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 위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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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 막 공연장 에티켓에 대한 안내방송이 끝났습니다. 그럼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의미겠죠? 2, 3분쯤 기다렸을까. 갑자기 무대와 객석을 비추는 빛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내 극장은 컴컴한 암흑세계로 바뀌게 되죠. 공연을 즐기시는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공연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극장의 모든 빛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을요. 이렇게 극장의 모든 빛을 사라지게 하는 것을 무대 용어로 ‘암전(暗轉 / Blackout)’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암전은 공연 시작의 시그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데요, 이번 글에는 공연에 있어 암전의 의미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볼까 합니다.
암전, 정확히 뭘 말하는 걸까?
‘암전(暗轉 / Blackout)’은 막간에 무대 조명이 꺼진 상태 혹은 연극에서, 무대를 어둡게 한 상태에서 무대 장치나 장면을 바꾸는 일로 정의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진행 중인 ‘막’이나 ‘장’이 끝났을 때 암전을 사용해서 각각의 막과 장의 구분을 뚜렷하게 준다는 것이고, 현재 진행 중인 장면과 앞으로 이어질 장면에서 ‘장소’가 바뀌어 무대 세트의 변화를 주어야만 할 때 현재의 장면이 끝나면 암전을 사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공연 중에서는 조명을 밝혀둔 상태에서 무대 세트를 전환하는 때도 있어요. 이를 명전(明轉)이라고 하는데요, 공연의 컨셉이나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암전을 사용하기도 하고 명전을 사용하기도 하는 거예요. 뮤지컬 같은 경우에는 암전이 거의 없이 장면에서 장면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잘 살펴보시면 짧지만, 암전을 사용해서 무대 전환을 일으키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
그렇다면 암전은 얼마나 지속해야 할까요? 연출가의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입니다. 10에서 15초 정도의 아주 짧은 암전 시간에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기를 원하는 거죠. 무대 세트의 전환이든 배우들의 의상 체인지든 가능한 한 빠르게 바꿀 수 있어야 관객들에게 ‘무대의 환상’을 보여줄 수 있어요. 마치 마술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게요. 따라서 공연 중 30초 이상의 긴 암전은 특별한 의도가 없다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자칫 관객들에게 지루함과 어색함을 줄 수도 있고 공연 전체의 템포가 늘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물며 1분 이상의 암전 시간이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단축하게 할 방법을 찾는 것이 맞는 거겠죠?

암전도 연습이 필요해요!
암전을 위한 연습은 조명을 끄고 ‘무대 전환’ 연습을 하는 것을 의미해요. 보통은 공연 첫날 리허설 전에 진행하죠. 무대 전환에는 세트와 소품의 전환뿐 아니라 배우들의 등·퇴장 및 의상과 메이크업의 변화까지도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연습을 하는 걸까요? 우선 연습은 암전 없이 하는 연습과 암전을 하고 실전처럼 하는 연습으로 나뉩니다. 당연히 암전 없는 연습을 먼저 해야겠죠? 현재 어떤 장면의 세트가 무대 밖으로 빠지고 새로운 세트가 들어온다고 가정해 볼게요. 현재 무대에는 장면을 끝마친 배우들이 있을 거예요. 그럼 암전과 동시에 배우들의 등·퇴장과 세트와 소품의 등·퇴장이 동시에 발생하게 돼요. 따라서 무대는 매우 혼잡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행동하기 전에 배우들과 세트 및 소품의 등장과 퇴장의 순서 및 동선을 매우 세밀하게 정하게 됩니다. 물론 이 순서와 동선이 암전 시간을 가장 짧게 단축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요.
이렇게 모든 것이 정리되면 시행착오를 거쳐 가며 진짜 전환 연습을 시도해봅니다. 불을 켠 채로요. 그리고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조명을 모두 끈 상태에서 실제 공연처럼 다시 전환 연습을 진행하는 거죠. 이 연습은 암전이 들어가는 모든 부분에서 실시하고요, 꽤 장시간 동안 진행합니다. 첫 공연 전에 배우들이나 스텝들이 많이 지칠 법도 하지만 실제 공연에서 실수도 줄일 수 있고, 사고도 미리 방지할 수 있으니 이 암전 연습은 좋은 공연을 위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에요.

어쩌면 필요악, 암전
공연 중 완벽한 암전의 상태에서 무대를 전환하는 때도 있지만, 사실 안전의 이유로 아주 낮은 조도의 조명을 켜 놓은 채 전환하는 때도 많아요. 물론 완벽한 암전으로 무대 전환을 하는 것이 관객들에게 더한 신비감을 선사할 수는 있지만 복잡한 전환이 있는 경우에는 관객들에게 들키더라도 조금 더 안전한 방향을 선택하게 되는 거예요. 물론 달가울 리 없죠. 암전인데 실은 암전이 아니니까요. 게다가 암전이 많은 공연이거나 긴 암전이 포함되는 공연은 걱정거리가 더 많아요. 길어지는 상연 시간의 문제, 항상 사고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고, 더 심각한 점은 관객들의 집중력에 큰 방해를 한다는 거예요. 공연의 흐름을 자꾸 끊어지게 하니까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암전의 유무는 공연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고민거리였고, 암전을 어떻게든 최소화하려는 움직임들은 지금까지 꾸준히 있어 왔어요.
암전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최근에 본 작품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바로 2018년도에 제작된 National Theatre Live <햄릿>인데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란 유명세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햄릿 역으로 분해 더 유명한 작품이죠.

그런데 이 작품에서 왜 암전이란 단어를 떠올리느냐. 공연 내내 암전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특히나 셰익스피어 작품은 장면이 너무 많아서 잦은 암전은 필수인데 이 작품에서는 거의 쓰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명전을 주로 사용한 셈인데, 조명이 들어온 상태에서 장치적 전환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전환에 참여하여 다음 장면의 세팅을 흐름 속에서 구현해냈어요. 당연히 작품의 템포가 정말 좋아서 긴 상연 시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점을 찾기 힘들었고요. 암전에 대한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한 공연이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참고가 됐답니다. 혹시 이 작품을 보시게 된다면 암전 없이 전환하는 여러 방법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흥미로운 관극 포인트가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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