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티켓 두 배 가격 주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 1,251
- 0
- 글주소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나, 가고 싶은 공연을 예매해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다른 사람의 티켓팅을 도와줄 때에는 그렇게 좋은 자리를 잡으면서 꼭 제 티켓팅만 시도하면 하는 족족 실패하더라고요. 이럴 때는 취소된 자리를 찾아 시도 때도 없이 예매 사이트를 기웃거리거나 양도하는 사람을 찾아보는데요. 인터넷이나 각종 SNS에 검색하면 웃돈 붙은 티켓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에 놀란 적이 많아요. 많게는 10배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고요.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속상할 뿐이에요. 이렇게 평화로웠던 공연계 문화를 망가뜨리는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어요.
🍆방법도 가지각색… 공연 문화 망치기

우선 공연 예매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예요. 티켓을 불법적으로 예매하고 거래하는 거죠.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자동으로 예매를 진행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 ‘매크로’를 사용하여 좋은 자리를 예매해요. 그리고 이를 일반 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데요. 적게는 1-2만원 추가된 가격을, 많게는 원래 티켓의 10-20배의 가격을 요구해요. 이러한 부당한 티켓 거래는 공연계의 모든 측면에 악영향을 줘요.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상은 아무래도 관객들일 텐데요. 매크로 프로그램은 인터넷 서버에 영향을 줘서 예매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되기 때문이죠. 정말 공연을 보고 싶어서 예매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실패하고, 2차 판매를 목적으로 표를 구매하는 사람들만 이득을 보게 되는 거예요. 관객들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에요. 2차 판매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티켓을 다량 잡아두고, 팔리지 않은 티켓들은 공연 직전이 되어서야 취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게 공연 예매 기간이 지나버리면 그 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못하게 되니까요. 결국 관객, 티켓 판매처, 제작사,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되는 거예요.
공연 티켓을 무사히 손에 쥐고 난 후라면 조금은 안심이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공연장에서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공연계 문화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답니다. 공연을 무단으로 녹음하는 ‘밀녹’, 무단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밀캠’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공연 전 안내방송에는 항상 “공연 중 사전 허가받지 않은 녹음, 사진 촬영, 영상 촬영은 엄격히 금지된다”라는 내용이 언급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위가 문제라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문제임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판매를 위해, 개인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속하는 경우도 있고요. 공연은 무엇보다 현장감이 키워드가 되는 문화생활인데, 이를 완벽히 파괴해버리는 행위죠. 또한, 이는 제작사의 법적 저작권을 무시하는 행위로 볼 수 있어요. 불법 녹음본과 영상은 이후 유튜브에 업로드되기도 하고, 특정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기도 해요. 제작사가 엄연히 소유한 저작권을 무시한 채, 제삼자가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얻는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뮤지컬계, 손 잡다!
공연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이러한 행위들에, 소비자들만 속상해하던 것이 아니었어요. 이제는 공연계 쪽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공연계가 관객보다 그 심각성을 늦게 깨달은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말이에요.
지난 3월에는 한국뮤지컬협회와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가 ‘공연 무단 촬영, 녹음, 배포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드디어 제작사 측에서도 잘못된 공연계 문화를 근절시키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는구나, 라는 생각에 많은 공연 애호가들이 이 소식을 환영했죠. 기존에는 불법적인 티켓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넘겨도, 제작사 측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번 캠페인은 “공연 밀녹, 밀캠 No! 불법 배포 No!”라는 주제로 관객들로 하여금 슬로건 문구를 제작하도록 했어요. 공연계의 올바른 문화를 망가뜨리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죠? 선정된 우수작 문구를 마음속에 한 번쯤 새겨볼까요? “눈으로만 감상하고, 가슴에만 담아주세요”, “폰 대신 눈 속에 담아요. 캠 대신 맘 속에 남겨요”, “가장 훌륭한 저장공간은 우리의 눈과 마음입니다”랍니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긴 말들이라 그런지, 소중한 기억으로서 공연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혹자는 이렇듯 말랑한 말들이 어떤 효과가 있겠냐는 의문을 제시하기도 해요. 우수작으로 선정된 문구 자체도 감성에 호소하고 있긴 하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캠페인은 불법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보다는 직접적인 효과가 없는 게 사실인 것도 맞죠. 다만 이러한 캠페인 진행은 캠페인에서 선정된 문구 자체보다, 더 이상 공연계 기업과 협회들이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겠다는 큰 움직임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욱 의의 있어요. 또한 불법적인 경로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은 공연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대중에게 문제점을 인지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밀녹 밀캠이 잘못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니까요.
💬Editor’s Comment
코로나 19 유행 이후로 많은 공연들이 실황 영상을 중계하기도 했는데요. 공연 실황 영상 중계에 대한 이점이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코로나가 사라진다고 해서 공연의 영상화가 다시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한 가지 안건이 추가되겠죠. 공연을 중계한 후 남는 영상에 대한 저작권 문제. 이것 또한 공연계가 고려해야 할 문제가 되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공연계의 올바른 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관객들 역시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양심을 지키며, 올바른 공연 문화의 정착을 위해 힘쓰기를 모든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엄연한 불법 행위들에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것이 사실인데요. 원칙적으로 영상이나 녹음본에는 그 현장성을 저장할 수 없는 공연 저작물이야말로, 오히려 몰래 남겨온 영상/녹음 저작물보다 더욱 희소성 있는 공연 저작물이야말로 높은 가치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