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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은 장르를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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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영상으로 시작할게요! 왜냐하면 ‘양방언(1960~)’ 이름 세 글자를 모르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이 노래를 듣고 나면 ‘어어! 이 노래!’하고 갑자기 확 친근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신명 나는 꽹과리와 장구의 리듬으로 음악이 시작되는데요. 그 뒤로 태평소가 익숙한 멜로디를 자아냅니다. 영상 중앙부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오늘의 아티스트 양방언이에요. 데뷔 25주년을 맞아 첫 라이브 앨범으로 5년 만에 돌아온 그를 만나러 가볼까요?

 

😲국경 없는 음악가... 장르도 없다!

국경과 장르를 넘어선 음악가, 양방언 ©서울신문

  양방언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국경과 장르를 넘어선 음악가’라고 많이들 표현해요. 양방언에 대해 알고 나면 왜 이런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니는지 이해하는 게 더 쉬울 거예요. 먼저 ‘국경’을 넘어섰다는 말부터 들여다볼게요. 그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는데요. 재일교포 1세대인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대라고 할 수 있죠.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그는 학창 시절 밴드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는데요. 키보드 연주자,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1980년부터 1995년까지 많은 레코딩과 라이브에 참여했던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 했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니혼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아주 의외의 경력 아닌가요? 하지만 결국 의사가 된 지 1년 만에 자신이 꿈꾸던 음악가로 진로를 전향한 그는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 겸 음악 프로듀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죠.
  그의 첫 솔로 앨범은 일본에서 발매되었는데요. <꿈의 문(The Gate of Dreams, 1996)>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발매된 그의 데뷔작은 록,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현대 음악을 보여주었어요. 일본에서 인기 작곡가로 입지를 다진 그는 1999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며 한국 무대에서도 활발히 활동을 이어왔어요. 2002년에는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 주제가를 통해 국내에 이름을 알렸는데요. 근 20년이 다 되어가는 그 노래가 아직까지도 방송 혹은 행사에서 종종 쓰이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죠.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 이 글의 시작에서 영상을 통해 듣고 온 ‘Frontier!’입니다. 그 이후로도 그는 국가의 중대사에 있어 굵직한 작업들을 계속해왔어요. 2013년 대통령 취임식 때에는 배경음악 ‘아리랑 판타지’를 썼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죠.
 

 

🎶음악으로 세상과 어우러지는 아티스트

  그럼 이제 ‘장르’를 넘어섰다는 말에 대해 파헤쳐봐요. 양방언은 말 그대로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인데요. 영화, 다큐멘터리, 게임, 뮤지컬 등 특성이 전혀 다른 음악 분야에 도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히 여러 가지 장르를 뒤섞은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죠. 학창 시절부터 접한 다양한 음악들은 이렇듯 새로운 시도를 꿈꾸는 그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어요. 그의 작품세계에 있어 유연하다는 말은 단순히 각 국가, 그리고 장르의 악기들이 모두 모여 함께 연주를 한다는 점 하나만을 뜻하지 않아요. 그의 음악에서 중요한 특징이 있다면 악기 구성의 변화가 가장 먼저 꼽히거든요. 보편적으로 작곡가들은 음악을 만들 때 어떤 멜로디를 어떤 악기로 연주할지 염두에 두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는 원래 있어야 할 악기를 다른 악기로 바꾸는 데에 더 흥미를 두는 편이죠. 예를 들어, 원래는 멜로디에 중국 찰현악기인 얼후가 들어가는 곡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하지만 양방언은 그 자리에 한국화 된 찰현악기, 해금을 대신 끼워넣기도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안될 것 없겠다 싶기도 해요. 둘 다 비슷하게 생겼는데 뭐가 그리 다르고 뭐가 그리 큰일이라고~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분명 계실 거예요. 그런데 생각보다 얼후와 해금은 퍽 다른 소리를 내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는 악기랍니다. 해금은 LP판이 돌아가며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듯 조금은 거칠고 굵은 소리가 나지만, 얼후는 부드럽고 가냘픈 소리를 내거든요. 바로 이 지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수 있는 장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런 혼합의 아이디어들은 어디에서 찾아오는 걸까요? 양방언은 한 인터뷰에서 수많은 만남 덕분에 자신의 음악이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며, 자신을 둘러싼 인연들에 감사를 표했어요. 70세의 임권택 감독부터 청소년, 청년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단지 듣기에 좋은 작품, 그 이상으로 음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얻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그에게 어우러짐의 아이디어란 어쩌면 절로 찾아올 수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해요.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 연주하는 양방언의 모습 ©객석

 

🌗<Light&Shadow>, 삶을 긍정하는 음악

  이번 5집은 양방언의 첫 라이브 앨범이에요. 한 앨범에 두 장의 CD가 들어있는데요. 각각 ‘라이트(light, 빛)’과 ‘섀도우(shadow, 그림자)’로 구성되어 있죠. 라이트 음반에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양방언이 일본 도쿄와 서울, 제주에서 펼친 공연들의 라이브 음원 14곡이 수록되어 있어요. 섀도우 앨범에는 그가 게임, 영화 등을 위해 작업한 음원을 포함해 총 11곡이 담겨 있고요.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의 라이브 버전을 모아 새로운 앨범을 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가 수록곡들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예상이 가지 않나요? 실제로 그는 앨범 발매를 기념하기 위한 한 인터뷰에서 라이트 음반에 실린 곡들은 그가 했던 공연에서 최고로 꼽히는 음원들이라고 이야기했어요. 덧붙여 섀도우 음반에는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보지 않으면 찾아 듣지 않게 돼 묻히게 되는 음원들이 아쉬워 한데 모아둔 것이라는 작업 과정도 함께 전했답니다.

 

데뷔 25주년 기념앨범 <Light&Shadow> ©헤럴드경제

  라이트 음반을 통해 양방언의 대표곡 'Frontier!'를 재즈풍의 밴드 음악으로 발표한 'Neo Frontier!', 정선아리랑을 녹여낸 'Echoes For PyeongChang', 제주의 바다를 보고 느낀 감정을 담은 'Prince of Jeju' 등을 감상하실 수 있고요. 섀도우 음반을 통해서는 모바일 게임 ‘명일방주’와 협업한 음원 ‘불굴(Fortitude), 그리고 두 가지 버전으로 녹음한 신곡 ‘Meteor ~ Nora’를 만나볼 수 있어요.
  신곡 ‘Meteor ~ Nora’의 원래 제목은 그냥 ‘Meteor’였어요. 그 뒤에 붙은 Nora는 한 팬의 이름이죠. 이 이름이 붙게 된 데에는 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답니다. 양방언과 절친한 러시아의 가수 오리가(Olga Vitalevna Yakovleva, 1970~2015)가 사망한 지 6년이 된 2021년, 양방언은 SNS를 통해 오리가의 생일날 그를 기리는 메시지를 남겼어요. 그 게시글을 통해 오리가의 팬인 한 러시아 누리꾼이 양방언에게 메시지를 보냈죠. 뇌종양을 앓았는데 다행히 수술 후 자신이 좋아하는 그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요. 자신이 하는 음악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명을 받은 양방언은 당시 작업하고 있던 ‘Meteor’의 제목에 그 팬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어요. ‘Meteor’는 유성이라는 뜻인데요. 그는 이 곡을 통해 힘겨운 시기에 사람들의 염원이 유성에 담겨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답니다.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담기게 된 ‘Meteor ~ Nora’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이 되었죠.

 

💬Editor’s Comment
  한 가지 일을 25년 동안 하다보면 지겨울 때도 있지 않았을까? 25주년 앨범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을 때 제게 들었던 생각이에요. 하지만 그의 지난 작업들을 보고 나니, 그에게 음악은 아직까지도 그저 재미있고, 삶을 긍정하게 도와주는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음악은 끊임없이 새롭고 유연한 만남과 변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음악은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들려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했답니다. 그의 빛과 그림자가 들려올 때 어떤 마음이 생길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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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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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양방언 #국악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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