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봄이 왔어요, 비발디의 ‘봄’도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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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올해 벚꽃 구경하셨나요? 이젠 완연한 봄에 들어섰는데요. 겨울이 지났으니 봄이 오는 것. 당연하다 생각할 되면서도 계절은 우리에게 늘 흥미로운 주제예요. 화제의 중심엔 늘 사계절이 있죠. 비발디는 우리 삶의 모습을 결정짓는 이 네 가지 계절을 음악에 담아 ‘사계’를 작곡했어요. 계절의 갖가지 모습들, 만발한 꽃들, 새들의 지저귐, 천둥 번개가 치는 소리 등의 각 계절을 특징짓는 요소들을 그대로 음악으로 표현해 냈는데요. 때문에 각 계절마다 떠오르는 클래식이라면 단연 1위를 놓치지 않아요. 때가 되면 우리를 알아서 찾아오는 사계절만큼이나 익숙한 클래식, 비발디의 ‘사계’에 대해 알아볼까요?  

 

돌고 돌아 음악가까지!

  안토니오 비발디는(Antonio Vivaldi) 1678년 3월 4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어요. 비발디는 산마르코 대성당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버지에게서 바이올린을 배웠고, 산마르코 대성당에서 아버지와 함께 바이올린 연주 무대에 서곤 했어요. 비발디는 연주와 작곡에 능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15세에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비발디 ⒸWikipedia

  23세에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기관지 천식의 만성 질환으로 미사 집전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의 병약했던 몸은 한편 그에게 미사 직분을 면제받고 음악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죠. 비발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소녀들을 위한 고아원이자 음악 학교였던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Ospedale della Pietà)에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소녀들을 가르치는 바이올린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요. 또한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어요. 비발디는 이곳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소녀들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들과 합창 작품들을 창작했어요. 비발디의 전문적인 가르침을 받았던 이 소녀들은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활동했는데요. 이들의 실력은 순회공연을 다닐 만큼 뛰어났다고 해요.

 

사계절을 음악으로 꽉 붙들어 둔 음악가

  1725년, 비발디는 그의 인생 최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사계’를 작곡했어요. ‘사계’는 각 계절에 대한 4개의 서술적인 소네트(Sonnet)1)를 위해 작곡되었는데요. 비발디의 ‘사계’에 쓰인 소네트의 출처는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어요. 때문에 비발디 자신이 직접 소네트를 창작했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죠. 바이올린 협주곡 1번 E장조 , RV 269, "봄(SPRING)" 2번 g단조, RV 315, "여름(SUMMER)" 협주곡 3번 F장조, RV 293, "가을(AUTUMN)"협주곡 4번 f단조, RV 297, "겨울(WINTER)“으로 구성되어있어요.

1) 소네트는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시 형식으로, 엄격한 운율 구조를 따르는 14행의 시를 말해요!

 사계 ©Carl Wernicke 유튜브 채널

  이 곡은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작곡된 음악인 ‘표제 음악’의 시초가 되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각 계절별로 그리고 계절 안에서도 악장별로 다채로운 전경이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는데요. 사계절을 묘사한 소네트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읽어보면서 비발디가 전하고자 했던 사계절의 그림을 떠올려 볼까요?

🌷봄

봄을 즐겁게 맞아들인 새들이 아름답게 노래한다. 새들은 꽃들이 만발한 목장에서 경쾌하게 노래고 있다. 꽃들이 만발한 목장에서 양치기는 충직한 개를 옆에 두고 잠들어있고, 님프와 목동들이 봄볕 아래에서 백파이프 소리에 맞춰 춤추고 있다.

⛱여름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계절. 가축들도 나무들도 활력을 잃고 시들어간다. 여러 새들이 노래하며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찰나, 갑작스럽게 북풍이 몰려온다. 목동은 폭풍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어지는 격렬한 번개와 천둥소리, 파리 떼들은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내고, 하늘에서는 천둥이 치고 우박이 쏟아져 내려와 익은 열매와 곡식들을 쓰러뜨린다.

🍂가을

마을 사람들이 풍년을 축하하는 축제를 벌이고 있다. 그들은 춤과 노래와 바커스 술을 마시며 흥겹게 즐기고 있다. 여명이 밝아오자 사냥꾼들은 뿔피리와 총을 들고 개들과 함께 사냥을 떠난다. 달아나는 짐승들과 이를 쫓는 사냥꾼들. 결국 도망치던 짐승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겨울

차가운 눈과 휘몰아치는 매서운 바람 속에서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발을 구른다. 그들이 따듯한 난로를 피우고, 그 곁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을 갖는 동안, 집 밖에서는 만물이 비로 젖는다. 얼음 위에서 넘어질까 두려워 조심히 걷는 사람들. 그들은 순식간에 미끄러져 넘어진다. 문을 닫아도 차가운 겨울바람이 새어 들어오지만 이것이 겨울만의 묘미이고 겨울의 기쁨이 아닐까.

  비발디는 바로크 음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곡가였지만, 그의 말년부터 서서히 그 명성을 잃어갔고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었어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는 비발디의 음악들에서 큰 영감을 받았고 그를 존경했던 음악가 중 하나였는데요. 바흐는 비발디가 작곡한 곡들을 건반악기로 편곡한 비발디 편곡집을 만들었어요. 이 비발디 편곡집이 20세기 초에 전문가들에 의해 재평가받게 되면서 그의 음악은 다시 인기를 끌게 되었고, 숨어 있던 다른 곡들까지도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러분께는 어떤 곡이 가장 친숙한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봄’을 꼽으실 것 같은데요. 봄을 표현하는 경쾌하고 밝은 음들은 누가 들어도 기분을 좋게 만들죠. 하지만 다른 계절의 곡들도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 여러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며 풍부한 이력을 자랑해요. 정말 기가 막히게 계절의 여러 모습들을 악기 소리로 표현해 낸 ‘사계’. 그중, 오늘은 어떤 계절을 들어볼까요? 벌써 지나간 겨울이 그리운 분들은 ‘겨울’을, 지금의 봄을 만끽하고 싶은 분들은 ‘봄’을 선택할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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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04-25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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