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냐, 같이해야 재밌는 거지!

  • 1,140
  • 1
  • 글주소
  • ❗  이 글은 약간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  학교폭력, 사고사와 관련된 트리거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언급이 미약하나 관련된 트리거를 보유하신 독자님들에게 글을 권장드리지 않습니다. 

 

  공연장에 가서 뮤지컬을 본다고 하면 넓은 무대, 화려한 무대 장치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오늘은 살짝 다른 질문을 해볼게요. 눈으로 보이는 뮤지컬의 요소 말고, 내용적인 질문 말이에요. 뮤지컬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로맨스? 범죄? 아니면 판타지? 사실 한 가지만 대답할 수 없을 정도로 뮤지컬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럼 질문을 바꿔 볼게요.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공을 본 적 있으세요? 아니, 주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웬 공 이야기냐고요? 그리고, 공이 어떻게 무대 위를 뛰어다니냐고요? 연기를 하는 공이 실재할 수 있는 거냐고요?! 답변은 "네"입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공들이 배우들과 함께 합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다루길래 '공'이 작품의 주연급이 된 것일까요? 오늘 다룰 작품의 '제목'에 그 힌트가 있어요.

 

👀너 지금 우리가 보여?!

  바로 8월 28일까지 동덕여자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진행되는 <전설의 리틀 농구단>입니다. (어떤 공이 무대 위에 올라올지 짐작하시겠죠?) 뮤지컬과 스포츠는 많은 사람들에게 각각 취미 활동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뮤지컬과 스포츠의 만남은 꽤나 낯설게 느껴져요. 하지만 플러스와 플러스가 만나면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도 있잖아요! 과연 이 둘의 만남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 살펴볼까요?

  사실 <전설의 리틀 농구단>에서 농구공의 첫 등장은 그리 달갑지 않아요. 중심인물인 수현을 괴롭히는 수단이기 때문이죠. 매일 하굣길 소위 '일진' 무리에게 잡혀 농구 내기를 해야만 했고, 농구를 잘하지 못해 항상 내기에서 질 수밖에 없는 수현은 그 무리에게 매번 돈을 줘야만 했어요. 아니, 뺏겼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수현이는 전학을 오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갖은 방법으로 따돌림을 당했고, 어른들에게 요청한 도움은 외면당했어요. 그때까지 공은 부정에 가까운 존재였답니다.

  "너 지금 우리가 보여?"

  세 명의 귀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남고 옥상에 15년 동안 떠돌던 승우, 다인, 지훈은 본인을 발견한 수현에게 거래를 제안해요. 수현이의 인생을 바꿔주는 대신에 본인들을 성불을 시켜달라고요. 물론 방법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요.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포스터 ⓒ아이엠컬쳐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 사진 ⓒ아이엠컬쳐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수현이도 귀신들도 모르는 성불의 과정에 농구공 선수가 투입됩니다. 세 귀신들은 번갈아가며 수현의 몸에 빙의했어요. 수현은 정신을 차려보니 폐지 위기 직전인 ‘상록구청 농구단’에 제 발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의지라고는 없어 보이는 단원들, 상록구청 농구단은 소위 ‘별 볼일’ 없어 보였어요. 단원 수가 부족하여 대회조차 나갈 수 없었고 이번 해에도 실적이 없으면 더 이상의 지원금을 받지 못해 농구단은 폐지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수현의 몸에 빙의한 승우의 등장으로 농구단은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고, 스파르타 훈련이 시작됩니다. 단원들이 훈련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마치 농구공이 연기를 하는 것처럼 입이 떡 벌어지는 배우들의 컨트롤 능력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공은 한 개가 되기도, 군무를 하는 동안 다섯 개가 되기도 한답니다! 농구공이 무대 밖으로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은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유발하죠. 

  야속하게도 수현이 훈련을 받을 때에는 귀신들이 빙의하지 않았는데요. 뛰고, 공을 튀기고, 슛을 넣는 것을 반복하던 수현은 어느새 자신이 자발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힘든 훈련은 안 그래도 빡빡한 수현의 인생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힘껏 매달릴 존재가 되었던 것이죠. 수현은 훈련-집을 반복하면서 농구단에 완전히 집중합니다. 농구공이 다시 폭력의 도구로 쓰이기 전까지 말이에요. 수현은 인생을 바뀌게 해 준다고 해서 팔자에도 없던 농구를 시작했지만,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귀신들 역시 여태 성불하지 못하고 수현을 따라다녔고요. 이대로 넷의 거래는 실패인 걸까요?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 사진 ⓒ아이엠컬쳐

 

  수현 스스로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사실 그는 농구공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어요. 어디에서도 주목받지 못하고 유령처럼 떠도는 존재였던 그는 농구로 인하여 상록구청 ‘전설의 리틀 농구단’의 주장이 되었고, 상태를 비롯한 단원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코치로부터 주장을 상징하는 호루라기를 받았을 때, 매우 기뻐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공연 사진 ⓒ아이엠컬쳐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자칫하면 뻔한 클리셰 범벅으로 느껴질 수 있는 청소년 이야기를 ‘스포츠’라는 매개를 통하여 적당한 무게로 신선하게 풀어냈어요.
  • - 관객석과 무대 사이, 보이지 않는 벽을 뚫을 듯 말 듯 긴장감 넘치는 농구공에 집중하는 것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중심인물인 수현, 그리고 종우 외의 다른 인물들에 대한 배경 설명이 적은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어요.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긴 하지만요!

 

💬Editor’s Comment

  <전설의 리틀 농구단>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마냥 웃기고,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그런 점을 노린 듯 예상치 못하게 깊은 메시지를 전달해준답니다. 학교 폭력, 청소년의 죽음 그리고 정반대의 키워드인 (청소년, 성인 모두의) 성장을 이질적이지 않게 풀어나가는 작품이에요. 볼거리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면 공연장으로 달려가세요! 아, 그리고 휴지도 꼭 챙겨가시고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등록 : 08-23

키워드

#뮤지컬 #농구 #전설의리틀농구단 #스포츠 #군무 #청소년극 #성장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