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앨범 커버, 누가 그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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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지금도 잔나비의 대표곡 중 하나로 사랑받고 있는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가사예요. 홍대 인디 밴드로 시작한 잔나비는 이 앨범을 통해 데뷔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죠.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앨범 트랙리스트와 정말 잘 어울리는 앨범 커버 역시 이목을 끌었어요. 인디 밴드라는 정체성과 퍽 어울리는 독특한 화풍에 잔나비의 짙은 감수성까지 표현된 이 앨범 커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그래서 이 그림, 누가 그렸을까요?
🔍콰야는 누구?

이 앨범 커버의 주인공은 바로 일러스트레이터 ‘콰야’예요. 그가 대중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기점은 잔나비 앨범 커버가 맞지만, 그 외에도 그는 본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유니크한 작업들을 꾸준히 남겨왔어요. 예술이 접목될 수 있는 분야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협업하는 방식으로요!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 ‘WCG(World Cyber Games)’ 20주년을 기념하는 아트플레이에 참여하는가 하면, 국내 패션 브랜드 ‘일꼬르소’와의 협업으로 프린팅 티셔츠를 출시하기도 했죠.
더불어 그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 본연으로서도 꾸준한 성과를 거두어 왔어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던 ‘어반브레이크 2021’에서 엄청난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고요. 어반브레이크는 아트페어로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장터인데요. 여기서 그는 작품을 모조리 완판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답니다.
👣디자인 전공자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까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순수미술보다는 실용미술에 가까운 사람이었어요. 그는 의류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디자인이란 곧 실용미술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오늘날 미술에서는 여러 장르와 구분이 해체되며 기준이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미술과 디자인은 엄연히 다른 분야랍니다. 순수미술은 심미적인 것과 작가의 표현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생각하고, 실용미술은 기성품의 기능성과 미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죠.
순수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예술계에서는 ‘미술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 ‘다듬어지지 않은 자유롭고 서정적인 화풍’ 등의 문장으로 그를 수식하곤 해요. 콰야 작가는 대학 졸업 후 데뷔 이전에 패션 회사의 막내 디자이너로 근무했었는데요.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작가가 된 후 여러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이 매끄럽게 성사될 수 있었죠. 대학 시절부터 의류를 공부하면서 작품 활동을 병행해오던 그는, 일을 하며 자금을 모아 작업실을 차리고 자연스럽게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반드시 ‘정도(正道)’를 걸어야만 특정 분야에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니, 퍽 반갑지 않나요?
😶우울한듯 포근한, 무표정의 소년

그의 작품에선 우울함도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편안하고 포근한 감정까지 느껴져요. 슬픈 듯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인물들은 마치 우리 현대인의 얼굴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불특정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모습과 순간순간의 감정을 포착하려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그의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서도 작가가 포착한 감정을 알아볼 수 있어요. 푸른 눈동자를 가진 무표정의 소년은 그를 대표하는 페르소나인데요. 억지로 웃기보다 무표정이 편하다는 그의 생각이 녹아있는 캐릭터죠. 우리도 사회에선 웃으며 행동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이 되곤 하잖아요. 콰야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모두가 그의 작품으로부터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콰야라는 예명은 ‘밤의 사색과 침묵’이라는 뜻을 가졌어요. 그리고 그는 이런 예명과 잘 어울리는 화풍을 보여주죠. 콰야는 작품을 그릴 때 주로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는데, 소재 특유의 질감에서 전해져 오는 거친 느낌과 언뜻 유화적 특성을 띄는 터치감 속에 그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또 다양한 색감을 사용하면서도 전반적으로 톤다운된 컬러감이 특징인데요. 그림을 유심히 감상하다 보면 특유의 우울함과 그 속에서 끝내 잃지 않은 따뜻함이 절로 느껴질 거예요.
💬Editor's Comment
콰야는 지난 5월 1일 갤러리 애프터눈에서의 개인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마치고, 12일부터 15일까지 아트부산에서 열린 아트페어에 참여했어요. 최근 몇 년간 전시, 아트페어, 협업 등 쉬지 않고 달려오고 있는 만큼, 다음 프로젝트도 기다려지네요. 한편 최근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콰야는 “너무 과대평가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능력에 비해 과한 위치에 올라와 있는 건 아닌지 항상 경계하고 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곤 했어요. 이런 태도 역시 그가 사랑받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콰야가 다음에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기대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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