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엔 당연히! '호두까기 인형'
- 2,042
- 0
- 글주소
크리스마스 시즌이 돌아왔어요! 여러분은 ‘크리스마스’에서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하나씩 꼽다보면, <호두까기 인형>이 여러분의 다섯 손가락 안쯤엔 들어있을 것 같은데요. 꼭 이 공연을 본적이 없더라도, 크리스마스 시즌엔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시작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계실 거예요.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에서 초연된 후 127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발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에요. 하지만 발레공연 <호두까기 인형>은 사실, 창작자에게 조차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작품이었어요. 그랬던 작품이 보란 듯이 연말이면 늘 올려지는, 전 세계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가 되었는데요. <호두까기 인형>의 반전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작곡가 본인은 외면했던 대작의 탄생?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탄생은 마린스키 극장 감독인 브세볼로즈스키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어요. 그는 고전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에게 안무를, 작곡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에게 음악을 의뢰하였습니다. 원작은 독일의 작가 호프만이 완성한 아동소설 <호두까기인형과 생쥐대마왕>인데요.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알렉산드르 뒤마가 각색한 작품으로, 프티파가 2막 3장의 대본으로 재구성한 것이에요. 그러나 프티파에게 브세볼로즈스키의 제안은 결코 달갑지 않았어요. 프티파는 정교한 군무와 무용수의 기교를 감상하는 그랑파드되 형식과 함께 고전발레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인데요. 그는 <호두까기 인형>에서처럼,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은 자신의 안무와 부합 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어린소녀는 고전발레 형식에서 작품의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그랑파드되를 출 수 없다고 판단했죠. 프티파는 대본을 재구성하기로 합니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과자의 나라 여왕, 사탕요정은 이렇게 탄생한 캐릭터예요.


프티파의 구미에 맞춰 재구성된 대본은 차이코프스키의 손에 들어가 1891년 1월부터 1892년 4월까지, 곡 작업이 이루어졌어요. 그런데, 차이코프스키 역시 처음부터 브세볼로즈스키의 제안을 내키지 않아 했다고 해요. <호두까기 인형>은 그의 인생 후반에 완성한 작품으로, 곡의 정교함과 원숙도가 높다고 평가를 받았는데요. 동화를 발레로 옮기는 것이 유치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본인은 그다지 탐탁지 않아했어요. 게다가 프티파의 대본을 받은 그는 악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고 해요. 당시 높았던 명성만큼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고, 후원자였던 폰 메크 부인과의 결별, 자신의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비난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결국 그는 잠시 작곡을 중단하기까지 하는데요. 그 후, 뉴욕에서 연주를 마치고 귀국하던 그는 프랑스에서 사랑하는 여동생 알렉산드라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이 더해지기까지
큰 슬픔에 빠져 있었던 차이코프스키는 여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에 고스란히 녹여내기로 결심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이에 제격인 작품이었어요. 사탕요정을 자신의 여동생으로, 조카들을 클라라와 프란츠로, 자신을 드로셀머이어로 대입하여 <호두까기 인형>의 선율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 중 마지막인 <호두까기 인형>은 밝고 부드러운 선율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요. ‘눈송이들의 춤’에서는 발레 음악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어린이 합창단이 등장하고요. 과자의 나라 ‘사탕요정의 춤’에서는 첼레스타라는 악기를 사용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그는 파리에서 처음 첼레스타를 발견하고 다른 러시아 작곡가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도록, 악기 구입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다고 합니다. 덕분에 <호두까기 인형>만의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사탕요정이 떠오르는 음악을 완성 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프티파와 그의 조수 레브 이바노프, 차이코프스키와의 협업을 통해 드디어,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완성 되었는데요. 1892년 12월 18일 초연 후, 관객의 반응은 과연 어땠을까요? 초연 전에 미리 연주되어 관객들의 큰 호응이 이었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안무와 연출에 있어서는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1막은 어린이 무용수 위주로 진행되었다는 점, 2막은 춤이 반복되거나 그랑파드되가 끝부분에서야 나온 다는 등의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초연이 명백한 실패로 끝난 후, 알렉센드르 고르스키에 의해 1919년 재안무 되었지만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어요.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게 된 것은, 1934년 바실리 바이노넨에 의해 다시 안무가 구성된 이후부터였습니다. 바실리 바이노넨은 프티파의 안무를 바탕으로 했지만, 관객들이 껄끄러워 했던 연출과 안무를 다듬어 이전 작품들과 차별성을 두었어요. 성인 무용수가 어린 소녀역인 클라라 역을 맡았고요, 2막에서는 2인무인 그랑파드되를 비롯한 주요 춤들을 직접 추게 하여 1막과 2막의 개연성을 탄탄히 했죠.
다양한 버전으로 즐기는 <호두까기 인형>
이렇게 다듬어진 <호두까기인형은>은 120여년을 지나오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그 비법이라면, 차이코프스키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음악, 재미있는 연출과 안무를 들 수 있을 텐데요. 예를 들면, 1막에서 드로셀마이어가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는 장면과 귀엽고 힘찬 ‘태엽 인형들의 춤’, 2막에서는 24명의 발레리나가 등장하는 ‘눈송이 왈츠’와 과자의 나라 속 각 나라의 인형들이 춤추는 디베르티스망은 마치 동화속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발레의 꽃, 그랑 파드되가 펼쳐지는데요. 하프와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이 그랑파드되와 함께 어우러져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 인형과 클라라의 그랑 파드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호두까기 인형>의 다양한 버전 중에서도, 조지 발란신이 이끌었던 미국의 뉴욕시티 발레단의 공연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요. 그가 이끄는 발레단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면서부터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에요. 미국의 가족을 중시하는 가치관에 적합하고, 어린이 무용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해요. 조지 발란신의 발레단은 미국의 신고전주의 스타일이 가미된 새로운 버전의 <호두까기인형>을 선보였어요. 특히, ‘꽃의 왈츠’와 ‘눈송이들의 춤’에서 과감히, 전통적인 스타일을 벗어던졌죠.

<호두까기 인형>은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에 무용수들의 다채로운 무용과 환상적인 의상까지 더해져 마치 동화 속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런 신비로운 경험은 누구에게나 반가운 일일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클래식 공연도 없죠. <호두까기 인형>에서의 음악은 모음집으로 묶여 따로 연주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곡들이에요. 발레 공연과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곡들도 귀 기울여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아직 고민하고 계신다면, <호두까기 인형> 발레공연을 함께 관람하시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부모님께, 혹은 연인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선물이 될 수도 있답니다.
류한울·조주연 공동 작성
ㅇ 참고자료
- 김순정. 『김순정의 발레 인사이트』, 서울: 씨네스트, 2020.
- 한지영. 『발레작품의 세계』, 서울: 플로어웍스, 2021.
- 배소심·김영아. 『세계무용사』, 서울:혜민북스, 2018.
- 이은경. 『발레 이야기』, 서울: 열화당, 2019.
지금 로그인하시면
하루예술의 모든 콘텐츠 열람이 가능해집니다!
이야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