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이 절대 부럽지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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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SNS 하시는 분 있나요? 음, 예상대로 많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꽤나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SNS, 왜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다른 지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구경하거나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일상을 업로드하려 시작했는데요. 다들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말이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조금씩 미화시키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되니까요. 얼굴을, 소품을, 의상을, 풍경을, 그 외 모든 것을 말이죠. 이제는 그 과정과 결과가 경쟁이 된 것 마냥 치열해지는 게 느껴지기도 해요. '필터를 씌우면 저 사람처럼 예뻐지네?' 하면서 더 예쁜 필터를 찾아 사진을 올리고, '저거 비싼거네?' 하면서 더 비싼 걸 찾아 또 사진을 올려요. 보고 찍고 올리고, 다시 보고 찍고 올리게 되는 겁니다. 최근 이 부러움의 싸이클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해준 사람이 있는데요. 우리가 익힌 알고 있는 가수, 바로 장기하입니다.
🎵세상을 쉽게 들려주는 가수, 장기하
장기하의 노래를 떠올려보면, 딱 떠오르는 두 가지 특징이 있어요. 한 가지는 우리가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소, 감정들을 소재로 한다는 것. 다른 한 가지는 말하는 것처럼 노래를 하는 창법이에요. 실제로 그의 보컬관은 '정확한 발음'으로 청중들이 노래를 쉽게 알아듣도록 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가 어떤 노래를 하는 사람인가를 총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우리와 밀접한 시대상을 꿰뚫는 음악을 말로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싸구려 커피’ 만 봐도 그렇죠.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라는 가사가 참 와닿아요.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같은 친숙한 소재로, 현실의 암울함과 무기력을 직설적으로 빗대어 말했죠. 이렇게 대표곡만 봐도 그의 노래에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오는 소재, 쉽게 박히는 목소리를 이용해 대중가요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목소리는 목소리답게, 사운드는 최소한으로
이번에 발매된 곡 역시 이러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지난 2월 22일 발매된 앨범 <공중부양>의 타이틀곡인 '부럽지가 않어'라는 곡이랍니다. '자랑이 가득해진 세상에서 너무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죠. 소셜미디어 시대에서 더욱 중요해진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소재로, 툭툭 내뱉는 말처럼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곡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곡을 들으면 반드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두 가지가 있어요. 바로 목소리와 미니멀한 사운드인데요. 앞서 말했듯이 잡담하는 것처럼 툭툭 내뱉는 말투가 가장 큰 특징이에요. 이번 앨범에서 장기하는 특히나 자신의 목소리를 목소리답게 활용하고자 했어요. 작업 과정도 목소리를 먼저 녹음하고, 거기에 최소한의 소리만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죠.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극대화되어 가사가 더 귀에 박히는 효과를 주었답니다. 밴드로 활동하던 때와는 다른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그의 생각 역시 사운드에 영향을 주었어요. 밴드 악기 소리 대신에 전자음이 그 자리를 채웠죠. 또한, 새롭게 보여주기보다 기존에는 보여주던 것을 안 보여주기 위해 음악적인 무언가를 자꾸 추가하기보다는 빼는 형태를 채택했어요. 이번 앨범 속 모든 곡에 베이스가 제외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맥락에 의한 것이죠.
🏊♀부러움에 허우적대는 사람들
혹시 SNS를 보면서 이런 영상을 보신 적 있나요? 말하는 듯한 음악이기 때문에 더 그런지, 선생님 ver., 엄마 잔소리 ver. 등 다양한 커버 및 패러디가 속속들이 올라왔어요. 그리고 제목과는 정반대로 '너가 너무 부러워 죽겠어.'라는 내용의 패러디 영상들도 등장했는데요. 처음에는 깔깔 웃으면서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옵니다. ‘부럽지가 않다는 것은 정말 그런 것일까, 아니면 부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말일까?’라는 생각 말이죠. 장기하의 이번 곡을 곱씹어보자면 노래에 담긴 의미는 보통 두 가지로 의견이 나뉘더라구요. 하나는 진심으로 그 누구도 부럽지 않고, 신경 쓰이지 않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며, 사실은 엄청 부럽다는 것이었죠. 장기하는 청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각자가 생각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어요. 어쩌면 두 가지 중 어떤 의미로 해석하든,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긍정적인 쪽으로 극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요?
한편으로는 이런 가사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스크린 속 잘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부러워하면서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 생각하고, 자신도 잘 사는 듯 사진을 찍어 올리며 자랑하는 현 시대상을 날카롭게 지적했죠.
뮤직비디오에도 이 같은 점이 잘 나타나 있어요. 두 가지 장면이 눈에 띈답니다. 첫 번째는 표정은 그대로지만, 몸은 허우적대는 장면이에요. 갈피를 못 잡고 계속해서 몸부림치는 팔과 다리가 보이죠.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고 부럽지 않은 척 하지만, 사실은 바라보는 대상을 부러워하고 있음을 암시하게 합니다. 두 번째는 동그라미와 세모를 그리다 점점 겹쳐지면서 똑같은 도형을 그리는 장면이에요. 이는 부러움과 자랑을 점점 분리하기 어려워하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Editor's Comment
이 곡을 듣고 부러움과 자랑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결론적으로, 타인에 대한 부러움을 자신에 대한 자랑으로 표출하는 것은 자신을 좀먹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죠. 사실, 부러움이든 자랑이든 모두 따로따로 보면 썩 나쁘지만은 않은 것들이에요. 부러움을 통해 존경이나 열등감을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을 더 발전시킬 수 있죠. 자랑을 통해서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두 가지가 관계를 형성해서 싸이클이 되는 순간, 삶이 동동 뜨게 되게 됩니다. 자신을 채우기는커녕 다른 사람들을 따라하느라 가지고 있던 것도 놓치게 되거든요. 이것이 반복되는 순간에는 가진 것도, 생긴 것도 없게 되는 것이죠.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는 점점 커져가는데, 정작 현실과 내면 속의 ‘나’는 한없이 작아지게 되는 겁니다. 저 싸이클을 따라가다가는 ‘나’에게 있어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릴지도 몰라요. 여러분께는 부디 저 두 감정이 공존을 이루지 않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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