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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역사를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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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콘텐츠 제작사 ‘라이브’ 초청 프레스콜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일기란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요. 친한 친구처럼 자주 만나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존재일지, 혹은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만 있을 뿐 자연스레 잊고 지낸 존재일지 말이에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일기 예찬론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대한 많은 기억을 손안에 꼭 쥐고 살아가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되었달까요. 하지만 훌륭한 위인이라는 다산 정약용 또한 “쉬지 말고 기록해라.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니, 기록에 집착하는 것이 썩 나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죠.

  일기를 비롯, 기록에서 특히 뜻깊은 부분은 무엇보다도 역사를 만든다는 점이에요. 유의미한 변화가 시간을 관통해 기억되지 않는다면 역사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누군가는 일기를 쓰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또 누군가는 공연을 만들기도 하나 봐요!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이룩한 자유

  42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무려 공연으로까지 만들어져 계속해서 회자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대단한 역할을 한 큰 축의 사건이라는 뜻이겠죠? 1980년 5월 18일, 전라남도 광주 지역 일대에서는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민중 운동이 일어납니다. 바로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까지 등재된 5・18광주민주화운동이죠. 뮤지컬 <광주>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투쟁을 섬세한 서사와 웅장한 음악을 통해 그려내 ‘아시아의 <레 미제라블>’1)로 불리고 있습니다.

1) <레 미제라블> 역시 프랑스혁명이라는 민중 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죠. 인간의 기본 권리인 자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이 주도한 혁명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답니다.

뮤지컬 <광주> 포스터 Ⓒ콘텐츠 제작사 라이브

  민중 운동을 이야기하는 극이다 보니 광주의 넘버들을 들어보면 구호와 같은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또 광주 시민들 모두 한 마음 한 뜻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알려주는 듯, 다 함께 부르는 합창 역시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작품의 메인 테마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은 실제로 5・18민주화운동과 연관이 있는 곡이기도 한데요. 당시 전남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종률이 전남도청에서 숨진 열사들을 기리기 위해 故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를 기반으로 작곡했어요. 이후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곡이 되었죠. 13인조 오케스트라와 36명의 배우라는 장대한 인원이 부르는 이 노래는 듣는 이에게까지 민주화운동 현장의 전율과 고양감, 자부심을 전해옵니다. 슬픔과 분노부터 희망까지 여러 감정이 응축된 이 음악은 때로는 아카펠라만을 사용한 장면으로, 때로는 관현악을 더한 장면으로 관객이 자연스레 동화될 수 있게 하죠.

 

‘님을 위한 행진곡‘ 시연 장면 Ⓒ문화뉴스

그날을 기억하고 지키는 사람들

  뮤지컬 <광주>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주저 없이 ‘기억하기 위한 극’이라고 할 수 있어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사건 하나에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얼마나 힘들게 민주주의를 이룩했는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계속해서 기억을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하고요. 세상은 대부분 굉장한 권력을 가진 이들로부터 변화를 겪었죠. 때문에 변화의 시작에 소시민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지는데요. 뮤지컬 <광주>는 윤이건, 박한수, 그리고 그들 주변의 광주 시민들을 통해 거대한 권력에 의한 역사가 아니라, 개개인의 연대와 열망이 합쳐져 큰 역사가 탄생하게 된 순간을 포착했어요. 오늘날 너무나 많은 이들에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상투적인 표현처럼 느껴지는 자유와 평화가 왜 소중한 것인지 곱씹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작품이랍니다. 

  그래서 더욱 창작진과 배우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기도 했어요. 투쟁을 다룬 극이니만큼 보는 이에게도 감정적으로 힘겨운 순간이 찾아오는데,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 서서 잠시나마 그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동요가 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웠거든요. 계엄군과 맞서 싸운 야학교사 윤이건 역을 맡은 배우 이지훈은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에서 한 질문에 대해 “담담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한다. 나의 감정을 배제해야 정보에 깊숙이 몰입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연을 올릴 때마다 매번 당시 광주 시민들이 슬펐을지, 눈물을 흘렸을지, 의연하지는 않았을지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보지만 무대에 있을 때만큼은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연기하려고 한다.”라고 전해왔어요.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이기에, 자신의 감정과 동요조차 진실인지 거짓일지 경계하고 살펴보는 그 노력이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야학교사 윤이건 역 (왼)조휘 (오)이지훈 Ⓒ뉴스엔미디어
뮤지컬 <광주> 공연 장면 Ⓒ쇼온컴퍼니

 

✅솔직 핵심 정리 노트

ㅇ박수갈채드립니다

- 산 자와 죽은 자를 만나게 하는 극. 작품 속 등장인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요.

- 간혹 소름 쫙 돋게 하는 연출

-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활약

ㅇ요건 쫌 아쉬운데

- 80년대가 느껴지는 넘버,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어요!

- 너무나도 직접적인 대사 때문에 오히려 몰입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Editor’s Comment

  뮤지컬 <광주>는 벌써 3연을 맞은 공연이에요. 202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문화재단과 콘텐츠 제작사 라이브(주)가 손을 잡았고, 사실을 기반으로 뜨거운 감동을 불러왔다는 호평을 받았죠. 하지만 그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수정과 보완을 거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일까요, 뮤지컬 <광주>로 인해 그날의 기억은 점점 낡고 바래지기보다 오히려 더욱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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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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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 #기록 #기억 #역사 #5・18광주민주화운동 #광주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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