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라는 속담 들어보셨죠? 하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하나만 봐도 열을 이해하죠. 그만큼 총명한 사람을 표현한 속담인데요. 흔히 말하는 천재도 어쩌면 스스로 열을 깨우치는 사람이 아닐까요? 16세기 영국 런던, 하나를 통해 열을 바라볼 수 있는 천재가 태어납니다. 아주 다재다능하고 천재적인 언어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죠. 바로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영향력 있는 극작가로 평가받는 셰익스피어예요. 영국 문학은 셰익스피어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죠.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세계 문학의 거장,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에 대해 알아볼까요?

😂배움의 기회는 적었지만

  셰익스피어는 1564년, 영국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태어났어요. 부유한 상공인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며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죠. 셰익스피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당대 크리스토퍼 말로(Christopher Marlowe, 1564~1593),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 1558?~1592)과 같은 작가들은 대학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지만, 셰익스피어는 그런 기회를 누리지 못했어요.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자신의 천재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요? 이는 당시 영국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답니다. 16세기 영국은 사회적으로 급격한 변동을 겪는 과도기적 시기였어요. 16세기 이전까지는 농업과 목축업으로 근간을 유지했던 반면, 이 시기에는 면직물 수출로 유럽의 강대국 중 하나가 되었거든요. 또 국교가 가톨릭에서 신교로 바뀌기도 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근대적인 국가의 기틀이 마련되었던 거예요. 때문에 이 시기는 국가적 부흥기이였던 동시에 문예부흥기이기도 했죠. 문화적으로 성숙한 시기였던 터라 연극계에도 좋은 환경이 제공되었고, 덕분에 셰익스피어는 마음껏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특히 당시 런던은 인구가 급격하게 팽창해 복잡하고 어지러웠는데요. 그만큼 다양한 문화 활동과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했답니다. 연극 공연도 자주 있었으니, 셰익스피어에게 런던은 아주 좋은 무대였어요. 앞서 셰익스피어가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했었죠? 그러나 그는 언어 구사력과 무대 예술 감각, 인간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타고났기에 대학 출신 작가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답니다. 이후 그는 극작가, 배우, 연출가, 시인, 그리고 극장 관리인을 겸하면서 일생을 보냈어요.

😎언어천재, 인간을 깊게 탐구하다!

  셰익스피어는 일생 동안 38편의 극을 발표했어요. 대표 작품으로는 4대 비극인 <햄릿>, <리어 왕>, <맥베스>, <오셀로>가 있고,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밤의 꿈>도 너무나 유명하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현대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걸까요?

  셰익스피어는 단순한 극작가가 아니에요. 그는 인간 심리를 아주 깊고 면밀히 파고들어 이를 작품에 반영했죠. 인간이 살면서 느끼는 욕망, 욕구, 사회의 요구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극에 담아냈어요. 일례로,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 햄릿이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복수를 시도하는 이야기인데요. 우리는 이를 통해 우유부단하고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죠. 햄릿처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햄릿 증후군’이라는 어휘가 파생되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셰익스피어는 끊임없이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그려냈어요. 

  셰익스피어 하면 4대 비극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그는 역사극을 다수 남긴 것으로도 유명해요. 그의 작품 중 당시 영국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 역시 역사극이고요. 셰익스피어의 <헨리 6세>, <리처드 3세>, <리처드 2세>, <헨리 4세>는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지배 계층 내부의 갈등과 권력 투쟁 등 절대왕정에 기초한 근대 민족국가의 형성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랍니다. 영국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행위와 권력욕, 권력의 획득과 상실에 대한 인간의 반응도 자세하게 드러나죠.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보편적 미학과 더불어 역사적 선견지명을 보여준 영국 민족의 창조자로도 여겨져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그는 작품에서 수많은 신조어를 창조하기도 했거든요.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초반 영국에서는 라틴어를 주로 사용했는데요. 학술서나 공문서는 물론이고 영어 문법책조차 라틴어로 되어 있었어요. 셰익스피어는 라틴어와 같은 외국어 표현을 영어로 가져와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자 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lonely’, ‘road’, ‘bedroom’, ‘swagger’... 지금의 우리에게는 너무나 쉽고 익숙한 이 영어 단어들이 모두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신조어랍니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영문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셰익스피어, 이 정도면 언어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본업은 작가요, 부캐는 시인이라!

   셰익스피어는 세계 최고의 극작가이기도 하지만, 시인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현재까지도 ‘영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데에는 그가 쓴 시도 한몫했죠. 가장 유명한 시는 <소네트>예요. 소네트는 사랑과 아름다움을 주제로 하는 연애시인데요. 셰익스피어는 모두 154편의 소네트를 남겼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혹시 셰익스피어가 소네트를 세상에 알리기 전, 희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미리 시험해보았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극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소네트를 한 편 완성합니다.

 “오오, 로미오, 로미오! 그대는 왜 로미오인가요?”

 “죽음이 당신의 달콤한 숨결을 빼앗아 갔을 망정, 그대의 아름다움은 빼앗아 가지 못했군요.”

  우리에게 친숙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절절한 명대사들! 알고 보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중 하나였던 거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함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이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로 평가받는 이유 또한 소네트 때문일 거고요. 이처럼 셰익스피어가 소네트를 즐겨 썼기 때문에 그의 연극에서도 시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네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숨겨진 모습들을 알아보았어요. 그는 극작가로서 시도 쓰고, 새로운 단어도 만들었으며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현재까지도 연극, 무용, 오페라, 미술,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 영감을 주고 있죠. 천재적인 글솜씨와 통찰력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셰익스피어! 영국이 셰익스피어를 담은 것이 아니라, 셰익스피어가 영국을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ㅇ참고자료

- 이하경, “[역사를 바꾼 혁신의 아이콘] 인간의 내면을 기록한 극작가, '셰익스피어'”, 월드투데이, 2022

- 권혜은, “[로미오와 줄리엣],  순수로 깨어난 영원불멸의 연인", IZE, 2016

- “『햄릿』『리어왕』… 읽느냐 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중앙선데이, 2014

- “윌리엄 셰익스피어”, 네이버 지식백과, https://bit.ly/3Tvewj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