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뚝딱, 집으로 우주를 설치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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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집은 어떤 공간인가요? 누군가에게는 고된 일을 끝마치고 돌아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 일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것들로만 꽉꽉 채워 넣고 싶고 애정으로 가득 찬 소중한 공간이기도 할 거예요. 저 또한 마음만은 후자를 원하는 사람이기에 취향을 담은 물건과 추억들로 집을 하나씩 채워 넣고 있답니다. 이처럼 집은 어떤 방면으로든 ‘나’라는 사람을 반영하는 ‘일상의 무대’가 되기도 해요.
🌆집과 집이 만들어낸 도시, <집우집주>

이처럼 다양한 삶을 온전히 반영하는 ‘집’을 모아 작은 도시를 만들어낸 한 전시가 있는데요. 바로 <천대광 : 집우집주> 전시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2022년 7월 24일까지 진행하는 MMCA 청주프로젝트 2021 전시인데요. 여기서 작품의 이름 <집우집주>는 ‘집’이 모여 도시를 이루고 더 나아가 우주를 이룬다는 뜻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주’라는 단어는 ‘집 우’자와 ‘집 주’ 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거든요. 작가의 시선을 담아낸 다양한 집의 형태를 통해 도시를 표현한 전시죠.
천대광 작가는 설치미술을 주로 작업하는데요. 그것도 관람객이 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한 규모의 설치 작품을 주로 작업합니다. 작품,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 그리고 관람객이 이어질 수 있도록, 관람객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움직이던 서있던 ‘위치’할 수 있는 큼직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거죠. 그렇게 되면 관람객은 작품이 설치된 장소 속에, 작품 속에 존재하게 되니까요. 천대광 작가는 이와 같이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를 색다르게 바꾸어놓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공간일지 몰라도 그의 작품이 설치되는 순간 그 장소는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죠.

더욱이 이번 전시에서 특별한 점으로 무엇보다 야외전시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천대광 작가는 <집우집주> 전시를 위해 수장센터 앞 잔디광장에 다채로운 재료와 형상으로 이루어진 작은 ‘도시’를 제작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어요. 관람객이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하는 순간 순식간에 이목을 집중시키는데요. ‘작은 도시’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이색적인 전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움을 선물해주기도 하고요.
처음으로 방문하는 작은 도시, <집우집주>를 투어하기 위해서 이 도시에는 어떤 공간들이 꾸려져 있는지 알아본다면 더욱 좋겠죠? 오늘은 제가 여러분의 가이드가 되어 알찬 시티 투어를 위한 두 가지 포인트를 안내해볼게요!
💭건물이 경험한 기억
첫번째로 소개할 ‘기억의 공간’은 말 그대로, 천대광 작가가 여러 국가를 여행하며 발견한 건축물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낸 작품들을 이야기해요. 다양한 건물, 집 안에서 쓰는 물건의 재료와 양식을 살펴본 후 건물이 경험하고 기억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죠. 보통,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말은 자주 사용하지만 건물이 경험하고 기억한다는 표현은 자주 쓰이지 않기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천대광 작가는 ‘건축물은 역사, 경제, 기술, 문화, 기후 등이 고스란히 담긴 집적물로서, 한 시대의 거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건축물은 시대에 따라서, 사는 환경에 따라서도 다채롭게 변화하기 때문에 이 ‘기억의 공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표로, 천대광 작가의 말마따나 건물이 실제로 경험하고 기억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요.

여러분은 캄보디아 하면 어떤 집의 형태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위와 같은 수상가옥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작품 <건축적 조각/다리 없는 집/캄퐁 플럭의 수상가옥 1,2,3>은 ‘기억의 공간’ 중 하나로, 천대광 작가가 캄보디아 캄퐁 플럭(Kampong Phluk) 마을의 수상가옥을 모티프로 만든 작업물입니다. 캄보디아는 강수량에 따라 물의 높이가 급격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다양한 수상가옥의 형태가 존재하고, 그중에서도 캄퐁 플럭은 독특한 수상가옥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요. 한편으로 이 수상마을은 힘없고 가난한 약자들의 피신처이기도 했기 때문에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강 위에서 오갈 곳 없는 난민과 이주민이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자연에서 필요한 것들을 얻고 큰 걱정 없이 노동하며 살아가는 수상가옥 거주민들을 보고 나니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되었어요. 또한 이 작품 역시 그의 여느 작품들처럼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상가옥을 직접 체험해본 듯 몰입하여 관람할 수 있답니다.
😳세상에는 없는 상상의 공간
그리고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두 번째 공간을 소개해드릴게요. 바로 상상의 공간 파트입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집의 형태임과 더불어 빛에 따라,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강렬한 색채가 신비롭게 보이죠. ‘상상의 공간’은 사회에 있을 법하지만 없는 상상의 집으로 천대광 작가의 철학과 사상 등이 반영된 결과물인데요. 그는 기억과 상상,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가며 떠올리고 집과 여러 가지 가구의 형태로 이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전시를 보며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은 어떤 형태일지 떠올려보는 것도 좋겠어요. 여러 가지 색을 입힐 수도 있고요. 혹은 생각지도 못 했던 색다른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어 나를 표현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어때요,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형태라는 특징이 확 와닿는 작품이 아닌가요? 이 작품은 상상의 공간에 속하는 <건축적 조각/공허한 빛의 집/RGBCMYK 유리집>입니다. RGBCMYK 7가지 색 (빨강, 초록, 파랑, 청록, 자주, 노랑, 검정) 중 검정을 제외한 6가지 색채만으로 구성된 집을 상상하여 만든 것인데요. 작품 제목에 적혀있는 RGB는 빛의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의 약자를 말합니다. RGB는 빛의 색이기 때문에 색을 모두 혼합하면 흰색에 가까워지고, 나머지 CMYK 청록, 자주, 노랑, 검정을 의미하며 인쇄용 잉크나 물감 색에 해당하기 때문에 섞을수록 검정에 가까워지게 되죠. 천대광 작가는 색의 기본원리에 따라 6가지 색상의 반투명 아크릴을 격자 형태로 이어 붙여 독특한 색채 공간을 창조해냈습니다. 빛이 쏟아지는 화창한 날씨에 이 작품 안으로 들어서면, 서 있는 위치와 빛에 따라 오묘하게 색이 달라지는데요. 같은 빛이 공간 안으로 들어와 각기 다른 색을 만들어내고, 이들이 서로 겹쳐지는 모습은 색다른 공간에 온 듯 꽤나 신비한 느낌을 줍니다.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이렇게나 다양한 시각에서 건축물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작가의 다채로운 시선이 돋보입니다!
- - 야외전시의 강점을 잘 살렸어요. 건축물 작품들이 잔디광장과 어우러져 작은 도시라는 주제를 극대화합니다.
- - 눈길을 사로잡는 색채! 특히 <건축적 조각/공허한 빛의 집/RGBCMYK 유리집>은 빛과 색을 활용하여 더욱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다양한 구성을 가졌던 ‘기억의 공간’에 비해, ‘상상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작품이 적었어요. ‘상상의 공간’에도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답니다.
💬Editor’s Comment
천대광 작가는 ‘<집우집주>의 시선이 건축과 도시를 넘어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집과 도시는 그 속에 있는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니까요. 천대광 작가가 자신이 상상한 집을 직접 만들어 세상에 공개했듯, 여러분의 집 또한 전시를 하게 된다면 어떤 형태로 만들고 싶은지 잠시나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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