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여 일어나라! 지금이 어떤 시대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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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JTBC에서 방영한 <싱어게인>을 보신 적 있나요? <싱어게인>의 참가자 중엔 유독 ‘이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시즌 2에서는 오열,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디에이드의 안다은, 연의 김소연 등이 출연했고요. 시즌 1에서는 이승윤, 너드커넥션, 다린 등 ‘이 사람들’의 행보가 유독 눈에 띄었죠.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눈치채셨나요? 바로 인디 뮤지션들이에요. 2019년부터 시작된 COVID-19 상황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인디계지만, 싱어게인 방송의 여파로 인디가수와 밴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기도 했잖아요.
그러던 중, 우리 땅도 아닌 저 바다 건너 멀리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올여름 미국 뉴욕의 최고 문화예술 공연장 ‘링컨센터’에서 한국 가수들의 공연이, 그것도 인디 가수들의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이에요!
🌃K-인디가 흐르는 뉴욕의 밤
일반적으로 인디 음악은 주류의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요. 아무래도 큰 자본에 의해 체계적으로 대중의 취향에 맞게끔 제작된 음악이라기보다는, 음악을 만드는 개개인의 독창성이 한껏 표출되어 저마다 개성 있는 색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모두에게 사랑받기보다는, 주류에서 조금 벗어난 음악을 찾는 특정 청취자들, 다시 말해 마니아층에 의해 소비되는 편인데요. 미국 링컨센터에서 사상 최초 대규모 한국 인디음악 공연인 <K-인디 뮤직 나이트(K-indie Music Night)>가 펼쳐진다는 소식은, 한국 인디계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닐까 감히 예상해 봅니다. 뜨거운 뉴욕의 여름밤이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으로 가득 채워질 거예요!
<K-indie Music Night>의 공연자로는 ‘잔나비’와 ‘안녕바다’가 초청됐어요. 빈티지 록/팝 밴드 잔나비는 대표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등을 공연할 예정이랍니다. 또 다른 출연진 안녕바다는 모던록 밴드로, 대표곡 ‘별빛이 내린다’가 있어요. 샤라랄라랄랄라- 하며 뉴욕의 밤하늘을 별빛으로 수놓을 안녕바다의 공연이 무척이나 기다려져요! 이번 공연은 뉴욕한국문화원이 7월 27일 링컨센터와 공동 개최하는 행사인데요. 링컨센터 주최 행사인 ‘서머 포 더 시티(Summer for the City)’의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로, 댐로쉬파크에서 펼쳐질 예정이에요.
과연, 주춤하던 인디계에 불어온 새로운 바람은 K-wave의 영역을 넓히고 인디의 부흥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예측에 앞서 잠시 한국 인디계에 대해 살펴보는 건 어때요?
📍인디가 놓인 곳
인디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자본'에 있어요. 인디 음악은 주로 대규모 자본이 아닌 소자본 회사 또는 개인이 제작하는 음악을 말하는데요. Independent(독립된)에서 유래된 Indie는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음악을 뜻해요. 인디 뮤지션들은 보통 자신이 직접 앨범을 제작하고 독립적으로 활동하죠. 대형 음반기획사의 자본에 종속되거나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개인의 음악세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해요. 다만 앨범의 제작과 홍보 역시 큰 돈으로 운영되지 않다 보니, 화려하기보다는 다소 소박한 규모에 그치는 것을 피하기가 어려워요. 상업성 역시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성공률도 높지 않은 편이고요.
최근에는 인디 음악과 소위 메이저 음악을 구분 짓는 경계가 모호해졌어요. 높은 인지도의 뮤지션으로 구성된 인디 레이블도 여럿 생겨났고요. 요즈음의 인디 음악은 대중음악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두 영역은 완전한 분리가 불가능하죠. 혹자는 유명해지면 메이저, 무명이면 인디냐는 물음을 던질 수도 있겠는데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결국 인디와 메이저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음악의 형태와 목적이 누구를 향해 있는가에 대한 것이에요. 자본, 즉 대중을 위한 ‘상업성’이냐 혹은 자신이 독립적으로 추구하는 ‘자유로움’이냐에 관한 것이죠. 2030이 참 사랑하는 뮤지션 선우정아는 자신을 인디와 메이저 사이에 놓인 가수라고 칭했는데요.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인디에서 메이저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운 그리고 인맥이 필요하다.”
그의 말은 인디계의 상황을 집약해줍니다. 물론 메이저라는 타이틀을 얻고자 해서 얻은 이도 있겠지만, 인디씬에서 메이저로의 전환에는 굉장한 장벽이 있죠. 그래서 메이저로의 전환이 모든 인디 뮤지션들의 궁극적인 바람이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닐 거예요. 그런가 하면 누군가는 늘 메이저로의 전환을 바라기도 할 것이고요. 수많은 음악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처럼, 결국 음악이란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인디 뮤지션은 내면에 항상 갈등과 고립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해요. 이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인디 음악을 하는 동시에, 타의에 의해 계속 인디씬에 머물게 됩니다. 어쩌면 매일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과 상업성 사이에서 홀로 줄타기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인디계, 어때 보여?
본래 우리나라 인디음악은 홍대 부근을 주무대로 한 록음악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1990년대 말에는 소위 ‘인디 1세대'라 불리는 크라잉넛, 노브레인,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등의 뮤지션이 활동했는데요. 이후 자우림, 체리필터 등 독자적 스타일로 메이저 시장에서도 큰 바람을 일으킨 밴드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2000년대 후반은 국카스텐, 브로콜리 너마저,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등 대중과 평론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밴드가 등장한 시기예요. 한편 같은 시기, 아이돌 그룹 붐으로 대중음악시장은 거대 기획사와 온라인 음원 서비스 위주로 재편됐어요. 지금과 같이 사운드 클라우드나 유튜브 등으로 개인 단위의 온라인 음원 유통이 편리한 상황에서도 인디계의 입지 다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의 유통환경에서 인디 음악이 거대 기획사를 뚫고 온라인 음원 서비스에 안착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을 거예요.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TV 방송에서는 <TOP밴드 시리즈>, <밴드의 시대> 같은 오디션/경연 프로그램이 성행했어요. 인디 음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네이버 <온스테이지>도 생겨났고요. 국카스텐, 10CM, 장미여관, 장기하와 얼굴들 등 등 여러 인디 밴드의 지상파 방송 출연은 밴드의 인지도를 대중에 알리고 인디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어요.
특히 이때 해외에서도 K-Rock, K-Indie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인디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요. 미국의 음악 페스티벌 <SXSW,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에 국내 인디밴드가 다수 참가하며 활기를 더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잠시, 2010년대 중반 이후 인디계는 다시 침체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신인의 등장이 드문 와중에 대부분의 기성 인디 뮤지션은 부진한 활동을 이어오거나 잠적했고, 대중의 관심 역시 인디계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어요. 그리고 COVID-19가 시작되었죠. 인디씬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줄줄이 취소되는 공연으로 일부 뮤지션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했어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음악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과 길로 노선을 변경한 인디 뮤지션 역시 우후죽순 생겨났고요.
🎸지금, 한국 인디계에 필요한 것
우리는 인디음악을 하나의 장르 그 자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디음악이란 음악의 구성에 관한 장르적 구분이라기보다는, 결국 음악 제작의 형태와 목적의 구분에 가까워요. 물론 서구에서는 인디 록 음악을 곧 얼터너티브 록 또는 포스트 록 기반의 음악으로 인식하기도 하는데요. 본래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장르가 밴드마다의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는 것과는 별개로, 인디음악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소비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해요. 아이돌 음악시장에는 공중파와 종편 음악방송과 더불어 2·3차 소비가 가능한 유튜브, V live 라이브 방송, 카페와 커뮤니티, 그리고 심지어는 자체 플랫폼 채널까지, 아티스트 팬덤의 형성과 유지를 만들어내는 미디어들이 자리잡고 있잖아요. 반면 인디음악 시장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노출과 무대의 기회가 적죠. 인디뮤지션과 대중은 결국 서로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늘 갖고 있어요. 인디 뮤지션이 자신의 무대를 보여줄 기회는 우리나라 음악시장에서 진정 중요한 요소예요.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유도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죠. 인디 음악이 아무리 대중음악과 결을 같이 하지 않는대도, 결국 인디씬이 살아날 길은 대중의 관심이고요.
한편, 코로나가 일상이 된 2020년대 초반에는 SURL, 다섯, 새소년 등의 인디 음악가가 출현해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는데요. 이처럼 새로운 인물의 탄생 역시 인디계에서는 굉장한 전환점이 됩니다. 새로운 인물과 음악의 탄생은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대중의 관심은 또다른 인물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끌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2020년에 방영을 시작한 <싱어게인>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무명생활을 하던 인디 뮤지션들에게 최적의 돌파구가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이상, 일반인이 광활한 음악 시장에서 취향에 맞는 인디 뮤지션을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사막에서 바늘찾기에 가까우니까요. 거대 자본에 힘입은 음악이 스스로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K-음악시장은 유독 공고한 ‘팬덤중심’이에요. 팬덤 차원에서 진행하는 스트리밍, 홍보, 앨범 및 굿즈 구매, 기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티스트를 지원하고 새로운 문화와 경제를 창출하는 산업의 형태로까지 부상하고 있죠. 그렇기에 우리나라 음악계에서는 팬덤 형성을 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중요한데요. 인디 음악은 구조적으로 팬덤이 형성되기 어려워요. 소비경로와 커뮤니티가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죠. 다만 팬덤으로서가 아니더라도, 인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별도의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야 하겠습니다. 인디를 지속적으로 다루는 방송이나 프로그램같이 말이죠. 우리나라에서 인디음악이 전체 대중음악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 편이지만, 적어도 인디씬의 생태계 다양성만큼은 대중음악 생태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인디 뮤지션은 어디에 있어?
이렇게 한정적인 환경에서 인디 뮤직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일은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어요. 아니, 뭘 알아야 더 관심을 가지던지 하지! 하고 답답한 마음이 드실 수도 있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인디 음악과 뮤지션들을 알아갈 수 있는 다양한 채널들도 소개해드릴게요! 결국 인디의 부상은 인디 뮤지션과 우리를 연결해줄 수단에서부터 시작할 테니까요! 인디스트릿, 쇼디락스, 인디즈 등 인디 공연과 페스티벌을 정리해 둔 웹사이트 외에도 그들의 음악과 무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방송 및 영상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EBS 스페이스 공감
- “라이브 공연의 감동을 안방까지 생생하게”
스페이스 공감은 2004년부터 주기적인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고 녹화해왔어요. 모든 악기들을 철저한 라이브로 생생히 연주하기 때문에, 숨은 인디 뮤지션들과 공중파에서 만나기 어려운 밴드 뮤지션들도 만나볼 수 있는 화수분이랍니다. 웹사이트에서 공연과 방송 일정 확인이 가능하며, 지난 공연 영상은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볼 수 있어요.
✅온스테이지
“숨은 인디 뮤지션의 발굴”
네이버뮤직은 2010년부터 온스테이지를 통해 화려한 세트를 배경으로 한 라이브 공연 영상을 제공해왔는데요. 이제는 떠오르는 인디뮤지션이 거치는 하나의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요. 전문 심사위원단의 선발을 거친 다채로운 뮤지션의 음악을 만나볼 수 있어요.
✅트랙제로
- “인디음악 집중 조명 프로젝트”
멜론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멜론 앱에서 ‘트랙제로’라는 숨은 명곡 엄선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했는데요. 전문위원 6인이 선정한 인디 아티스트와 비주류 음악들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어요. 게다가 ‘멜론 스테이션’의 음악방송에서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토크를 즐길 수 있대요. 하반기에는 오프라인 공연도 개최 예정이에요. 온스테이지와 더불어 또 하나의 인디음악 발굴 프로그램이 생겨나겠어요!
💬Editor's Comment
자, 지금까지 인디음악과 한국 인디계에 관해 이야기해보았는데요. 앞서 인디 음악의 주 장르를 얼터너티브 록으로 볼 수 있다고 했죠? 인디 음악은 얼터너티브(alternative), 결국 말 그대로 대안이에요. 주류 음악시장, 주류 미디어, 주류 예술에 대한 대안인 것이죠. 우리에겐 늘 대안이 필요해요. 그리고 인디씬은 두 가지, 무대 그리고 대중의 관심을 가장 필요로 하고요. 사실, 우린 늘 음악시장에 갈증을 느끼잖아요. 우리가 매번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음악만 듣지 않으려면, 어쩌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디음악을 사랑하는 것일 수 있어요. 여러분 중에는 자신이 인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인디는 모든 장르를 포괄하며, 여러분의 그 취향에 맞는 음악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인디의 핵심은 결국 뮤지션의 ‘자유'와 ‘개성', 그리고 ‘다양성' 이니까요. K-인디는 분명 다시 일어날 거예요. 그때까지 우리는 각자의 일상 속 타성을 조금씩 깨트려줄 인디음악 한 모금씩 하기로 해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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