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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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혹시 마음속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리신 분 계신가요? 네, 맞아요. 아직도 TV 프로그램의 배경 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 리쌍의 대표곡 '내가 웃는 게 아니야'의 후렴이에요. 입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정반대일 때 아주 절묘하게 들어맞는 가사죠. 오늘 제가 소개할 뮤지컬 <웃는 남자>의 주인공인 그윈플렌을 보면 이 노래가 떠올라요. 그윈플렌은 얼굴의 큰 흉터 때문에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사람들은 보통 흉터를 가리려고만 해요.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에요. 저만 해도 무릎에 있는 큰 흉터 때문에 짧은 하의는 잘 안 입게 되더라고요. 얼굴에 흉터가 있다면 매번 가리고 다니기도 곤란할 텐데요. 그윈플렌은 얼굴의 흉터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지 않나요?

 

👨‍👨‍👧가족이 되었지만… 너무 다른 세 사람

  뮤지컬 <웃는 남자>의 주인공 그윈플렌은 비인간적이고 타락한 사회를 살고 있어요. 극의 배경인 17세기 영국은 인간의 존엄성이 생각되지 않는 시대였거든요. 그윈플렌의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생긴 것도 어린 시절 콤프라치코스라는 악질 조직에게 붙잡힌 적이 있기 때문이죠. 이들은 아이들을 납치해 인위적인 기형으로 만든 다음, 이들을 귀족의 유흥거리로 전락시켜 돈을 버는 이들이었어요. 귀족이 아니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그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두 사람을 만나 가족이 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데아, 인간을 혐오하는 염세주의자 우르수스가 바로 그들이죠.

  각자 아픔이 있고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점은 같지만, 이 세 사람의 성격은 굉장히 달라요. 앞을 보지 못하는 데아는 세상의 끔찍한 면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세상의 밝고 좋은 면모만을 알고 있어요. 순수 그 자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죠. 반면 우르수스는 나쁜 면을 너무 많이 봐버린 나머지 세상과 사람을 혐오하고요. 그렇다면 우리의 주인공 그윈플렌은 어떨까요? 그윈플렌은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뜬 인물로 표현되는데요. 욕망, 도시, 화려함을 상징하는 조시아나 여 공작을 만나 변화를 겪거든요. 자신도 몰랐던 욕망에 눈을 뜬 그윈플렌!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웃는남자 공연사진 (좌)어린 그윈플렌 (우)우르수스 ⓒEMK뮤지컬컴퍼니

 

  가족의 사전적 정의는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 집단."이에요. 정의에 따르면 그윈플렌과 데아, 우르수스는 가족이 아니죠. 하지만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안식처가 되어주는 모습을 보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라요.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든, 마음으로 이어진 가족이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인생을 살아갈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윈플렌과 데아, 우르수스도 서로의 존재만으로 삶의 의지를 다지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실수에도 불구하고 나를 보듬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가족 아니겠어요?

 

🎬삶이라는 무대에 오른 우리

  그윈플렌은 기이한 흉터가 있는 외모를 활용해 광대가 되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가족과 함께 유랑극단을 꾸려 공연을 다니며 생활하죠. 그러다가 조시아나 여공작을 만나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조시아나 또한 그윈플렌과의 만남 이후 자신을 돌아본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돌이 생활 중인 그윈플렌을 보며 '나'라는 존재의 주체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죠. 조시아나는 그동안 자신의 지위에 따른 사회적 역할에만 맞추어 살았거든요. 그는 결국 앤 여왕의 꼭두각시처럼 살았던 것에 회의를 느끼고 앞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일,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웃는 남자> 조시아나 공연사진 ⓒ뉴데일리

 

  조시아나의 변화에서 뮤지컬 <웃는 남자>의 메시지가 보여요. 사회의 틀에 자신을 맞출 것인지, 나의 길을 찾아 나의 방식대로 살 것인지 말이죠. '나'라는 존재의 주체는 '나'여야만 합니다. 결국 '나'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때로는 직접 부딪혀야 온전한 '나'를 발견할 수 있죠. 또한 그 과정은 나의 행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해요.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틀 안에 갇혀서만 살았던 조시아나는 행복하지 않았으니까요. 주체적이고 호기심도 많은 그윈플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삶에 적극적으로 도전했고요. 이 둘의 차이점에서 삶의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얻으셨길 바랍니다.

 

🩹상처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

  그럼 이제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멋지게 풀어낸 무대를 살펴봐야죠. <웃는 남자>의 무대를 구상한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는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 문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어요. 그는 '상처'와 '터널'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했습니다. 따라서 무대는 거대한 터널의 형태랍니다. 이 터널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마구잡이로 얽혀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데요. 어딘지 거친 느낌은 상처를 떠오르게 해요. 작품에서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삶은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오필영 디자이너는 상처 가득한 터널의 양끝에 두 부류가 각각 존재한다고 가정했죠. 실제로 공연에서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한 장면 안에 존재하는 일은 없답니다. 그윈플렌이 상원 의원 회의장에서 귀족들과 대치하는 장면을 제외하면요. 그러니까 이들은 터널의 끝과 끝에서 서로를 만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에요.

 

<웃는 남자> 무대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웃는 남자> 무대사진 ⓒEMK뮤지컬컴퍼니

 

  무대와 관련된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있어요. 무대 바닥의 앞쪽에는 그윈플렌의 흉터 모양 조형물이 하나 있는데요. 이 안으로 들어가는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들어가는 것인지 생각하며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아마 더 재미있을 거예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넓은 무대를 화려하고 알차게 꾸며 공연을 보는 내내 눈이 너무 즐거워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겠어요!

 

💬Editor’s Comment

  뮤지컬 <웃는 남자>를 보면 가난한 자들은 자신의 상처를 순수하게 드러내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살아가지만, 부유한 자들은 자신의 상처를 화려한 치장으로 감추고 가식적으로 살아가요. 이에 그윈플렌은 부유한 자들에게 용기 내어 일침을 던집니다. 그 눈을 뜨고,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을 때까지 마음을 열라고요. 그것은 가난한 자들과 베풀고 정의로운 삶을 살라는 이야기와도 같지만, 한편으로는 귀족인 그들 스스로에게도 사람다운 삶을 선물하라는 메시지와 같습니다. 나의 존재를 세상에 당당히 보일 수 있도록 응원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 꼭 한 번 봐야겠죠? 작품의 대표 넘버로 여겨지는 ‘그 눈을 떠’는 웅장한 상의원회의 모습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니 미리 찾아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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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8-12

키워드

#뮤지컬 #웃는남자 #상처 #터널 #흉터 #박강현 #박효신 #박은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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