없고 나이가 많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인물이에요. 이런 여성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그려냈을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중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 이야기, 장류진

장류진(1986~)은 2018년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등장과 동시에 SNS 상에서 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작품이 바로 <일의 기쁨과 슬픔>이었죠. 작품이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소개되었을 때, 누적 조회수는 40만 건에 이르고,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고 해요. 그는 주로 젊은 직장인의 애환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집필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세대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고 있어요. 그 뜨거운 반응으로 등단 1년 만에 소설집을 발간하게 되었죠. 소설가 정이현(1972~)은 이 책을 “오늘의 사회를 설명해 줄 타임캡슐을 만든다면 넣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고 평했을 정도예요. 그 인기에 힘입어 <일의 기쁨과 슬픔>은 지난 2020년 11월에 KBS 드라마 스페셜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어요.
📗장류진의 대표작: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 2019)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 속 '나'는 IT기업 막내 직원이에요. 중고 거래 어플에 글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인물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만남을 가진 나는 그의 놀라운 사연을 알게 되죠. 외부의 압력 아래서도 내 몫의 자유와 행복은 빼앗기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잘 담아낸 수작이에요. <잘 살겠습니다> 속 '나'는 결혼식을 3일 앞둔 날, 지난 3년 동안 연락하지 않던 직장 동기 빛나 언니의 연락을 받고 청첩장 약속을 잡게 돼요. 하지만 빛나 언니는 나의 결혼식에 오지도, 축의금을 전달해 주지도 않죠. 언니는 그저 결혼 준비 정보가 필요해 연락을 한 것이었는데요. 나는 눈치가 없는 빛나 언니에게 답답함을 느끼지만, 언니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노력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그때까지 언니가, 그때까지 내가 회사에 있을 수 있을까.”
<잘 살겠습니다> 중에서
🐎SF가 품게 될 따뜻한 물결, 천선란

17살의 나이에 작가라는 뚜렷한 장래희망을 가졌던 천선란(1993~)은 부모의 허락 없이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했어요. 그리고 10년 후, 소설가를 꿈꾸던 소녀는 2019년 <천 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SF계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죠. 2019년에 첫 장편소설인 <무너진 다리>를 발표하여 존재를 각인시켰고, 2020년 7월 소설 <어떤 물질의 사랑>을 통해 팬들의 기대를 받는 소설가가 되었어요. 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인 김보영은 <천 개의 파랑>에 대해 “천 개의 파랑이 가득한듯한 환상적이고 우아한 소설”이라는 극찬을 했어요.
📗천선란의 대표작: 천 개의 파랑(허블, 2020)
2035년, 경마 경기의 기수는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로 대체되었어요. 사람이 타지 않은 말은 시속 100km까지 달릴 수 있지만, 과도한 속도는 말에게 부담을 주었고, 말의 연골은 다 닳아버려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게 될 지경에 이르렀어요. 달리지 못하는 말은 빠르게 다른 말들로 대체되어 버리는 세상이 도래한 거죠. 과학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런 시대 속, 종을 넘어선 사람과 동물 그리고 로봇의 연대를 담고 있어요.
“나는 지금 떨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속도라면 떨어지는 데 3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3초보다 몇 곱절은 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조금씩 하늘에서 멀어지고 있다.”
<천 개의 파랑> 중에서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 백수린

백수린(1982~)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으로 등단한 이후, 2015년, 2017년, 2019년 세 번의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어요. 2020년 출간한 <여름의 빌라>가 그해 한국일보문학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에게 동시에 호평받는 작가로 자리 잡았죠. 그는 프랑스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불문학도로 프랑스 소설을 번역하는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책 속에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단편들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요. 백수린의 작품은 유려하고 안정감 있으며,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문장들을 담고 있죠.
📗백수린의 대표작: 여름의 빌라(문학동네, 2020)
여름의 빌라는 백수린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현대문학상(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문지문학상(여름의 빌라), 젊은작가상(고요한 사건, 시간의 궤적) 수상작을 한 권에 만날 수 있는 책이에요. <시간의 궤적>은 삼십 대 초반의 나이에 프랑스에서 미술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프랑스에 온 ‘나’가 언어 수업 후 말을 걸어오는 주재원 언니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가까워지는 내용이에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는 공통점 외에도 두 사람에게는 공통의 취향과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죠.
“어떤 이와 주고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
<시간의 궤적> 중에서
👨🎤노래하는 시인, 정현우

정현우(1986~)는 이번에 소개할 마지막 작가이자, 다섯 명의 작가 중 유일한 시인이에요. 국문과 학사, 국어교육과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시부문으로 등단했죠. 2019년 제4회 동주문학상(윤동주서시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작가예요. 여기까지만 보면 문학 외길 인생을 걸어온 것 같지만, 시인에게는 재미있는 이력이 있는데요. 시인이기 이전에 가수로 데뷔했다는 점이에요. 2000년대 중후반 그는 ‘포스트 조관우’로 불리는 신예였어요. 지난 2019년 다시 ‘시인의 악기상점’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재개하여 그만의 문학적인 음악을 들려주고 있어요.
📗정현우의 대표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창비, 2021)
등단 6년 만에 발매한 첫 시집으로, 선명하고 참신한 이미지와 세련되고 감성적인 언어가 매력적인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어요. 동주문학상 수상작인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를 비롯한 68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실은 책이에요. 추천사를 쓴 이병률 시인은 이 책을 “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영혼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비가(悲歌)이자 인간 존재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고해록”이라고 말하고 있죠.
“천사는 생각해, 마음껏 울어도 돼 그래도 돼
얼마나 많은 슬픔을 깨뜨려야
사람이 인간이 될까”
<유리 주사위> 중에서
💬Editor’s Comment
한국 문단을 이끌어 갈, 젊은 작가 5인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여러분은 이 중 몇 명의 작가를 알고 있고, 어떤 작품들을 읽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모두 다 처음 보는 이름이라도 괜찮아요. 알아갈 다섯 개의 매력적인 세계를 발견하셨으니까요. 지금을 살아가는 20-30대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 미래에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책, 유려한 문장들로 점철된 책, 한 편의 노래처럼 마음에 와닿는 시에 이르기까지. 5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각기 다른 세계의 작품을 이제 하나씩 경험해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한국 문학의 내일, 눈부시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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