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평범한 가족,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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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라는 두 글자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 3초 동안 머릿속에 그려보고 다음 문장을 읽어주세요!

  셋, 둘, 하나!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배우자, 딸, 아들, 룸메이트, 강아지, 고양이 등등 ……. 여러분의 머릿속에 떠오른 대상은 모두 다르겠지만 아마 그들 모두 가족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개개인의 성격 또한 모두 다를 테죠. 오늘은 그중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해요. 십여 년 이상 신경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엄마,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노력하는 아빠, 그리고 오빠의 존재에 가려진 천재 소녀에 대해서 말이에요. 아주 평범한 날들을 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그들에 대해서. 짐작 가는 사람들이 있나요?

 

👨‍👩‍👧‍👦우리는 굿맨 패밀리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의 마지막 넘버를 부르는 장면 ⓒ엠피앤컴퍼니

 

“이럴 때는 그냥 다른 아빠들처럼 그냥 잘 될 거라고 거짓말이라도 해주는 거야.” - 나탈리

  바로 7월 3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진행되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속 굿맨 패밀리에 대한 이야기예요. 2015년 이후 7년 만에 돌아온 <넥스트 투 노멀>은 네 번째 시즌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어요.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아픔과 상처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본 작품은 ‘평범함’의 기준은 과연 객관적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죠. 오랜 기간 신경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다이애나, 다이애나의 치료를 위하여 갖은 방법을 쓰는 그의 남편 댄. 그리고 둘의 자녀인 수퍼보이와 투명소녀 게이브와 나탈리, 딸 나탈리의 영원한 짝이 되고자 하는 남자친구 헨리까지. 보라색 조명 아래 울려 퍼지는 굿맨 패밀리의 목소리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한 가지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요. 그 끝에는 바로 ‘가족’이 있고요. 서로가 서로의 상처가 되었지만 상처를 인식하고, 직면하고, 갈무리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결국에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앙상블 없이 오직 여섯 명 만으로도 대극장 무대를 빼곡히 채우는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보랏빛으로 물들일 거예요.
 

👩‍👧넌 날 닮았어

(왼)다이애나와 (오)딸 나탈리 ©티브이데일리

 

“파란색 동그란 알약은 음식과 함께 드시면 되지만 길쭉한 흰 알약과는 함께 드시면 안 됩니다. 흰색 알약은 동그란 노란색과 함께 드시면 되지만 사다리꼴 모양의 녹색은 피해 주시고요.”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굿맨 가족의 중심에는 엄마 다이애나의 오랜 병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울증과 과대망상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수많은 진단과 처방을 받은 다이애나.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알약들이 큰 효과를 가져다주진 못했어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다이애나는 아들 게이브를, 남편 댄은 다이애나를, 나탈리의 남자친구 헨리는 나탈리를 지키기 위하여 각자의 방식대로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닮은 굿맨 패밀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죠. 특히나 다이애나와 그의 딸 나탈리를요.

  애정, 안타까움, 서글픔, 서운함, 그리움. 중력과 같은 강력한 감정들이 두 사람을 잡아당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와 나탈리는 내면의 감정을 외면한 채 서로의 존재를 부정합니다. 나탈리는 하루빨리 굿맨 패밀리를 벗어나고 싶어 하고, 다이애나는 나탈리와 대화하지 않죠. 아니, 어쩌면 나탈리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일지도요. 전혀 ‘소통’이 없는 엄마와 딸은 서로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엇갈리기만 하는 나탈리와 다이애나는 한 편으론 너무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관객에게 객관성을 유지하고 두 인물 모두를 다채롭게 이해하게끔 합니다. 두 인물의 삶이 평행적으로 나란히 닮아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연출을 통해 다이애나 혹은 나탈리 한 명에게만 감정을 이입하지 않고 골고루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우리는 종종 자신만의 입장을 고수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넥스트 투 노멀>을 통해 상대의 눈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방법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 같은 건 안 바라, 그건 너무 멀어

“네가 미쳐가면 같이 미쳐줄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점 자신의 집이, 가족이, 인생 자체가 엉망이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는 나탈리. 하지만 나탈리는 이윽고 ‘우리’가 아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엉망이라고 말하는 헨리를 만나게 됩니다. 다이애나가 남편 댄을 만나게 된 것처럼요. 자신이 미칠 때 함께 미쳐준다는 사람을 만난 나탈리의 심정을 감히 짐작해볼 수 없었습니다. 보통 그 언저리라면 괜찮다는 생각에 동조해줄 사람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넥스트 투 노멀, 직역하자면 ‘보통 바로 옆에’가 되는 이 작품의 제목은 굿맨 패밀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사회가 말하는 소위 ‘평범함’,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궤도에 안착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생각을 전환해보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궤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이애나, 나탈리, 댄, 헨리 그리고 게이브  역시 자신만의 궤도를 가지고 있겠죠. 그리고 저마다의 궤도들이 켜켜이 겹쳐진다면 정확히 평범함이라고 부를 수는 없어도, 평범함 그 언저리에 위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 극장 규모가 커졌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무대 구성! 3층 무대를 뛰어다니는 배우들을 볼 때마다 짜릿해요. 초연 때부터 함께 한 베테랑, 뮤지컬 신예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답니다. 
  • -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대적’이라 명명할 수 있는 스토리와 풍부한 넘버들은 역시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어요.

ㅇ요건 쫌 아쉬운데

  • - 신경정신질환을 전면에 드러낸 작품인 만큼 트리거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한 안내가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ditor’s Comment

  어쩌면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는 늘 각자의 위치에서 고난과 역경을 마주하고, 상처를 받고 살아가니까요. 시련을 애써 외면해버릴 때도 있을 테고요. 그래도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 그저 한 줄기의 빛이 아닐까요. 또 다른 날(日)을 맞이할 날(我) 그려봅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규정하는 평범함보다는 우리 각자의 궤도를 위해 노력해보아요. 굿맨 패밀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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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6-15

키워드

#뮤지컬 #넥스트투노멀 #평범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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