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산책을 할 수 있을까요?
- 1,132
- 0
- 글주소
요새 길거리에서는 반려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강아지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최근 들어서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냥집사’라는 신조어를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고요. 그런데 왜 유독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집사’라 불리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대부분의 강아지는 함께 사는 사람을 자신의 주인이라고 여기고 애교를 부리며 잘 따르는 특성이 있죠. 반면에, 대부분의 고양이는 사람을 자신의 친구 (혹은 하수인…) 정도로 생각한다고 해요. 애교는 자기가 예쁨을 받고 싶을 때에만 선택하는 도구로써 활용하죠. 반려인들은 그 수법에 넘어가버리고 말죠! 그래서 ‘집사’라는 말이 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의 상황에 딱 들어맞게 되는 것이고요.
요즘에는 새로운 부류의 집사들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바로 ‘식집사’입니다. ‘식집사’는 또 무슨 말이냐고요? 식물과 집사의 합성어로,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 걸맞게 생겨난 신조어예요. 지금부터 기존의 식집사 및 예비 식집사의 눈을 번뜩이게 할 전시회를 소개해드릴게요!
😤반려식물 키우는 일도 부담을 느껴야 하는 일!

단순히 ‘요즘 식물에 관심이 좀 생겼으니 한번 가볼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을 방문했다가 뜨끔하고 반성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전시회는 식물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안일한 사람들을 따끔하게 혼내 줄 의도로 기획되었거든요. 최근 ‘식집사’를 비롯해 ‘반려식물’, ‘홈가드닝’과 같은 말들이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죠. 또한 어느 때보다도 주위에서 식물을 키운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기도 해요. 이러한 경향은 아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강해졌을 거예요. 사람과의 소통이 어려운 비대면 시대에 사람 대신 식물과의 관계 맺기를 선택함으로써 정서적 치유와 내적인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느끼고 그에 대한 대안책으로 반려식물을 선택하는 분들도 꽤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전시회의 작가진들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문제를 꼬집고 있어요.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반려식물 유행을 문제라고 보는 것이죠. ‘가벼운’ 마음으로 식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지적을 하는 것인데요. ‘식물은 많이 죽여봐야 잘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들, ‘플랜테리어(planterior)’라는 단어는 식물도 하나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어요. 참여 작가들은 반려식물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지속 가능한 공생하는 삶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취지로 해당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6월 5일까지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4,5F)에서 진행된 <우리는 초록 분위기를 사랑해> 전시를 통해 식물들의 생명력과 그들이 전달해주는 산뜻한 기운을 느껴볼 수 있었답니다.
😮내가 알던 식물이 아냐!
사람들이 반려식물을 키우는 데는 저마다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이 있을 텐데요. 그중에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기 위한 이유가 적지 않은 것 같아 보여요. 식물과 정서적 교감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딱 알맞은 전시죠. 이번 전시는 프로젝트 그룹을 포함해 총 4명의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다수의 기존 인식을 바꾸기 위해 기획된 전시인만큼, 특히나 식물과 오랜 시간 가까운 삶을 살았던 이들의 작품을 조명하기도 하죠. 식물학자, 식물치료사 등 식물과 관련된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식물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을 확인하게 됩니다.
신혜우 작가의 작품은 식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줍니다. 식물학자이면서 동시에 식물을 대상으로 세밀화 작업을 하는 그는 식물의 초상화를 그린다고 표현해요. 보통 식물을 그린다고 하면 정물화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말이죠. 정물화는 식물을 대상, 사물로 인식하는 데에 반해, 신혜우 작가는 식물과 인간이 공생해야 하는 존재임을 표현하려 초상화라는 단어를 채택했습니다. 인간중심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식물의 시선에서 그림을 보는 것이죠. 실제로 그의 작품은 식물의 여러 부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끔 돋보기와 함께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애정하는 이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듯 식물을 들여다보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죠.
한편 김이박 작가는 식물 요양소 소장이라는 직책만큼이나 이색적인 작품을 보여줍니다. 일단 식물 요양소가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볼게요. 식물 요양소는 병든 식물을 위탁받아 보살피고 되살리는 곳이에요. 그는 식물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위탁자의 생활방식, 그리고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상담에 특히 주력하는데요. 반려식물의 삶 속에서 인간이 가지는 절대성과 둘 사이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는 이처럼 식물 요양소 소장으로서 겪은 본인의 경험을 <사물의 정원>이라는 작품 속에 녹여냈습니다. 화분 속에 심어진 다양한 사물들은 관람자의 기억과 추억을 대변하는 매개체가 되고, 지금껏 생명이 없었던 물체들은 김이박 작가의 작업을 통해 식물과 같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죠. 식물이 가지는 생명력을 다른 물건에 적용해냈다는 점이 퍽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또한 그 물건들이 모두 추억을 지녔다는 점에서 특별한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이 기발하다고도 느꼈답니다.
🌱화분을 들고 천천히
이번 전시에는 포브먼트(Povement)라는 단체가 참여해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어요. 포브먼트(Povement)는 식물(plant)과 이동/운동(movement)의 합성어로, 식물 산책 퍼포먼스를 통해서 식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프로젝트 그룹이에요. 전시장 한편에 구성된 산책길을 따라 관람객들은 화분을 안고 식물 산책에 참여를 할 수 있는데요. 인간과 동등한 생명체로써 살아가는 식물이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햇빛, 공기, 바람을 향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착안된 퍼포먼스랍니다.

반려동물로서 강아지와 함께 지내시는 분들은 적절한 활동과 유대감, 배변 등의 목적으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산책을 나가시잖아요. 하지만 식물과 산책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관람객들이 처음 경험해보는 일일 것 같아요.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던 첫인상과 달리, 실제로 식물과 산책을 해보니 무엇보다 유대감을 실감하게 되기도 했어요. 초록 분위기를 한껏 끌어안은 채로 초록 분위기 속을 거니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활동이 꼭 필요하지 않은 식물의 특성상 실생활에서 식물 산책을 이어가지는 않겠지만, 포브먼트의 식물 산책 퍼포먼스는 식물 역시도 반려동물처럼 함께 유대를 쌓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존재임을 확실히 알려주었답니다.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식물. 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신선한 기획의도를 통해 다채롭게 표현해냈다는 점!
- 다양한 구성의 작품들과 작은 체험 요소를 통해 관람하는 내내 즐거웠어요! 게다가 의미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Editor’s Comment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비대면 시대 속 우울함에서 벗어나 정신적 건강과 활력을 얻고 싶다면, 식물을 한번 길러보는 것을 추천해요! 식물은 고요하지만 인간에게 무한한 깨달음을 주는 존재이거든요.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되겠죠?식물을 키우다 보면 ‘식물만큼이나 강인한 생명력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이나 영양제, 햇빛에 아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인데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식물이라는 하나의 생명체에 크나큰 존재감과 존중감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