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상업에서 예술로 흐르는 사진

  • 1,225
  • 0
  • 글주소

  보그, 얼루어, 마리끌레르…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본 잡지 이름이죠? 유명 모델이나 연예인의 다양한 화보가 공개되는 곳이기도 하죠! 이런 화보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에서 풍기는 강렬한 인상이 시선을 확 잡아끄니까요. 이럴 때 우리는 자연스레 ‘예술이다…’하고 감탄사를 뱉고는 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예술 사진이 아니라 상업 사진인데도 말이죠! 패션 화보뿐만이 아니에요. 여러 상품들을 촬영한 사진도 사진 중에서도 단순히 그 물건의 매력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사진을 볼 수 있어요. 이처럼 종종 상업 사진은 ‘상업’이라는 경계가 무색하게끔 우리에게 ‘예술’로 다가오곤 합니다. 

 

💫COMMERCIAL에서 UNCOMMERCIAL로

  상업 사진은 상품을 광고하기 위해서 찍는 사진이잖아요. 소비자가 상품에 관심을 갖도록 표현하는 것이 목표이고요. 그래서 앞서 말했던 잡지나 광고 등에 실리는 것이 대부분이죠. 이런 상업 사진을 광고의 맥락에서 떼어놓고 본다면, 그 사진들 속에서 우리는 예술을 느낄 수 있을까요?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 사진, 1984년 이후>는 지면 광고에 사용되었던 상업 사진들을 화이트 큐브1)의 미술관으로 데려왔어요. 이번 전시는 급격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상업 사진이 성취한 독자적인 스타일을 조명하고, 그 변화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있죠. 

1) 화이트 큐브 : 출입구 이외에는 사방이 막혀 있는 실내 공간이에요.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을 의미한답니다.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 사진, 1984년 이후> 전시 포스터 ©일민미술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사진은 예술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는 존재였어요. 기계를 사용해 세상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사진. 이런 사진의 예술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거든요. 때문에 사진은 그 목적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예술 사진은 사진의 실용성에서 멀어져 예술적 가치를 추구한 반면, 에 상업 사진은 사진의 실용적 특성을 중점적으로 활용했죠. 이번 전시는 한국 상업 사진이 구축한 독자적인 스타일과, 이 스타일 덕분에 파생된 예술성에 주목합니다. 상업 사진이 광고시장, 대중문화와 함께 급격히 발전하면서 그 속에 숨어진 예술성 역시 함께 대두되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의 상업 사진에 관심을 가진 전시나 연구는 거의 없었는데요. 때문에 이번 전시는 1984년 이후 동시대 상업 사진의 발전과 도약을 이끌어 온 사진가 29인을 통해 한국 상업 사진의 의의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는 의의가 있답니다.

 

 👀1984년에 무슨 일이…?

 

동아일보사 출간 <월간 멋> ©일민미술관

 

  그런데 왜 하필이면 1984년에 초점을 맞춘 걸까요? 1980년대에는 한국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덩달아 한국 상업 사진도 성장했던 시기예요. 특히 1984년은 동아일보사에서 발행한 패션 매거진 <월간 멋>이 창간된 해이기도 하고요. <월간 멋>은 84년 간 발행되며 여러 미적 가치를 추구한 한국 고유의 패션 잡지인데요. 이번 전시는 <월간 멋>의 발행사인 동아일보사의 사립 미술관, 일민미술관에서 주최하여 시대를 풍미한 잡지의 다양한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유학파 사진가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상업 사진이 질적으로 향상되기 시작했어요. 때문에 이번 전시의 제1 전시실에서는 1980년대 상업 사진 작가 4인의 작업물에 집중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진의 가공이나 보정이 어렵던 그 시절 작가들의 순수한 예술성을 엿볼 수 있죠. 이들이 개척한 한국 상업 사진의 전성기는 1990에서 2000년대에 절정을 맞이해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로 신문사와 잡지사의 많은 사진가들이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한국 상업 사진계는 변화하기 시작하는데요. 독립된 에이전시에서 배출된 사진가들은 곧 한국 상업 사진을 주름잡기에 이릅니다.  이 시기에 도입된 디지털 기술은 상업 사진의 발전에 속도를 더했죠. 이때 등장한 상업 사진들은 광고주와 소비자를 모두 겨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며 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1전시실에서는 주요 사진작가들을 중심으로 발전된 상업 사진의 예술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2전시실에서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살펴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어요. 한국 상업 사진의 기점이 되는 연도에서 시작해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 시대를 펼쳐서 보여주는 듯해요!

 

📸패션, 대중문화, 그리고 사진!

  상업 사진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각별히 패션 산업과 대중문화에서의 상업 사진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패션 잡지 속 모델들의 화보나, 가수들의 음반 화보를 통해 수많은 상업 사진을 접하고 있다는 것에서 바로 알 수 있죠. 1990년대 대중문화 시장이 발달하며 음반, 잡지, 영화 등 콘텐츠 산업의 전반에서 사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어요. 이것은 동시에 ‘대중문화의 중심인 연예인을 얼마나 잘 담아내는가’가 상업 사진의 또 다른 목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작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중문화와 그 속의 모델을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다양한 스타일 중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오형근 작가의 영화 포스터입니다. 영화 포스터는 보통 한 영화의 대표적인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 많잖아요. 혹은 영화 속 한 부분을 기록한 것이거나요. 하지만 오형근 작가는 이 모든 연관성에서 자유로운 사진을 보여줍니다. 영화 포스터를 특정 장면의 기록을 넘어선 독립적으로 완성된 예술로서 관객에게 제시하고 있고요. 어때요. 상업 사진에서 시작했지만 예술적 의의를 형성했다는 것이 슬며시 눈에 보이는 듯하죠?

 

영화 포스터를 독립된 예술로서 소개하는 오형근 작가의 작품 ©일민미술관

 

  상업 사진과 예술 사진 사이에는 없어질 듯 없어지지 않는 선이 계속 존재하고 있어요. 사진을 찍고 표현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전시를 보고 나면 상업 사진의 예술성이 의미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오히려 광고주와 소비자 모두의 만족을 추구하면서 작가 자신만의 예술성을 담아낸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지는데요. 더욱이 한국 상업 사진을 가장 크게 발전시킨 한국의 대중문화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고 한국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잖아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를 담아낼 한국 상업 사진의 발전과 미래, 그리고 그 속에 담길 예술적 가치들이 더욱 기대되는 걸요!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1. -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1,2,3 전시실을 가득 채운 사진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는 맛이 있었답니다. 시대적으로도, 분야적(화보, 상품사진 등)으로도 넓은 범위로 전시가 이루어져 서로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2. - 자세한 해설들이 더욱 풍부한 감상을 이끌어냈어요. 팸플렛에는 각 전시실별 해설뿐 아니라, 각 전시 구역과 작품에 대한 설명이 아주 상세하게 나와있어요. 작가에 대한 설명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진을 더 이해하며 감상하도록 하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답니다.

ㅇ요건 쫌 아쉬운데

  1. - 앞서 장점으로 꼽았던 상세한 해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조금 복잡하다고 느껴졌어요. 팸플렛에 많은 내용이 들어있는 데에 반해 가독성은 조금 떨어져서, 자료와 실제 작품을 하나하나 매치하며 찾아가는 것이 어려웠답니다.
  2. - 작품을 전시한 방식이 단순한 나열에 그치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작품의 양이 많고 자료가 풍부하지만 단순히 사진을 연속해서 걸어놓은 것으로 보여요. 사진의 전시 방식과 인쇄 방식이 무척 다양했는데 전시 방식에 대한 이유와 목적을 조금 더 상세하게 알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어요.

 

💬Editor’s Comment

  평소에 상업 사진을 보면 ‘우와~ 멋지다’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사실 그 속에는 작가의 예술적 고뇌가 들어가 있을 텐데 말이죠. 이번 전시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들로 상업 사진을 바라보게 해요. 사진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참 설레는 경험이었답니다. 여러분도 예술을 바라보는 눈으로 상업 사진을 한번 들여다보는 것은 어때요? 결국 예술이란 바라보는 관객의 몫이니까요!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등록 : 06-07

키워드

#미술 #사진 #사진전 #전시 #상업사진 #예술사진 #경계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