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다시 돌아온 사이버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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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 이 가사 들어보신 분들 많으시죠? 세상을 위협하는 블랙 맘바에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 노래는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데뷔 곡 'Black Mamba' 입니다. 에스파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멤버들과 그들의 아바타인 '아이(æ)' 가 인공지능인 나비스(nævis)를 통해 소통한다는 스토리텔링을 따르고 있어요. 노래 'Black Mamba' 역시 스토리텔링에 따라 아이(æ)와의 연결을 방해하는 블랙 맘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이 신선한 발상의 기획은 '미래 세상은 셀러브리티와 로봇의 세상이 될 것' 이라고 예측했던 이수만 프로듀서에 의해 2015년부터 준비됐다고 하는데요. 그가 말하는 미래 세상은 정확히 어떤 형태일까요?

 

🙄에스파, 림킴...그들이 선택한 문화 장르는?

  2010년 이후 인공지능, VR, 드론, 메타버스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이 시장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예전의 문화를 재해석하는 뉴트로 열풍이 불었고요. 그러면서 과거 유행했던 사이버 펑크 장르가 다시금 부상했습니다. 사이버 펑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원래는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소설이 파생시킨 문학에서의 새로운 SF 장르를 의미하는 단어였는데요. 최근에는 문학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화 전반적으로 널리 퍼지며 더욱 폭넓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어요. 사이버 시대를 뜻하는 사이버와 저항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펑크의 합성어로서 오늘날의 사이버 펑크는 컴퓨터 기술에 의해 억압당하는 사회의 하위문화를 기반으로 한 SF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로 가까운 미래의 도시를 그리며, 사회를 지배하는 인공지능에 저항하는 인물들과 인간의 실존 이유에 대해 다루죠. 그래서 사이버 펑크에는 가상현실, 해커, 세계를 조종하려 드는 개인 혹은 집단, 디스토피아1)가 연상되는 어두운 배경, 그 어두움에 대비되는 네온사인 등이 기본적으로 등장합니다. 

에스파(aespa)와 아이(æ)  ⓒSM entertainment.

  SM 엔터테인먼트가 그려나가고 있는 미래 세상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가상현실에서 에스파 멤버들이 아이(æ)와 공존한다는 점, 블랙 맘바가 SM 세계관을 좌지우지하려는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 그에 따른 디스토피아적 분위기, 세계관 안에서 자신이 가진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해커(닝닝)가 있다는 점이 그러하죠. 또한 에스파의 컨셉 이미지를 보면 네온사인, 네온컬러, 금속 재질의 타이포그래피2)가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사이버 펑크에서 주로 쓰는 시각적 요소들 중 일부이지요. SM을 선두로 K-pop 전반에 퍼진 사이버 펑크 장르는 현재 림킴, 에버 글로우, 온앤오프등 여러 가수들에 의해 다양한 스타일로 재해석되고 있답니다.

1) 디스토피아(Dystopia) :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어두운 미래상을 뜻해요. 반대말로는 유토피아(Utopia)가 있죠!

2)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 활자를 특수한 목적에 맞게 조정하거나 디자인하는 배치를 말해요

 

👣발 없는 사이버 펑크가 천 리 간다!

  사이버 펑크의 활용은 음악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게임, 영상, 미술 등등... 많은 분야에서 사이버 펑크를 컨셉으로써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sonypictures

  영상 분야에서는 드라마 <웨스트 월드>와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예로 들 수 있어요. 두 작품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사이버 펑크를 다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죠. 특히 인공지능 로봇들로 가득 찬 테마파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 <웨스트 월드>는 사람들 반응에 힘입어 시즌 3까지 이어졌고, 현재는 시즌4의 공개를 앞두고 있답니다. 살인, 마약 등 모든 불법이 허용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비추는 이 드라마는 인간의 본질과 실존에 대한 탐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사이버 펑크 장르라고 할 수 있죠.

  게임 분야에는 1인칭 오픈 월드 RPG인 <사이버 펑크 2077> 가 있어요. 해당 게임은 발매된 지 하루 만에 제작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을 벌어들이며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죠. 또한 게임 발매일 당시, 사이트 동시 접속자가 100만 명을 넘기는 등 이례적인 기록도 세웠답니다. 비록 나중에는 잦은 버그와 부족한 최적화 문제로 비난을 받긴 했지만 게임의 세계관이나 그래픽은 여전히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어요.

  미술 분야에서는 에스테틱(a e s t h e t i c)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아트가 있어요. 에스테틱은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한 듯한 저화소의 영상, 조각상, 픽셀아트, 네온 컬러 등의 사이버 펑크적인 요소들을 합성한 결과물을 이르는 말인데요. 보통 7-80년대 음악을 다양하게 샘플링3)하고 현대에 접목시키는 장르인 베이퍼 웨이브와 함께 쓰이고 있답니다. 여러분 모두 잘 알고 계실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요? 아이유의 <사랑이 잘> 라이브 MV를 함께 들여다봐요. 아주 오래전 노래방에서나 나올법한 맥락 없는 영상들이 이어집니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그래픽 아트 역시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3) 샘플링(Sampling) :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따서 사용하는 음악 기법이에요.

 

😮사이버 펑크, 왜 다시 뜨고 있나요?

  이처럼 사이버 펑크는 여러 대중예술 분야에서 창작의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이버 펑크는 긴 시간의 간극을 이겨내고 다시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요? 

  상술했다시피 사이버 펑크는 201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미래 기술, 뉴트로 열풍에 힘입어 다시 주류에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 이면에 숨겨져 있답니다. 사이버 펑크가 외면받았던 90년대 말-2010년대 초는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던 시기였는데요. 이는 자유롭게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경제 성장기인 8-90년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또한 이 시기에는 사이버 펑크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사이버스페이스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사이버 펑크가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세계가 변화의 물살을 타면서 여러 가지 미래 기술들이 등장했어요. 그와 함께 우리는 사이버 펑크 풍의 작품에서 묘사됐던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죠. 실제로 이 기술들을 개인 혹은 집단에서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고요. 다시 말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치부되던 사이버 펑크가 사실은 현실과 유사함을 발견하게 되었고, 사이버 펑크는 뒤늦게 개연성을 얻게 된 거죠. 여러모로 우리는 사이버 펑크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던 거예요. 정말 절묘하지 않나요?
 

💬Editor’s Comment

  사이버 펑크 장르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작가 윌리엄 깁슨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았을 뿐이다.” 저는 이번에 사이버 펑크를 조사하면서 이 말의 예언적인 측면에 주목했습니다. 절대 경험하지 못할 거라 여겼던 세상이 다양한 기술과 이름으로 우리 곁에 왔으니까요. 아직은 완벽하게 현실이 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요즘 시대에서 염두에 둬야 할 말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이버 펑크가 가지는 의의는 갈수록 커지리라 보여요. 너도나도 새로운 것을 쫓는 바람에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는 대중예술 업계에서 새로운 타입의 창작 가능성을 보여줬으니까요. 이제는 사이버 펑크를 단순히 SF의 하위 장르가 아니라, '미래가 된 현실을 조명' 하는 장르로써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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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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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사이버펑크 #에스파 #에스테틱 #베이퍼웨이브 #뉴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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