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별의 소식을 전하는 사람,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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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지구는 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재판장을 나오면서 남겼다고 전해지는 유명한 말이죠. 그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제기해 당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우주가 지구 중심이라 믿던 사람들에게 지동설은 해괴망측한 논리였습니다. 결국 갈릴레이는 재판장에서 자신의 연구 결과인 지동설이 틀렸다는 증언을 하게 돼요. 위인전 또는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뮤지컬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펼쳐지는 별들의 이야기, 뮤지컬 <시데레우스>인데요. 2019년, 2020년에 이어 찾아온 이번 3연,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시데레우스 눈치우스

  제목 ‘시데레우스’는 라틴어 ‘시데레우스 눈치우스(Sidereus Nuncius)’에서 따온 표현이에요. 별의 메신저, 별의 소식이라는 의미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우주 연구를 담고 있는 저서랍니다. 실제로 극중 가장 중요한 넘버의 제목이 ‘시데레우스 눈치우스’이기도 해요.

  이 작품에는 단 3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중심이 되어 또 다른 우주과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와 연구를 진행하고, 딸 마리아와의 관계가 변화하는 내용이 펼쳐져요. 과학적 연구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이 흔하지 않아서 어렵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갈릴레이의  문장 하나, “그래도 지구는 돈다.”를 떠올리시면 돼요. 교회의 권력이 강력했던 당시 사회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동설이 절대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어요. 그러나 갈릴레이는 케플러와의 연구를 통해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에 대한 근거를 찾았습니다. 그들이 달, 목성의 위성, 붙박이별과 은하수 등을 관측하면서 지동설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아 나서는 과정은 넘버에도 표현되어 있어요.

 

지동설 체계와 천동설 체계의 비교 ©doopedia

 

🙄끝의 시작?

  갈릴레이와 케플러가 지동설의 근거를 찾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운데요. 우주에 대한 ‘사실’ 외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른 포인트가 있답니다. 바로 우주의 이야기를 우리 삶과 연결 지을 수 있다는 것이죠. 갈릴레이는 지동설에 대한 확실한 근거들을 찾아냈지만, 천동설을 지지하던 권력자들과 종교인들은 갈릴레이의 발견을 부정하기 급급했고, 종교재판으로 그를 억압했어요. 결국 갈릴레이도 연구를 그만두고, 다시는 지동설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요.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래서 외치잖아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요. 특히, <끝의 시작>이라는 넘버를 통해서 끝을 맞이했지만 이를 또 다른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별은 우주 공간에서 태어나 소멸하고, 다시 우주 공간으로 돌아가요. 우주 공간은 죽은 별을 삼킨 후 다시 새로운 별을 탄생시킬 힘을 얻고요. 소멸이 꼭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닌 것이죠.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지 않나요? 때가 되면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고,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러나 우주의 구성원인 우리가 사라짐으로써 새 생명의 탄생이 이어질 것임은 분명하죠. 끝의 시작. 이렇게 우리의 죽음은 새로운 의미를 갖습니다.

  광활한 우주에서 별 하나 탄생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새로운 별이 생겨도, 이미 존재하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 중 하나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나 우주적 관점에서 하나의 점일 뿐인 ‘지구’라는 별 덕분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위대한 일이죠. 인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지구 전체로 보았을 때, 한 아이가 탄생하는 것은 그다지 위대한 일이 아닐 수 있어요. 지구 전체 몇십 억 인구 중 한 명이 늘어난다고 해서 지구 전체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잖아요. 더욱이 지구의 탄생 시점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존재한 시간은 아주 짧고, 인류의 시간 중 ‘나’라는 존재의 시간은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죠. 하지만 우리도 누군가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일 거예요. 우주의 점인 지구가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존재인 것처럼요.

 

뮤지컬 <시데레우스> 공연 장면 ©아르코 라이브

 

잘 있거라 나의 오래된 꿈들이여

잘 있거라 나의 오래된 별들이여

나 이제 눈을 감고 빗장을 걸어

저 하늘 우주를 어둠에 가두네

끝을 시작하네

누군가 나를 믿어준다면

별의 소식을 받아줬다면

난 실패한 게 아니야 난 아직 살아있어

- <시데레우스>, ‘끝의 시작’  中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시데레우스>에는 ‘답’이라는 키워드가 계속해서 등장해요. 마리아가 찾던 신의 ‘답’, 교황청이 기다리던 ‘답신’, 케플러가 갈릴레이에게 자신의 연구에 대한 조언을 구한 후 기다리던 하나의 ‘답장’, 그리고 갈릴레이가 우주를 통해 본 하나의 ‘정답’까지!

  특히 케플러와 갈릴레이는 모두가 맞다고 이야기할 때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도 보여주죠. 케플러는 자신의 연구를 담은 책 <우주의 신비>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음에도, 확신을 갖고 갈릴레이의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연구가 틀렸을 거라는 상상은 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지요. 갈릴레이 역시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지지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임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믿고 있는 정답을 끝까지 이야기했어요. 어쩌면 갈릴레이가 진정으로 두려워했던 것은 교황청이 아닌 사람들이었을지도 몰라요. 모두가 자신을 이단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 모두에게 외면받는 것. 이 모든 걸 견디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수많은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자신이 목격한 진실을 당당하게 외친 사람들! 우리는 그들에게서 어떤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요?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을 연기하는 배우 박민성 ©뉴스컬쳐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조명 맛집 시데레우스! 일층에서도, 이층에서도 우주 별빛과 같은 환상적인 조명을 감상할 수 있어요. <시데레우스>는 멋진 무대로 정평이 나 있는데요! 멋진 무대를 한층 더 빛내주는 것 같아요.
  • - 전반적으로 신나는 분위기의 극이에요. 죽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도 되어서 즐겁게 연습했다는 지난 시즌 배우의 인터뷰도 있었답니다. 관객인 우리도 행복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요.=
  •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지동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요. 가사 속에 과학적 내용들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지동설, 천동설, 갈릴레이, 케플러에 대해서 미리 읽어보고 가면 좋겠어요!

 

💬Editor's Comment

  아름다운 조명 속에서 우주를 느끼며, 케플러의 열정과 갈릴레이의 진심을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두 우주과학자들을 통해 열정에 불을 지피는 이 시대 최고의 힐링극 <시데레우스>, 꼭 만나보시길 바라요! 어쩌면 수세기 전의 인물들로부터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또 말도 안 된다며 지탄받았지만 수많은 노력과 관측 끝에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그들에게서 빛나는 용기를 선물 받을 수도 있을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도. 말도 안 되는 꿈이라도. 펼쳐진 여백 속에 상상들을 그리면, 멈춰진 어둠도 하나 둘 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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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23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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