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들의 예술가, 뱅크시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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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이름도 정확하게 몰라요. 우리는 그저 그의 작품만을 알뿐이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오롯이 예술만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영국의 그래피티(graffiti) 작가 뱅크시(Banksy)의 이야기인데요.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어요. 이런 핫 한 작가 뱅크시를 오마주한 전시가 한국을 찾아왔어요. 8월 20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더 서울라이티움(The Seouliteum)에서 진행되는 <아트 오브 뱅크시(The Art of Banksy - Without Limits)>인데요. 독특한 작품 세계와 예측할 수 없는 활동으로 떳다 하면 이슈를 만드는 뱅크시의 예술세계를 만날 절호의 기회예요!

🤩 세계 11개 도시 찍고, 한국 도착!
재치 있는 사회 비판적 그림으로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작가 ‘뱅크시’. 이번 전시는 뱅크시의 작품을 알리고, 그의 예술 세계를 오마주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인데요. <아트 오브 뱅크시>는 2016년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앞서 암스테르담, 멜버른 등 유럽과 호주의 11개 도시에서 월드 투어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이번 서울 전시는 ‘아시아 프리미어’의 의미로 이전 11개국 전시보다 더 많은 작품이 준비되어 있어요. 뱅크시 원작을 포함해 캔버스 작품과 포스터, 조각품 및 벽화 등 총 15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또한 디즈니멀랜드(Dismaland) 콘셉트아트와 소품, 뱅크시 예술 정신을 다룬 영상이 더해져 전시를 더욱더 풍성하게 구성했어요.
그래피티(graffiti)
락카나 스프레이 페인트 등을 이용해 벽과 같은 공공장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 등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를 말해요. 공공 및 타인의 재산권을 무단으로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나라에서 범죄의 한 종류로 보고 있는데요. 그러나 그래피티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며, 예술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죠. 최근 뱅크시와 같은 스트릿 아티스트들이 여기에 속해요. 이들의 작품 중에는 합법적인 것도 있지만 불법적인 것도 있어요. 그래도 그래피티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이 줄 수 없는 예술적 의미를 대중에게 전달한다는 의미도 있어요.
디즈멀랜드(Dismaland)
디즈니랜드의 악마 버전으로 뱅크시가 만든 테마파크입니다. 지난 2015년 8월 22일부터 약 5주간 잉글랜드 서머싯주의 웨스턴슈퍼메어에서 오픈되었어요. 당시 뱅크시 팬 15만 명이 다녀갔고, 폐장 이후에는 노숙자 쉼터로 운영되고 있죠.
🔍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작가, 뱅크시가 궁금해!
뱅크시는 유명세만큼 굉장히 신비로운 작가예요. 1990년대 이후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래피티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라는 점 외에 알려진 바가 없어요. 뱅크시라는 이름도 가명이며, 그의 얼굴과 실명은 수수께끼에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루머를 생산하고 있죠.
2003년 당시 영국의 일간지인 가디언(The Guardian)은 뱅크시와 최초로 인터뷰를 했는데요. 인터뷰에 따르면 뱅크시는 1974년생 백인 남성이며 14살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낙서화를 시작했다고 소개했어요. 이 외에도 그나마 신뢰가 가는 이야기는 뱅크시가 막 인기를 얻던 2003년에 영국 ITV와 했던 인터뷰인데요. 당시 뱅크시는 야구모자와 티셔츠로 얼굴을 가린 채 ‘그래피티를 하는 사람은 대중에게 알려질 수 없다’며,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그래피티가 불법과 예술의 줄타기를 하는 장르인 만큼 그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라는 거예요.
그는 그래피티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자신을 예술세계를 표현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에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의 ‘벽에 가로막힌 호텔’(Walled Off Hotel)’이라는 아트호텔 건축을 꼽을 수 있어요. 또한 2010년 선댄스 영화제(Sun dance Film Festival)에서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 2010)>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선보이며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경력이 있어요. 이 영화로 2011년에는 아카데미상(Academy Awards) 장편 다큐멘터리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2014년 웨비 어워드(The Webby Award)에서 올해의 인물상을 수상하기도 했고요. 미스터리한 인물이지만 다양한 활동과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뱅크시를 빼고 현대예술을 논할 수 없을 정도예요!

🧐 예술테러리스트 뱅크시에 열광하는 이유!
뱅크시는 사회의 부조리에 관한 생각을 특유의 풍자적 해석을 담은 그래피티로 표현해요. 기존 예술이나 사회 권위를 예술을 통해 비판하는 것을 제도비판(Institutional Critique) 예술이라고 하는데요. 사람들은 그의 제도비판예술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침묵하고 있던 사회의 단면과 일상 속 잊고 지냈던 부조리한 사건을 다시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죠. 그러자 특히 20・30세대들은 점차 뱅크시의 작품과 행위예술에 무한 애정을 보내게 되었고,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르게 만들어요.
뱅크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풍선과 소녀>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이 작품은 뱅크시가 2011년 시리아 소도시 다라(Darra)에서 아이들 15명이 반정부 성향의 그래피티를 그렸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한 사건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어요. 당시 이 사건으로 시리아 시민들은 분노했지만, 정권의 탄압과 내전으로 9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하고 말았죠. 뱅크시는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처한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전 세계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며 이 작품을 작업했어요. 원래 이 그림은 2002년 런던 쇼디치(Shoreditch) 근교의 그레이트 이스턴 스트리트(Great Eastern street)에 있는 건물 담벼락에 그려져 있었지만 2014년에 지워지고 말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선과 소녀>는 2017년 삼성이 영국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중 ‘가장 사랑받는 예술 작품으로 선정’되는 등 오래도록 관심을 받았어요. 이 작품의 비하인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지구촌을 놀라게 했던 뱅크시의 퍼포먼스가 2018년 10월 벌어지고 마는 데요. 바로 <풍선과 소녀>가 100만 유로 이상으로 낙찰이 되자, 그는 미리 설치해두었던 분쇄기를 원격으로 작동 시켜 그림을 즉석에서 분쇄하고 도망을 간 것이죠! 당시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퍼포먼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어요. 뱅크시는 돈으로 미술을 구매하는 자본주의 예술시장을 비판한 것인데요. 그로 인해 그림 속 소녀는 잘리고, 하트모양 풍선만 남게 되면서 작품 이름은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로 바뀌게 되었죠.
이렇게 뱅크시는 예술계의 단면을 꼬집는 행위에 거침이 없었는데요. 2005년을 전후로 뱅크시는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과 메트로폴리탄 박물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등 세계적인 예술 명소에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어요.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영박물관에 소를 사냥하고 쇼핑카트를 미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전시해 둔 것인데요. 당시 며칠 동안이나 사람들이 그게 가짜인지 몰라봐서 화제가 되었어요. 유사한 일화로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미사일 딱정벌레를 몰래 설치했는데,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해서 23일이나 전시가 되는 해프닝도 있었죠. 이처럼 뱅크시의 예상할 수 없는 행위는 예술의 겉모습만을 바라볼 뿐 진심으로 감상하지 않는 이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행위 예술이 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상상을 초월하는 활동을 보여주는 뱅크시. 그는 자신을 예술테러리스트라 부르며 지금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죠.
🙀 인기와 논란은 비례하는 법!
뱅크시의 인기가 높아질 수록 그의 작품을 다양한 곳에 활용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저작권, 상표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뱅크시는 익명의 인물이기에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로 논란이 되고 있어요. 이 사건의 발단은 과거 영국의 한 연하장 업체가 뱅크시의 <꽃을 던지는 사람(Flower Bomber)>을 자사의 카드에 인쇄하고 판매하면서 부터에요. 이 업체는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에 뱅크시 작품의 상표권 취소를 청구했어요. 뱅크시가 익명의 인물이기 때문에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고, 게다가 이전까지는 뱅크시가 자신의 상표를 판매한 적도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죠. 그러자 EUIPO는 뱅크시가 익명인 점을 강조하며, 그의 작품인 <꽃을 던지는 사람(Flower Bomber)>과 <지금 웃어라(Laugh now)> 의 상표 등록을 취소해요. 그리고 지난 20일에는 <레이더 쥐(Rader Rat)>와 <우산을 든 소녀(Girl with Umbrella)> 에 대한 상표권도 빼앗아갔죠. 결국 뱅크시는 이 네자기 작품에 대한 법적 권리가 없어진 것 이에요. 뱅크시는 EUIPO의 결정에 "비상업적, 개인적으로 뱅크시의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상업적 목적으로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어요. 그러나 뱅크시가 다시 상표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본명과 모습을 공개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 되었죠.
자신의 작품의 상품권을 잃게 된 뱅크시! 익명과 상품성, 두마리의 토끼를 잡기위해 꾀를 부리기 시작해요. 그는 자신만의 팝업스토어를 열고 상표권을 지키기 위해 상품을 만드는데요. 그 결과 환경문제, 난민문제를 다룬 뱅크시만의 굿즈가 제작 되었죠. 이 굿즈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볼 수 있지만, 구매는 온라인으로만 가능해요. 또한 오프라인 매장은 늘 문이 잠겨져 있어서 창 밖에서만 구경만 할 수 있죠. 굿즈 판매 수익금은 난민 구조선 구입에 사용될 예정이에요.

뱅크시의 익명성과 유명세로 인한 논란은 최근 국내에서도 있었는데요. 바로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진행될 <아트 오브 뱅크시> 전시회가 가짜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거예요. 이번 전시는 올해 초부터 기사가 보도될 만큼 큰 화제를 모았어요. 이때 전시회를 알리는 포스터에 ‘아시아 첫 투어’, ‘오리지널 전시’라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이 아시아 최초로 뱅크시 원작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로 생각하고 예매를 해요. 하지만 이미 이 전시는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현재는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가짜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죠.
결국 주관사는 이번 전시는 “뱅크시의 메시지가 담긴 전시를 통해 그의 행동하는 예술 세계를 관람객들과 공유하며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인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돌아보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 뱅크시의 예술 세계를 재현한 작품 외에도 'POW(뱅크시가 2003년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기 위해 설립한 딜러) 인증'을 받은 뱅크시의 원작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을 잠재우고자 했어요. 그리고 전시회 포스터에서 ‘아시아 첫 투어’, ‘오리지널 전시’라는 문구 대신, ’오마주 전시’로 수정했는데요. 즉, 이번 전시는 처음 보도와 달리, 뱅크시의 원작만을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서 관람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이러한 논란 역시, 뱅크시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더욱더 이번 전시를 기대하는 관객들도 많아요!
💬Editor’s Comment
얼마 전 뱅크시가 센트럴 파크에서 자신의 작품을 걸어놓고 판매한 적이 있어요. 당시 그는 6시간 동안 3명에게 총 8장을 판매했는데요. 그 누구도 그 작품이 뱅크시의 작품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이렇게 그는 예술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관람의 자세보다, 유명세에 따라 휩쓸리는 예술의 단면을 다시 한번 꼬집는 행위예술을 보여 줬는데요. 예술이 가지는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는 것 역시 예술의 역할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앞으로 뱅크시가 사회사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또 어떤 독특한 모습으로 보여줄까요? 예술테러리스트로서의 그의 활동이 더욱더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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